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은 줄지 않는 반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매출이 유지돼도 비용 증가로 실제 점주에게 남는 수익은 줄었다는 이야기가 외식업 현장에서 나온다.

예비창업자들의 고민도 깊다. 창업을 미루자니 경기회복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뛰어들기에는 폐업 증가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불황이라고 창업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창업하느냐’보다 ‘어떤 구조로 창업하느냐’다.
호황기에는 매출 성장 가능성이 중요했다면 불황기에는 투자금과 고정비, 손익분기점(BEP), 운영 인력, 원가율을 먼저 살펴야 한다. 판단 기준이 ‘매출의 크기’에서 ‘실제 얼마가 남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로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얼마나 버티나
월 매출 5000만원을 올려도 임대료와 인건비, 식재료비, 배달 관련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월 매출 3000만원이라도 임대료가 낮고 1~2명이 운영하면서 원가를 잘 관리한다면 수익성은 더 높을 수 있다.
따라서 목표 월 매출이 4000만원이라면 3000만원, 2500만원까지 떨어지는 상황도 계산해야 한다. 예상보다 매출이 20 ~30% 감소했을 때 바로 적자로 돌아선다면 불황기에 취약한 사업모델이다.
최근 10~20평 안팎의 중소형 점포와 최소 인력 운영 모델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점포가 커질수록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뿐 아니라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까지 증가한다. 매출은 줄어도 고정비는 쉽게 줄이기 어렵다.
키오스크와 셀프서비스, 간소화된 조리 시스템 등을 활용해 1~2명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단순히 사람을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적은 인원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상권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역세권 대로변과 유명 상권은 매출 잠재력이 높은 대신 임대료와 권리금이 비싸고 경쟁도 치열하다. 반면 주거지와 학교·학원가, 직장인 수요가 결합된 생활 상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비로 반복 소비를 확보할 수 있다.

커피와 치킨, 분식, 한식, 도시락, 간편식처럼 구매 빈도가 높은 업종은 A급 상권보다 적정 임대료의 B+급 생활 상권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상권의 등급보다 예상 매출 대비 임대료가 적정한지가 중요하다.
점포를 볼 때도 유동인구보다 반경 400~500m 내 배후 세대와 직장인 수요, 경쟁점을 확인해야 한다. 배달을 병행한다면 1㎞ 안팎의 세대수와 경쟁 브랜드까지 분석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곳보다 반복 구매할 고객이 충분한 곳이 좋은 입지이다.
업종 선택에서도 유행보다 소비의 지속성을 살펴야 한다. 불황에는 커피, 치킨, 분식, 한식, 간편식 등 일상적인 소비 영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다만 단순히 저렴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소비자들은 가격과 함께 양과 품질, 편의성까지 따지기 때문에 ‘가격 대비 만족도’가 중요하다.
중소형 점포·최소 인력 모델 주목
당장 유행보다 소비 지속성 살펴야
홀과 포장, 배달 등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채널에 매출이 집중되면 시장 변화와 수수료 변동에 취약하다. 시간대와 고객층에 따라 홀, 테이크아웃, 포장, 배달 매출을 적절히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도 가맹점 숫자나 브랜드 인지도만 봐서는 안 된다. 정보공개서를 통해 신규 개점과 폐점, 평균 매출 등을 확인하고 실제 가맹점을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최고 매출 점포보다 평균적인 점포의 손익을 살펴봐야 한다. 상위 점포의 매출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평균 및 하위권 점포의 손익은 브랜드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준다.

원재료 공급가격과 필수품목, 광고·판촉비 등 실제 가맹점 부담도 따져봐야 한다. 기존 점주의 추가 출점 사례가 꾸준한지도 수익성과 만족도를 판단하는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불황일수록 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신규 출점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존 점포의 원가를 낮추고 매출 부진 점포를 관리하며 신메뉴와 판매 채널을 개발하는 본사가 경쟁력이 있다.
불황이라고 무조건 창업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포가 정리되면서 권리금과 임대료를 협상하거나 시설이 갖춰진 점포를 낮은 비용으로 인수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업종 전환이나 기존 시설 활용도 초기 투자금을 낮추는 방법이다.
다만 경기회복을 전제로 창업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소비 환경이 상당 기간 지속돼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 전문가들은 “불황기에는 예상 월 매출보다 손익분기점과 생존 가능한 최저 매출부터 계산해야 한다”며 “예상보다 매출이 20~30% 낮아져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창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 매출 점포에 비해 평균적인 점포가 얼마를 팔고 실제 얼마를 남기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를 낮추고 반복 소비가 가능한 상품과 다양한 판매 채널을 갖춘 점포가 불황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전략
결국 불황기 창업의 핵심은 고매출보다 고효율, 확장보다 생존, 유행보다 지속가능성이다. 잘됐을 때 얼마나 벌 수 있는가보다 ‘안 됐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대박이 날 것 같은 창업보다 쉽게 망하지 않는 창업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불황기에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창업 전략이다.
<webmaster@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