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41)상중하 계층별 양공주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8.31 01:08:07
  • 호수 15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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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미애는 귤 한 조각으로 입을 축인 후 계속 읽어 나갔다.

“꿈이 현실로 변하면 마음속을 덮고 있던 환상의 베일이 벗겨지는 것일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리자 처음 본 다른 세상 앞에서 신기함도 있었지만 오히려 두려움이 앞섰어. 내가 한국에서 마음속으로 지녔던 미국에 대한 친밀감은 허무하고 공허해지고 말았지. 차라리 이 순간부터 즉시 빨리 그런 헛된 공상을 버리고 현실을 바로 보는 게 아주 필요하다고 판단했어. 그래야만 나중에 제대로 된 친밀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공항을 빠져나갔단다. 너무도 넓은 땅. 내가 얼마나 작고 고지식한 미물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시가지를 지나 택시를 타고 존의 집으로 가는 동안,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그럭저럭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 어쨌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니까. 존이 동두천에서 속삭인 말은 대부분 허풍선이란 게 차츰 시일이 흐르면서 드러났지만 백프로 뻥은 아니기에 내가 잘해 실현시켜 보려고 해. 나름 정은 많아서 매일 껴안아 주며, 어서 빨리 나를 닮은 아기를 낳아 달라고 조르고 있어. 호호. 시부모도 인간미 있는 분들이라 어떤 편견 없이 아주 잘해 주셔. 한국 노친네들도 조선족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시집온 며느리들을 따스하게 대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아 참, 출국할 때 적어 온 은희 전화번호로 연락해 보았는데 전혀 불통이었어. 아무래도 무슨 사단이 있지 않나 싶어 걱정인데 어찌 해 볼 방도가 없어서 막 겁이 나곤 해.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속담에 배신당한 적이 너무 많으니 말야. 어디서든 별일 없이 살고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얘길 하면 괜히 우울해지니깐 그만 할래. 난 여기서 열심히 살 거야. 이곳 아메리카 어딘가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고 새끼를 낳아 퍼뜨릴 테야. 그러면 어느 훗날 제삿술 한잔 받아 먹을 수도 있으려나 호호, 사람 맘은 참 간사한가 봐. 떠나오고 보니 더 그리운 고향, 그곳에선 늘 쌍을 찡그리며 무시했던 고추장과 된장과 김치찌개가 얼마나 먹고 싶은지 그리고 밤마다 꿈에 이따금 나타나는 기억이 있어. 고향의 낡은 초가집 우물가에서 검둥개가 새끼를 낳는 장면인데 그건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도 했거든. 그래도 꿈과 사실이 막 헛갈려. 우물 옆에 선 오래 묵은 무화과 나무엔 새악시가 구박을 못 견뎌 목매 죽었다는 얘기가 떠돌았지. 검둥개는 바로 그 나무 밑에서 말없이 헐떡거리며 새끼를 낳고 있었어. 초여름 오후라 학교에서 돌아오니 모두 논밭에 나갔는지 집은 텅 비어 괴괴했지. 어린 계집애였던 난 처음엔 너무 놀라 울음을 터트렸어. 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허연 침과 꼬리 밑의 핏물. 난 개가 죽는 줄 알고 캄캄한 천둥번개 같은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떨었어. 하지만 얼마 후 검둥이가 무녀리 첫 새끼를 낳고 이어서 두 마리 세 마리, 다섯 마리까지 꼬물이 강아지를 낳는 동안 난 경이스런 맘으로 응원하며 지켜보았어. 마치 내가 낳듯이 검둥이는 기진맥진한 모습인데도 새끼들의 몸을 깨끗이 핥아 주더구나. 그러자 검정과 하양이 여러 가지 무늬로 섞인 강아지들이 귀엽게 낑낑거리며 어미 젖을 빨기 시작했지. 그제야 검둥이는 안락하면서도 연민 어린 눈으로 제 새끼들과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하더군. 내가 가져다 준 국밥은 본체만체한 채 그 모습을 보며 난 개에게도 내가 모르는 영혼이 흐른다는 걸 느꼈어. 언젠가 아기를 낳으면 피부 색깔이나 생김새가 어떻든 내 몸처럼 사랑해 줄 거야. 한번 속담을 흉내내 얘기해 볼까 봐. 생명은 영원하고 편견은 변한다. 호호, 정말 그럴까 몰라. 어쨌든 우린 그런 희망을 갖고 살자꾸나, 아 너무 그리워. 너도 이곳에 와서 함께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구 경아, 희영, 안나도 보고 싶다고 전해줘.”

희비 쌍곡선

미애는 낭독을 마치자 편지지를 곱게 접어 국제우편 봉투 속에 집어넣었다. 아마 그건 한두 번 되풀이된 건 아닐 터였다.

머나먼 꿈의 나라인 미국에서 또 다른 어떤 여자로부터 새 편지가 올 때까지 그건 무슨 신약성서처럼 계속 낭독될 터였다.

어떤 여자는 자기 삶의 목소리를 테이프에 녹음해서 보내오기도 했다. 블루문 클럽에 있을 때 청운은 맑고도 어딘지 애조 띤 여성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기지촌 여인들은 꿈을 이룬 이전 동료의 얘기를 들으며 흐뭇한 감동에 젖기도 하고 선망과 질투를 은근슬쩍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구 참, 듣기야 좋지만서두 이게 다 사실인지 쫌 의심스럽기도 하네.”

“엥, 그게 뭔 소리여?”

“왠지 침소봉대한 성싶은 구석이 보인단 말이지.”

“침소봉대는 웬 미국놈 빠는 소린겨? 겨우 간만에 미국 땅 가서 친정에 소식을 보내려다가 보면 좀 치장을 하는 게 정상이지, 뭘 미주알 고주알 따져? 일부러 불행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을 필욘 없잖아.”

공개적인 매춘 하지 않아
미군과 술 마시고 2차까지
늙은 몸 팔아 겨우 연명

“그래도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희비 쌍곡선이 교차해야지만 재미가 있지 맨날 햇빛만 내리쬐면 눈부셔서 얼마나 볼까 싶어.”

“이게 영화야? 드라마야? 실제 현실이잖아. 비극이나 불행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해.”

“그래,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일 뿐야.”

“알어, 니 맘 아니까 됐어. 니 맘이나 내 맘이나 우리들 맘이 뭐 그리 차이가 있겠니.”

“호호, 동감이야.”

몽키하우스에서는 모든 양공주들이 동등했다. 적어도 미군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성병균 보균자로서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기지촌 클럽 안팎을 놓고 보면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의 차이가 있었다. 이른바 상류층은 공개적인 매춘을 하지 않고 미군과 계약 결혼 또는 동거를 해 살아가는 여자들이었다.

계급 높은 장교들과 사는 양색시들은 동두천 바닥에서 공작부인으로 행세할 수도 있었다. 여기엔 클럽 댄싱걸도 포함되었다.

그녀들은 대체로 호스티스와는 다른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설령 미군과 성매매를 하더라도 스스로 상대를 골랐다.

중류층은 클럽에서 호스티스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양색시들로, 미군과 함께 술을 마셔 매상을 올려 주고 이어 몸까지 제공하는 위안부였는데 그 수가 가장 많았다.

마지막으로 하류층은 인생의 막바지에 늙은 몸을 팔아 겨우 연명해 나가는 퇴기와 비슷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론 미군을 유혹하기 어려워 썩 진한 화장을 하곤 싸구려 화대로 양키 녀석들을 꼬셨다.

대개 주색과 마약에 중독돼 가난하거나 취향이 괴상한 놈들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그녀들을 먹여 살렸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쥐꼬리 같은 화대로 늙은 몸과 영혼을 괴롭혔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퇴기들은 인간의 악마성을 마구 표출하기도 하는 일부 미군들의 무자비한 폭력 범죄 앞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다.

반평생을 몸 바쳐 외국군에 시달려 온 늙은 패랭이꽃들은 청춘을 잃어버린 채 밤거리를 방황하며 펨프(매춘 중개인)나 히빠리(최하급 위안부) 노릇을 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얼어 죽거나 미군 범죄의 희생자가 되어 한 많은 생을 끝내곤 했다.

상류층에서 하류층에 이르는 위안부 여자들이 맞대 놓고 계층 의식을 드러내는 건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가는 모두의 눈총을 받고 따돌림을 당했다. 그렇긴 해도 은연중에 어떤 감정이나 기색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까? 하지만 몽키하우스에 감금된 여자들은 어쨌든 모두가 비슷해 보였다.

신세 타령

수용소에서는 성병 검사실에 가서 규칙적으로 체크를 하고 주사를 맞았다. 한낮의 자유시간에 여자들은 뜨개질을 하거나 주간지를 읽거나 끼리끼리 모여 앉아 한 맺힌 신세 타령이나 미군 체험담을 늘어놓곤 했다.

‘저 여자들이 어떤 존재인지는 그 어떤 누군가가 당장 밝혀내긴 어려울 거야. 아마 본인들 스스로도 언젠가 미군이 이 땅을 떠나거나, 한미 관계가 평등해져서 한국인들 모두가 또렷이 현실을 알게 될 때까지는….’

청운은 여숙소의 방문을 닫은 후 어둑한 복도를 걸어 내려오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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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