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14개월 특검 끝, 특검공화국도 끝내야

검찰청이 사라지는 시대, 특검제도의 재설계

2024년 12월 비상계엄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긴 ‘특검 정국’이 막을 내린다. 12·3 계엄 이후 특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까지 포함하면 1년8개월이지만, 3대 특검 출범부터 종합특검 종료까지 실제 특검 수사가 이어진 기간은 약 14개월이다.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에 이어 이들의 미제 사건을 넘겨받은 권창영 종합특검도 23일 180일간의 수사를 종료하고, 24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제는 누가 얼마나 구속되고 기소됐는지만 셀 것이 아니라 이 거대한 특검 실험이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는지 물어야 할 때다.

특검 정국의 출발점은 12·3 비상계엄이었다.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가 이어졌고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뒤인 2025년 6월5일 민주당이 주도한 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 법안은 모두 찬성 194표로 가결됐고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정해 대부분 표결에 불참했다. 윤석열정부에서 거부권에 막혔던 특검들이 정권교체와 함께 한꺼번에 출범한 것이다.

3대 특검을 이끈 인물도 각기 달랐다. 내란특검은 검사 출신 조은석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건희특검은 판사 출신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순직해병특검은 군검찰 출신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맡았다. 여기에 3대 특검이 끝난 뒤 미진한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위해 판사 출신 권창영 변호사가 2차 종합특검을 맡았다. 결국 하나의 전 정부를 둘러싼 의혹을 네 명의 특별검사가 약 14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파고든 셈이다.

규모도 전례가 없었다. 출범 당시 법정 최대 정원은 내란특검 267명, 김건희특검 205명, 순직해병특검 105명으로 세 특검을 합치면 577명에 달했다. 내란특검은 파견검사 60명, 김건희특검은 40명, 순직해병특검은 20명을 둘 수 있었고 여기에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까지 대거 투입됐다.

이후 법 개정으로 인력과 기간은 더 늘어났다. 사실상 대형 수사기관 여러 곳을 동시에 가동한 것과 다름없는 규모였다.

실제 내란특검은 238명 규모로 운영됐고 검사·검찰수사관뿐 아니라 경찰과 공수처 인력까지 참여했다. 180일 동안 249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리하고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27명을 재판에 넘겼으며 윤 전 대통령·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 3명의 신병을 새로 확보했다. 특검은 비상계엄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해 준비됐다고 결론 내렸다.

12·3 계엄의 준비와 실행 과정을 형사사법의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은 내란특검의 가장 큰 성과다.

민중기 김건희특검 역시 180일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고가 금품수수 등 광범위한 의혹을 수사했다. 김건희 씨를 구속 기소하고 윤 전 대통령까지 추가 기소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형사재판을 받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김건희특검은 20명을 구속하고 66명을 기소했다. 오랫동안 기존 수사기관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대통령 배우자 관련 의혹을 사법 절차 위에 올렸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이명현 순직해병특검은 150일간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33명을 기소했다. 채 상병 순직 책임뿐 아니라 이른바 ‘VIP 격노설’에서 시작된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 과정, 공수처 수사 방해 의혹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185차례 압수수색과 300여명에 대한 대면조사를 벌였고 윤 전 대통령을 수사 외압과 이종섭 도피 의혹으로 두 차례 기소했다.

권력이 수사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사법적 판단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3대 특검 전체를 합치면 중복을 제외하고 24명을 구속하고 121명을 기소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빈손 특검’이라고 할 수 없다. 대통령도 대통령 배우자도 권력기관도 법 밖에 존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했고, 비상계엄과 채 상병 사건,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가운데 상당 부분을 수사기록과 공소장으로 남겼다.

앞으로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하겠지만 국가 권력의 작동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 자체는 우리 민주주의가 얻은 자산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3대 특검으로도 미진한 의혹이 남았다며 2차 종합특검을 추진했고 권창영 특검이 지난 2월 다시 출범했다. 종합특검의 수사 대상은 내란·외환과 선거·권력 개입 등 17개 의혹이었고 법상 파견 검사 15명, 특별수사관 100명, 파견 공무원 130명 등 최대 251명을 둘 수 있었다. 수사는 법 개정 등을 거쳐 23일 종료한다. 검사 정원 15명을 채우지 못해 법무부가 공개 모집에 나서는 이례적인 장면도 나타났다.

종합특검도 성과는 있었다.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의 21그램 수주 특혜와 정부 예산 전용, 감사원의 감사 무마 의혹을 파고들었고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 의혹과 군·국정원·검찰의 계엄 관여 의혹 등을 추가로 수사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를 비롯해 전 정부 대통령실·정부여당·감사원·군·국정원·검찰 관계자 50여 명을 기소했다. 3대 특검이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권력기관의 연결고리를 추가로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반면 종합특검은 특검의 한계도 동시에 보여줬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노상원 수첩,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개입, 디올백 수사 무마, 통일교 수사 무마 등 굵직한 의혹 가운데 상당수를 끝내 결론 내지 못하고 다시 경찰 등에 넘기기로 했다. 3대 특검에서 핵심 증인으로 평가받았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조성현 대령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앞선 내란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인물들을 후속 종합특검이 다시 기소하면서 특검끼리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이번 특검 정국이 남긴 더 큰 질문이 나온다. 첫 번째 특검에서 결론 내지 못한 사건을 두 번째 특검이 다시 수사하고, 그래도 결론을 내지 못한 사건을 또 경찰에 넘긴다면 특검은 어디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특검이 특검을 낳고 그 특검이 다시 수사를 넘기는 구조라면 ‘특별한 수사’라는 본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청 자체를 없애는 나라에서 지금 방식의 특검을 언제까지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도 이제는 물어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민주당과 정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3대 특검을 ‘내란 종식’과 진상규명의 핵심 수단으로 규정했고, 3대 특검 종료 뒤에도 미진한 부분을 밝혀야 한다며 종합특검을 밀어붙였다. 정부 역시 3대 특검법을 이재명정부의 사실상 1호 법률로 공포했고 수사기간과 인력을 늘리는 개정안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전임 정부에서 권력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의혹을 밝히겠다는 명분이었다. 그 명분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민의힘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3대 특검법에 반대 당론을 정했고 종합특검에 대해서도 이미 수사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재탕 특검’, 야당과 전 정부를 겨냥한 ‘정치보복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내란특검 종료 당시에도 추가 특검을 위한 명분 쌓기이자 야당 탄압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물론 특검 대상자와 정치적으로 가까운 정당의 주장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특검이 정권교체 뒤 전 정권을 응징하는 도구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까지 무시할 이유는 없다.

특검을 평가하는 기준은 어느 정당에 유리했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다시 야당이 되고 국민의힘이 다시 여당이 되더라도 똑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인가가 기준이어야 한다. 야당일 때는 성역 없는 수사라며 특검을 요구하고 여당이 된 뒤에는 정치 보복이라며 반대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권에 따라 정의가 되기도 하고 정치보복이 되기도 한다면 그것은 제도가 아니라 정치의 칼이 될 수밖에 없다.

특검의 존재 이유는 권력을 대신해 상대를 처벌하는 데 있지 않다. 기존 수사기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이해충돌 때문에 제대로 수사할 수 없을 때 예외적으로 독립된 수사기구를 만들어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 특검의 본래 취지다.

따라서 현 정부가 전 정부를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한 칼로 특검을 이용했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실제 범죄 혐의가 있다면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 대통령이든 수사받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편을 수사했느냐가 아니라 같은 기준을 다음 정부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다.

그리고 이제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다. 지금까지 특검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거나 검찰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됐을 때 필요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는 10월2일이면 78년간 유지돼 온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체제가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를 한 조직이 함께 행사하던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을 완성한다고 선언하면서 과거 검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발전해 온 지금 방식의 특검을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검찰청이 없어진다고 특검이 법적으로 자동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검사는 검찰청의 한 부서가 아니라 국회가 만든 개별 특검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설치되는 독립적 수사·기소 기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고위공직자, 경찰이나 중수청·공소청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에서는 앞으로도 특검이 필요할 수 있다. 오히려 권력기관끼리 서로를 감싸는 상황이라면 검찰청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수사의 필요성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특검법도 이제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첫째, 기존 수사기관으로는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는 객관적 사유가 있을 때만 특검을 가동하고, 둘째, 이미 특검이 수사한 사건을 또 다른 특검이 반복 수사하는 ‘특검의 특검’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셋째, 수사 대상과 기간·인력의 상한을 분명히 해 특검이 또 하나의 거대 상설수사기관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넷째, 공소청·중수청 체제에 맞춰 수사인력 파견과 기소·공소유지 주체도 새로 설계해야 한다. 특검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정말 특별한 경우에만 쓰자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특검의 상시화’를 막는 일이다. 특검은 이름 그대로 특별해야 한다. 여야가 충돌할 때마다 특검을 만들고, 첫 번째 특검이 끝나면 두 번째 특검을 만들고, 그래도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 번째 특검을 만드는 나라가 정상일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경찰도 중수청도 공수처도 공소청도 믿지 못하고 결국 정치권이 만든 임시 수사기관만 믿는 셈이다. 그것은 사법개혁의 성공이 아니라 국가 수사시스템에 대한 불신의 제도화일 뿐이다.

약 14개월의 특검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도 여기에 있다.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대통령과 배우자도 법 앞에 예외가 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동시에 수백명의 인력을 동원하고도 모든 의혹을 밝힐 수 없다는 사실, 수사 범위를 무한정 넓히면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진다는 사실, 특검끼리조차 같은 사건을 놓고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특검이라고 언제나 진실에 도달하는 만능 기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특검의 성과는 법원에서 검증받으면 된다. 기소 숫자가 많다고 성공한 특검도 아니고 무죄가 나온다고 모든 수사가 정치 수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유죄가 확정될 것은 확정되고 무죄가 선고될 것은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 정치권도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검이 정치적 결론을 대신 내리는 순간 사법은 정치가 되고, 정치가 특검을 이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특검은 정권의 칼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주당과 현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끝내겠다며 검찰청을 없애는 대수술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검찰공화국을 끝낸 자리에 ‘특검공화국’을 세워서는 안 된다. 최근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안을 추진 중인데, 이는 14개월 특검을 끝내자마자 또 다른 특검 정국을 여는 셈이다. 검찰공화국을 끝내겠다면서 계속 새로운 특검을 만들어낸다면 결국 다시 ‘특검공화국’으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공소청·중수청·경찰·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특검은 이들 기관으로는 공정한 수사가 불가능한 극히 예외적인 사건에만 작동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이나 반대편 권력을 겨냥한 특검이 출범하는 악순환도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

그것이 지난 14개월 동안 네 개의 특검을 경험한 대한민국이 얻어야 할 가장 값비싼 교훈이다. 특검의 성과를 평가하는 마지막 기준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사하고 기소했느냐만이어서는 안 된다.

특검의 진짜 성공은 더 많은 특검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특검이 필요 없는 나라’를 만드는 데 있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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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