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고려아연 소액주주들이 지난 25일, 임시주주총회(9월9일)를 앞두고 국내 주요 의결권자문기관에 감사위원 후보 평가 기준과 권고 과정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고려아연 소액주주모임은 서스틴베스트, 한국ESG기준원(KCGS), 한국의결권자문 등 3개 기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감사위원 후보의 경력과 전문성만 볼 것이 아니라 현 경영진을 실제로 독립적으로 견제하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핵심 기준으로 평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안이 다뤄진다.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와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선임이 단순히 사외이사 한 명을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회계처리, 내부 통제, 대규모 투자, 자본거래 및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여러 현안을 앞으로 누가 독립적으로 살펴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것이다.
소액주주모임은 감사위원에게 전문성 못지않게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검찰 등 여러 감독·수사기관이 각각 다른 사안을 다뤘거나 절차를 진행한 만큼 이러한 상황을 감사위원 후보 평가에 반영했는지 의결권자문기관에 답변을 요구했다.
소액주주 측은 “각 기관의 조사나 절차가 곧 회사나 경영진의 위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회계와 내부통제, 투자 및 자본거래 관련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감사위원이 이를 독립적으로 점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회계처리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기존 내부통제와 감사 기능이 왜 사전에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는지도 새로운 감사위원이 살펴야 할 핵심 사안이라는 것이다.
“회계 전문성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추천자보다 실제 독립적인지 중요”
소액주주들은 후보자의 추천 주체만으로 독립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사 추천 후보라고 해서 반드시 경영진에 종속돼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주주제안 후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결권자문기관들이 두 후보의 추천 과정과 추천 주체와의 관계, 과거 경제적·업무적 관계, 경영진 또는 대주주와의 이해관계 등을 실제로 검증했는지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또 후보자들의 경력자료와 주총 공고만 검토한 것인지, 후보자 인터뷰 또는 서면질의를 통해 실제 감사계획과 직무수행 의지까지 확인했는지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소액주주들이 특히 확인을 요구한 부분은 후보자들이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경우 최고경영자가 관여한 사안이라도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공개질의서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금융당국이 지적한 회계처리 문제, 해외계열사 및 의결권 제한 관련 거래,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추진 과정 등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제시됐다.
소액주주들은 해당 거래의 결과만을 놓고 위법이나 배임 여부를 단정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심사가 충분했는지 ▲이해상충은 없었는지 ▲이사회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가치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손실 가능성과 회계처리가 적절하게 관리됐는지 등은 감사위원회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 측은 “과거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도 감사위원의 역할”이라며 “이러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검증하겠다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가 있다면 의결권 권고에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아시아·이그니오 등 과거 투자도 검증해야
“경영 안정성보다 감사위원 견제 기능이 본질”
소액주주들은 의결권자문기관들이 ‘경영 안정성’과 ‘감사위원 독립성’이 충돌할 경우 무엇을 우선하는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반 이사 선임에서는 경영의 연속성이나 전략적 안정성이 평가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감사위원의 본질적인 역할은 경영진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액주주 측은 “현 경영체제 유지 자체를 감사위원 후보 평가의 긍정적 요소로 삼는다면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감시해야 하는 감사위원 제도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며 의결권자문기관의 판단 기준 공개를 요청했다.
소액주주모임은 이번 공개질의가 특정 후보에게 찬성하거나 반대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느 후보를 추천하든 의결권자문기관의 독립적인 판단은 존중하지만, 두 후보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는지와 그 판단 근거는 시장과 주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추천 후보에게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면서 주주제안 후보에게만 독립성을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반대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요소만 선택적으로 평가한다면 의결권자문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모임은 “이번 감사위원 선거의 핵심은 누가 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라며 “최고경영자가 관여한 사안에도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지, 자신을 추천한 측에 불리한 사실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와 특정 경영자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회사와 전체 주주의 편에서 판단할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는 것이 의결권자문기관의 전문성”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소액주주모임은 질의서 전달일로부터 10일간 각 기관의 공식 서면 회신을 기다릴 예정이다. 답변 내용은 소액주주들에게 공개하고 필요할 경우 언론에도 제공해 9월 9일 임시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회신 여부 역시 공개할 예정이다.
<heawoo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