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창영 종합특별검사팀은 지난2월25일 출범해 오는 23일 수사를 종료한다. 종료를 2주 앞둔 지금, 특검은 40명 안팎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명단에 정보사령부 사건이 들어 있다.
특검은 지난 6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형법 제99조 일반이적 혐의로 입건했다.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제공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중죄다.
혐의의 골자는 이렇다. 정보사가 2024년 3월부터 11월까지 특수임무대(HID) 요원을 동원해 여러 차례 실시한 북파 훈련이,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이른바 ‘북풍 공작’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특검은 잠수정과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활용한 훈련 방식이 통상적 훈련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고 있다.
수사는 이미 비밀부대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특검은 지난 5일 강원 속초의 HID 부대를 찾아 현장 검증을 했고, 7일과 10일에는 서해안과 남해안의 정보사 예하부대를 각각 방문했다. 3일에는 별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문상호 전 사령관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해 조사했다. 문 전 사령관은 대부분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칼럼이 묻는 것은 계엄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다. 12·3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였고, 그에 대한 사법적 책임 추궁은 마땅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국가가 가진 마지막 대북 응징 수단을 공개 법정으로 끌어내는 방식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수사를 넘어선 국가적인 문제다.
HUMINT는 왜 어느 나라서도 법정에 서지 않는가
인간정보, 즉 HUMINT는 위성으로도 감청으로도 대체되지 않는 정보의 마지막 영역이다. 적의 능력은 여러 기술적 정보로 읽을 수 있지만, 적의 의도는 사람을 통해서만 읽힌다. 김정은 정권처럼 폐쇄적이고 의사결정이 소수에 집중된 체제를 상대할 때 그 격차는 결정적이다.
그리고 이 영역에는 세계 공통의 불문율이 있다. 평시의 인간정보 활동은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공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CIA도, 영국의 MI6도, 이스라엘의 모사드도 자국 요원의 평시 임무를 법정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조용히 내부에서 처리하고, 대외적으로는 침묵한다. 정보기관의 활동이 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때조차 그 심사는 비공개 특별 절차 안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나 영국의 수사권조사재판소(IPT)가 그런 장치다.
이유는 도덕적 결벽이 아니라 냉정한 계산이다. 평시 인간정보 활동은 상대국의 국내법으로 보면 언제나 불법이다. 그것을 자국 공개 법정에서 다루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 그 불법성을 인정하고 세계에 공표하는 셈이 된다. 국제법이 이 영역을 명시적으로 규율하지 않고 방관해 온 것은 입법 공백이 아니라, 각국이 의도적으로 유지해 온 회색지대다.
기소장은 국가의 자백서
형사 절차는 본질적으로 공개를 전제한다. 공소장에는 범죄 사실이 특정돼야 하고, 특정된다는 것은 시기·장소·수단·참여자를 적시한다는 뜻이다.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한다면 공소장에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북파 훈련이 이뤄졌는지가 명시돼야 한다. 재판이 시작되면 증거 목록이 만들어지고, 증인이 소환되고며 신문조서가 낭독된다.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치며 판결문이 축적되고, 그 판결문은 공개된다.
잠수정과 동력 패러글라이딩 침투훈련은 특검이 이미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어느 해안에서, 어느 계절에, 어떤 장비로, 어떤 경로를 상정해 훈련했는지가 법정 기록으로 확정되면 그것은 대한민국 대북 특수작전의 교리와 능력에 관한 공개 문서가 된다.
정보 분야에서 이런 자료는 통상 수십년간 축적된 노력의 산물이며 상대에게는 대응 매뉴얼의 초안이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사람이다. 재판은 관계자의 진술을 요구한다. 지휘관은 물론이고 훈련에 참여한 요원, 지원 인력, 장비 운용자가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 이름조차 기밀인 부대에서 신원 노출은 곧 해당 요원의 임무 수명 종료를 의미한다.
상대에게 명분 제공하는 수사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대한민국 사법부가 ‘정보사의 대북 침투훈련은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이적 행위였다’는 취지의 판결을 확정한다면 그 판결문은 누구에게 가장 유용한 문서가 되겠는가.
북한은 오랫동안 남측의 대북 특수작전을 자신들에 대한 ‘적대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각종 도발의 명분으로 삼아 왔다. 그동안 그 주장은 근거없는 선전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법원이 우리 스스로의 훈련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문서가 존재하는 순간, 그 선전은 남측 사법부의 인증을 받은 주장으로 격상된다. 상대는 이제 자국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 판결문을 인용하면 된다.
이것은 가정이 아니라 정보전의 기본 문법이다. 상대에게 유리한 문서를 스스로 생산해 건네주는 일이 결과적으로 이적행위 아니겠는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한번 찢어진 그물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 대북 인간정보망은 2024년에 이미 한 차례 타격을 입었다. 정보사 군무원의 기밀 유출로 해외에서 활동하던 블랙요원들의 신원이 넘어갔고, 해외 파견 인원은 긴급 복귀했다. ‘휴민트의 붕괴’라는 공공연한 평가도 있었다.
그 손실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인간정보망은 예산으로 사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과 신뢰로 짜는 그물이다. 한 명의 협조자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그 네트워크가 의미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까지는 다시 수년이 걸린다. 특검은 시한부지만, 무너진 공작망의 복원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이미 한 번 찢어진 그물 위에서, 이번에는 우리 손으로 남은 매듭까지 해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계엄 명분 조작 의혹은 덮으라는 말인가?”
예상되는 반론이다. 이 지점에서 논의를 정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특검의 논리는 형식적으로 ‘평시 대북 임무 자체를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계엄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훈련이 기획됐다면 그것은 국가의 군사적 이익을 해한 것’이라는 구조다. 만약 그것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그 행위는 HUMINT로서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 국가의 정보 역량을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동원한 것이야말로 심각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이 구분 자체는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문제는 그 구분이 실제 형사 절차 안에서 유지될 수 없다는 데 있다. 목적을 입증하려면 훈련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해야 하고, 실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정보 능력이다. 지휘관의 의도는 끝내 입증에 실패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침투 경로와 장비 운용 방식은 되돌릴 수 없다.
정보의 세계에서 무죄 판결은 원상회복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안의 쟁점은 ‘수사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절차로 하느냐’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절차, 국방부의 내부 감찰, 그리고 필요하다면 군사기밀을 다루는 비공개 심리라는 경로가 존재한다. 계엄 관련자에 대한 형사 책임은 이미 내란 혐의를 비롯한 다른 공소사실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다. 굳이 HUMINT 임무를 공소사실의 축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은 없다.
국가 중요 정보자산을 수사 성과의 제물로 삼지 말라
이 칼럼의 요구는 세 가지다.
첫째, 특검은 남은 기간의 기소 판단에서 정보사 관련 공소사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사 기한 종료를 앞둔 무더기 기소, 이른바 ‘헤비테일’ 방식은 사안의 경중을 가릴 시간을 스스로 줄인다. 국가 안보에 직결된 사안일수록 마감에 쫓겨 결정해서는 안 된다.
둘째, 법원은 만약 공소가 제기된다면 심리 비공개와 증거 열람 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공소 기각은 절차적 하자에 한정된 제도이므로 내용의 부당함을 이유로 각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판의 공개 범위를 최소로 통제하고,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증거의 현출을 제한하며, 판결문에서 작전 세부를 특정하지 않는 것은 법원의 재량 안에 있다. 사법부가 그 재량을 안보 감수성을 갖고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셋째, 국회는 정보기관과 특수작전 부대를 대상으로 한 형사 절차의 특별 규정을 입법해야 한다. 정보기관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원칙과 정보활동은 공개될 수 없다는 현실은 충돌한다. 이 충돌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다른 나라들은 이미 갖추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없다. 이번 사태는 그 공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돼야 한다.
특검은 한시적이고 정부는 바뀌지만 국가는 남는다. 대북 인간정보망은 대한민국의 중요 자산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계엄의 책임을 묻는 일과 국가의 핵심 정보 역량을 지키는 일은 양립할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법정에 세우고 무엇을 세우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분별이 필요하다.
그 분별을 잃는다면, 우리는 과거를 심판하는 대가로 미래 기회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박민우는?]
(주)코러스리치 고문
정책학 박사
예비역 육군 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