‘레임덕?’ 이재명 대통합 승부수

‘이쪽부터 저쪽까지’ 한 집 살림 가능할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뿔뿔이 흩어진 민심 결집에 나선다.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해제 국면 당시 모였던 탄핵 찬성 연합 세력을 집결시켜 국정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계산이다. 당 대표를 앞세운 덧셈 정치는 이재명정부의 가장 큰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성공 시 국정 주도권은 물론 개헌까지 노려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지만, 실패할 경우 오히려 레임덕을 앞당기는, 그야말로 양날의 칼과도 같은 시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지난달 24일 당 대표 직속의 TF(태스크포스)인 ‘대통합 추진단’을 설치했다. 김 대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는 끊어지지 않는 대화의 다리를, 개혁 진보 정당들과는 미래를 향한 연대의 다리를 놓겠다”며 “대대적이고 신속한 전방위 연대, 통합, 확장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넓히는
좌우 세력

대통합 추진단 산하에는 진보연대분과(위원장 진성준)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연대분과(위원장 이해식)·영입 확장분과(공동위원장 황명선·이소영)가 설치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민주당의 단합을 비롯한 민주개혁 진영의 결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모두 함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또 그 기반 위에서 우리가 ‘구조적 다수’를 향해서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실용주의 중심의 외연 확장 가능성을 암시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이정부의 통합 메시지에 부지런히 발을 맞추고 있다는 평이다. 이번 TF 역시 내년 4월 열릴 가능성이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구축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진보 진영 통합 논의에 첫걸음을 떼면서 민주당이 어디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지 가늠하는 단계인 셈이다.

이번 논의에는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은 물론 필요할 경우 개혁신당까지 논의를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12·3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연합군을 다시 집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5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이 하나로 묶이는 연합 현상이 나타났다.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4당과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진보당 당시 김재연 대선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광장연합의 힘을 통한 압도적 대선 승리가 필요하다. 압도적 정권교체는 타협 없는 내란 청산의 출발점”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광장 대선후보로 지지하며 대선 예비후보 활동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대선후보를 내보내는 대신 이 후보를 전격 지지했다. 혁신당은 성명문을 통해 “이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후보이자, 혁신당이 지지하는 대선후보임을 선언한다”며 “압도적 승리를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 요청하신다면 약속드린 대로 후보님의 공식 지원 세력으로서 기꺼이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구조적 다수 향하자” 외연 확장 암시
직접 나선 당  대표 “전방위로 통합하자”

기본소득당 역시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들 또한 성명문을 내고 “극우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해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고, 기본소득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될 ‘기본소득형 제도 실현·기본소득 담론 확산’을 위해 기본소득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이 후보는 진보 연합의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를 꺾었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기대 속 ‘국민 주권 정부’를 내세웠고 60%라는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그런 이정부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는가 하면 지지율이 40%를 웃돌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8~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통령 지지율이 10주째 40%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 조사보다 2.8%p 내린 40.2%인 반면 부정 평가는 2.8%p 상승한 56.9%로 상승했다.

해당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 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배경으로 연합 세력 붕괴가 지목된다. 이정부가 높은 지지율 속에서 출범할 수 있었던 건 탄핵 반대 세력에 대항한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친 결과인데, 최근 이 세력이 흩어지면서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유시민 작가 역시 “이 대통령은 내란 극복 정치 연합으로 모든 진보 개혁 진영을 다 결집해 49%를 얻었다”며 “이걸 지금까지 스스로 해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석열정부 당시 국민의힘과 이준석 당시 당 대표 간의 내부 갈등을 언급하며 “그 과정을 보면서 자기 집권 기반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비극적 결과를 맞을 것이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부도 반명(반 이재명)도 해체돼 굉장히 불안정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지금 1년간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오만한 권력자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목표는
200석?

김 대표가 ‘당 대표 직속 기구’라는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현재 정국이 맞닥뜨린 위험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석 이상을 얻는다면 개헌 정족수까지 독자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사실상 국정을 주도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는 셈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개헌을 언급한 배경과도 연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자신의 X를 통해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 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지방자치와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하자는 것이 저의 공약이자 지금까지 일관된 저의 입장”이라는 글을 적었다. 이어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다”면서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합 추진단 설치 직후 김 대표는 야당 대표를 찾은 데 이어 범여권 예방에 나섰다. 김 대표는 혁신당 신장식 대표를 찾아 “12‧3 내란을 헤쳐 나온 동지이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개혁의 방향을 큰 틀에서는 공유하는 동지”라며 “정치제도 개혁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호 미래 관계를 연대로 할 것인가, 합당으로 할 것인가라는 연대와 협력의 방식을 결정해야 할 현안을 가지고 있는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다”며 “동시에 그런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선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당을 찾은 김 대표는 “빛의 혁명 과제에 대한 연대나 합의가 실제로 제도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데에 아쉬움이 있다”며 “총선을 2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합의를 한번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본소득당과 함께한 자리서는 “기본소득당의 성장과 발전은 기본소득당만의 몫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진보 세력 모두의 숙제다. 우리도 공통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연대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도 만났다. 그는 사회민주당을 정치 파트너라고 치켜세우며 “12·3 내란 극복을 함께했고, 이후에도 사회 개혁에 대한 의제에 있어 공통되는 부분이 많고, 또 정치 발전에 있어 선거제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앞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대목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보다 사회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적인 가치 정치 세력이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 하는데 저희도 함께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김 대표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예방할 예정이었지만 개혁신당 요청으로 일정이 취소됐다.

벌써부터
삐그덕

이처럼 김 대표가 폭 넓은 연대를 강조했지만 심리적 화합이 이루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범여권이 서로 손을 맞잡기 위해서는 ‘계엄 반대 탄핵 찬성’이라는 교집합보다 더 큰 이념적 가치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자 연대의 핵심축이어야 할 혁신당이 김 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대통합 추진단 구성 과정을 지적했다. TF 구성 직후 혁신당 측에서 “혁신당과의 연대를 담당할 기구와 담당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것이다.

혁신당은 입장문을 통해 “연대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양당 사이의 신뢰 회복 조치가 우선”이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돼야 하나, 핵심은 대선 당시의 원탁회의 선언문 이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민주당의 계획을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진보 4당은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내용이 담긴 선언문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갈등은 덮어둔 채 ‘대통합’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당 역시 “대통합 추진단 제안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그동안) 연대가 유명무실해졌다. 실질적인 연대를 복원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범여권과의 앙금과 신뢰 훼손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대통합 추진의 첫 번째 시험대로 지목된다. 그러나 혁신당은 이미 2028년 총선을 겨냥해 민주당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지난달 24일 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2028년 총선에서 이언주·강득구 국회의원 자리에 꼭 후보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떨어지는 지지율에 울리는 경고음
밀어붙이면 낭패? 험난한 통합의 길

조 원장은 <기호일보>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이 우리에게 합당을 제안해 놓고 엎어졌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평택을에서 단일화를 거부하는 등 연대를 하지 않았다”며 “그 연대 정신을 깨는 데 앞장서신 분들이 많다. 특히 경기도 내 국회의원들이 합당에 강경히 반대하고, 저에 대한 공격에 앞장서는 분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 이언주·강득구 의원의 지역구인 용인정과 안양만안을 거론하면서 “이언주 의원은 합당에 반대하고 ‘뉴이재명’ 같은 논란도 나오지 않나. 이 의원 같은 분이 이 대통령 성공에 도움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우리 당 소속 여성 인사를 꼭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곧바로 반발했다. 강 의원은 “저는 합당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며 당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을 제안했을 당시를 설명하며 “최고위원으로서 당헌·당규에 따라 의총과 당원들의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두렵지 않다. 선의의 경쟁으로 당당하게 승부하자”라며 “정치를 크게 하시라, 언론 인터뷰마다 남 탓을 하는 모습이 오히려 초라하고 안쓰럽다”고 조 원장을 직격했다.

민주당이 통합론을 꺼내 들기 무섭게 곳곳에서 해묵은 감정이 올라오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타협 없이 무리하게 연대를 추진할 경우 지지층의 이탈은 물론 불필요한 갈등까지 초래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승부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좌초할 경우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대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이 불거지거나 지분 등을 놓고 갈등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민주 진영 전체가 내분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면 오히려 레임덕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레임덕의 방아쇠일지, 대연합의 성공일지, 대통합 추진단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대통합 추진단을 바라보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추진단은 인재 영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대통합 추진단 1차 회의에서 “대통합의 원칙은 이기는 대통합과 지속 가능한 대통합”이라며 “개혁과 중도·보수에 이르는 모든 스펙트럼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대대적으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인물
다음 어디로?

이어 “우리 당의 내부 결속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진보·개혁, 그리고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 간 개인의 영입을 동시에 추진해야 당이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고 두 사안을 병행적으로 해나가면서 촘촘한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진보 세력과는 선거와 정치 제도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과거에도 했고 앞으로도 하게 될 것”이라며 “저는 원칙적으로 실행 가능한 합의를 하고 합의하면 실행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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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