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 컨소시엄이 최윤범 고려아연 사내이사 일가의 선행 투자 이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동일 기업에 후속 투자한 정황을 담은 형사사건 기록을 새롭게 확보했다며 사익 추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특히 컨소시엄은 이번에 확보한 자료를 통해 최 이사 일가가 먼저 투자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3곳에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모두 6차례에 걸쳐 690억원을 후속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제기됐던 원아시아 투자 논란이 단순 투자 손실이나 회계 문제를 넘어 개인 투자와 회사 자금의 이해상충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내달 9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 측 주장에 대한 컨소시엄의 의견’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고려아연을 상대로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의 형사사건 기록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이 포함됐다.
컨소시엄에 따르면 지난 6일,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지 대표의 형사사건 기록에 대한 법원 인증 사본을 확보했으며, 이를 분석한 결과 최 이사와 일가가 특정 기업에 개인적으로 투자한 직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같은 기업에 후속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 대표는 별도의 형사사건에서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컨소시엄이 제시한 기업은 아크미디어, 하이햇, 슬링샷스튜디오 등 3곳이다. 이들 기업은 고려아연의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제작 업체들로 확인된다.
구체적인 투자 내역도 공개됐다. 아크미디어에는 최 이사 측이 전환사채(CB) 12억원을 투자한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코리아그로쓰펀드에서 누적 250억원, 아비트리지펀드에서 40억원 등 총 290억원이 후속 투자된 것으로 컨소시엄은 제시했다.
하이햇의 경우 2021년 설립 당시 최 이사 일가가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3년 기준 최 이사 일가가 33.34%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아비트리지펀드와 망고스틴펀드에서 각각 200억원과 120억원 등 총 320억원이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슬링샷스튜디오에도 최 이사와 그의 사촌들이 전환사채에 총 24억4000만원을 투자한 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아비트리지펀드와 망고스틴펀드에서 각각 30억원과 50억원 등 80억원이 후속 투자됐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이 같은 투자 순서 자체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 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에서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먼저 투자한 뒤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 펀드가 후속 자금을 투입하면 해당 기업의 성장과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존 투자자인 최 이사 일가의 지분가치와 투자 회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영풍·MBK는 자료에서 “후속 자금이 기존 투자자의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의 자금이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최윤범 이사 개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집행됐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관여한 기업에 제공했던 자금이 이후 원아시아 펀드 투자금으로 상환됐다는 별도의 자금 흐름도 컨소시엄이 문제 삼았다.
컨소시엄 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어음이나 사채를 인수해 자금을 제공한 이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동일 기업에 투자했고, 일부 경우에는 해당 투자금이 기존 고려아연 자금의 상환에 사용된 정황도 제시됐다.
이에 따라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단순히 투자처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블라인드펀드의 수동적인 출자자였다는 기존 설명만으로는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그동안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에 출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블라인드펀드의 특성상 운용사인 GP가 구체적인 투자처를 결정하기 때문에 개별 투자에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MBK·영풍은 이번 형사사건 기록에서 확인된 선행 투자와 후속 투자의 반복적인 패턴을 근거로 “원아시아 투자를 운용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단순 블라인드펀드 투자로만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동시에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당시 이 같은 투자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자료에서 컨소시엄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내부 통제 문제다. 컨소시엄은 원아시아 투자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금융당국이 관련 회계처리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새로운 형사사건 기록까지 확보된 만큼 단순한 회계상 오류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측은 “관련 투자와 자금 흐름에 대한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감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라며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번 자료에 담긴 사익 추구 의혹은 현재까지 MBK·영풍 측의 주장이다. 금융당국이나 법원이 최 이사 일가의 개인 투자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후속 투자가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다. 고려아연 역시 원아시아 관련 투자에 대해 정상적인 재무적 투자였으며, 블라인드펀드 출자자로서 운용사의 개별 투자 결정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번 임시주주총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가 과연 독립적인 운용사의 투자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최 이사 일가의 선행 투자와 회사 자금의 후속 투자가 연결된 이해상충 구조였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특히 MBK·영풍이 이번에 형사사건 기록이라는 새로운 자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원아시아 논란은 기존의 투자손실·회계처리 문제에서 내부 통제와 사익 추구 의혹으로 쟁점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하는 MBK·영풍과 기존 경영진의 방어 논리가 정면 충돌하면서, 원아시아 투자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구조와 이사회·감사위원회의 감독 책임이 주주들의 표심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heawoo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