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소·고발로 얼룩진 ‘자동차 명장’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8.25 17:08:02
  • 호수 15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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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과 거짓으로…명성에 셀프 먹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자동차 급발진과 차량 결함 전문가로 유명한 ‘자동차 명장’ 박병일씨가 사문서위조, 조세범처벌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법적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법인과 개인사업자 사이의 카드 결제 문제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돼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쟁점은 박씨가 대표로 있던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와 개인사업체 카123텍 사이의 정비대금 결제 방식이었다.

매출 놓고
형사 공방

경찰 수사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두 사업체 사이에 도급계약이 존재했으며, 박앤장이 차량 고장 분석을 담당하고 실제 차량 수리는 카123텍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영업했다.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거래내역도 확인됐다. 경찰이 확보한 전자세금계산서에는 2020년 6월1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카123텍이 박앤장을 상대로 ‘자동차정비’ 명목으로 모두 1억8798만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으로 기재됐다.

또 2020년 3월13일부터 6월30일까지 박앤장 명의 카드단말기에서 결제된 ‘차량정비’ 항목은 모두 388건, 약 1억8026만원으로 정리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전자세금계산서가 발행된 금액이 카123텍으로 송금된 자료도 확인했다.

고소인 측은 카123텍을 찾아온 고객들이 박앤장에 별도로 차량 분석을 의뢰하거나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데도 실제 정비대금이 박앤장 명의 카드단말기로 결제됐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이를 두고 개인사업체 매출을 법인 명의로 결제한 것이라며 신용카드가맹점 명의 사용 및 거래대행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다른 신용카드가맹점의 명의를 이용해 거래하거나 가맹점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 신용카드 거래를 대행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사문서 위조·조세범 처벌법 위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 확인

고소인들은 박씨를 믿고 동업했지만, 금전적 피해를 입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 2020년 자동차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인들에게 이른바 ‘노파이어 워셔액’ 사업을 제안했다. 시중의 에탄올 워셔액이 교통사고 때 화재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불이 잘 붙지 않는 대체품을 만들어 판매하자는 것이었다.

박씨는 2017년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부 에탄올 워셔액의 화재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2020년 8월 그는 한 사업가에게 불이 붙지 않는 워셔액뿐 아니라 엔진오일 첨가제와 미션오일 첨가제 등을 함께 판매하는 유통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박씨는 국토교통부 측에서 좋은 제품이 있다면 관련 제도를 개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는 설명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금 모집 과정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면 피해액에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도 작성했다. 사업에 참여한 인물은 지인 두 명으로부터 각각 1억원씩 투자를 받는 등 자금 모집에 나섰고, 사무실 건축비 등을 포함해 약 15억6500만원이 투입됐다. 2020년 8월 ㈜카로마니가 설립됐다.

그러나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던 ‘노파이어 워셔액’은 양산 단계까지 순탄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 취재에서 박씨 측이 시험 중이던 제품은 영하 25도에서도 얼지 않아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데다 불꽃에 노출됐을 때 실제 불이 붙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불 안 붙는
워셔액 사업

박씨 측은 당시 “불이 붙기는 하지만 금방 꺼지기 때문에 화재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제품 개발 역시 계속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 측에서는 다른 주장이 나왔다. 박씨가 자동차 명장이라는 사회적 인지도를 활용해 제품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투자와 광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약속했던 워셔액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품 양산 실패와 자재대금 미지급 등으로 5억원을 웃도는 채무까지 발생했고, 결국 카로마니는 2024년 1월23일 파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워셔액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사업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박씨의 회사 자금 사용 문제는 실제 형사 처벌로 이어졌다. 당시 확보된 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카로마니 계좌와 연결된 법인체크카드를 보관하던 중 2020년 9월15일께 직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인출하도록 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 돈이 박씨가 매입한 토지의 잔금과 관련한 이자 지급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판단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23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3870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됐다. 인천지방법원은 2022년 6월2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박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박씨 믿고
투자했는데…

카로마니 대표는 앞서 같은 해 3월 박씨 등을 공금유용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회사의 지출결의나 이사회 승인 없이 자금을 빼내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했다는 주장이었다. 박씨는 당시 개인적으로 회사 돈을 유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해당 자금이 개인 용도가 아니라 연구개발비로 지출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고, 경찰에도 관련 자료를 냈다고 주장했다.

‘박병일 명장’이라는 이름과 얼굴을 이용한 광고사업을 둘러싸고도 분쟁이 벌어졌다. 요소수 충전소를 운영하던 한 사업자는 박씨가 2021년 초 자신에게 1700만원과 3900만원 등 수천만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업자에 따르면 돈이 변제되지 않자 박씨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간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의 광고계약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2021년 5월13일 박씨의 인천 사무실에서 관련 계약을 체결했고, 사업자는 같은 해 6월부터 경기 평택의 요소수 충전소에 박씨의 사진과 이름을 내걸고 영업했다.

이후 또 다른 요소수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성주에서 요소수를 생산하던 사업자는 2022년 9월께 기존 충전소 운영자에게 박씨의 이름이 붙은 요소수 상표를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매출의 3%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 주장에 따르면 약 20만원씩 두 달 정도 지급한 뒤 약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후 이 사업자가 박씨와 별도의 상표계약을 맺었다는 점이었다.

‘노파이어 워셔액’ 15억대 투자금 꿀꺽
법인자금 임의 사용…업무상횡령 벌금형

이 업체는 2023년 4월께 박씨 이름을 내건 별도 요소수 충전소를 열었는데 기존 충전소와 거리는 불과 400m가량이었다. 같은 진행 방향에 비슷한 상호와 가격으로 영업하면서 기존 사업자는 영업권이 침해됐다며 반발했다.
박씨는 당시 채무관계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자신의 재산 규모를 언급하며 수천만원이 없어 돈을 빌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씨에게는 업무상횡령 외에도 형사 처벌 전력이 있다. 인천지법은 2017년 11월13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2016년 9월 자신의 자동차 정비 사무실에서 과거 교제했던 여성이 1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해당 1000만원이 단순한 대여금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끝나는 과정에서 여성이 일정한 금액을 요구했고, 박씨가 이를 지급하기로 한 뒤 우선 1000만원을 건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여성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박씨가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형사 고소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무고가 개인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박씨가 뒤늦게 범행을 인정한 점과 자동차 정비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산업훈장을 받고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돼 사회활동을 해온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박씨는 당시 돈을 지급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설명을 내놨다.

광고·상표
놓고도 잡음

박씨가 대중적인 유명세를 얻은 가장 큰 계기는 자동차 급발진 문제였다. 박씨는 자신이 1999년 세계 최초로 급발진 원인을 규명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기존 취재에서는 박씨가 재현 실험을 했더라도 실험 절차와 결과를 논문이나 기술 보고서 등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남겨 외부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토요타 급발진 사태와 관련해 BARR그룹이 내놓은 분석은 ECU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과 실험 과정 등을 문서화하면서 외부 검증이 가능한 형태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당시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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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