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혐의는 내란중요임무종사다. 종합특검팀은 CIA 문건과 방첩사·경찰 연락망 구축 등이 그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본다. 홍 전 차장 측은 즉각 반발해 왔다. 끼워 맞추기식 모색적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한 모처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종합특검팀을 정면 비판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핵심 증거로 CIA(미 중앙정보국) 문건을 언급했었다. 해외정보국장이 홍 전 차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현안 태스크포스(TF)도 비슷하다. 팀이 홍 전 차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진술뿐이다.
생뚱맞은 TF
종합특검팀은 지난 7월 안보 위해 세력 명단과 관련해 국정원이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은 국정원이 통상적으로 작성해 온 합법적 업무 범위다. 문제가 됐던 건 ‘민간인 사찰’ 의혹 부분이다. 이 명단과 관계된 팀이 현안 TF다.
종합특검팀은 현안 TF가 홍 전 차장이 국정원장 직무대리를 맡았을 때 그의 지시로 설치된 팀이라는 진술을 확보했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홍 전 차장은 현안 TF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현안 TF는 국정원 2차장 산하 대공수사국(현 안보조사국)의 한 팀으로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비서실장(3급) 출신 A씨가 이끌던 ○○방첩센터 소속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방첩센터는 2022년 12월 초 100여명 규모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북한과 연계된 내국인 단체에 대한 첩보 종합 분석 및 추적 차단 등 대북 방첩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23년 8월 국정원 2차장 산하 직속 수사국으로 이전, 현안 TF로 이름이 바뀌면서 같은 해 12월 분야별 안보 위해 행위 추적과 대응 조치 업무가 추가됐다. 지난해에는 ○○대응단으로 명칭이 변경됐다가 수개월 전 해편됐다.
홍 전 차장은 “직무대행이 원장의 역할을 다하는 건 아니다. 1차장으로서의 직무대행을 하는데 2·3차장의 업무까지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는 건 충분히 알 수 있다. 2024년 1월16일 조태용 전 원장이 부임했으나 12월 말에 내정이 됐을 것”이라며 “사실상 국정원장이 내정된 상태에서 대행이 2·3차장, 더군다나 현안 TF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인데 차장 산하를 건너서 해외 담당 차장이 하라고 하면 부서장들이 그걸 따르겠나. 기본적인 업무로 봤을 때 말이 안 된다. 종합특검팀에도 이처럼 설명하고 나니 더는 묻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안 TF 문제 종합특검팀에 설명한 후 더는 묻지 않았다”
홍 명확한 연결고리 없어 “종합특검 수사 범위 아닐 수도”
홍 전 차장의 변호인인 김익현 법무법인 지석 대표변호사는 “현안 TF는 홍 전 차장과 연관돼있지 않다고 해도 종합특검팀의 수사 범위가 아닐 수 있다. 12월3일 이전 계엄이 있었던 그 이전에 특검법에 정해진 수사 대상은 외환죄 관련”이라며 “나머지는 12월3일 당일의 내란 4일부터는 안가 회동, 그다음 사이버 사찰, 여론조작 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안 TF는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걸 계속해서 수사하려고 하면 특검이 끝나고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해야 한다. 왜 종합특검팀이 그렇게까지 수사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 명단이 내란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지 확인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CIA 문건은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지시로 안보실→국정원 비서실→조태용 전 국정원장→1차장 산하 해외정보국장에게로 전달됐다. 홍 전 차장은 명확하게 패싱됐다.
김 변호사는 “형사법적 수사를 오래한 수사관들이라고 하면 특검법에 수사 대상인지 내란 행위 법률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내란 다음 날인 12월4일에 CIA 계엄 정당화 메시지가 갔던, CIA를 만나서 뭘 했던지 내란 구성요건에 포섭하기 어렵다. 패싱이 맞다”며 “조태용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을 건너뛰고 해외정보국장에게 전달하고 해외정보국장은 최소한 얘기라도 해야겠다고 해서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다. 해외정보국장이 ‘홍 전 차장이 먼 산 바라보면서 딴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무관심하게 알겠다고만 했다’고 진술했다. 이게 계엄에 철저하게 가담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과 종합특검팀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내란 종료 시점을 두고 내란 특검팀은 2024년 12월4일 계엄 해제 시점을, 종합특검팀은 같은 해 12월14일을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법리 해석 자체가 충돌했다.
단순한 ‘수사 과정에서의 의견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 홍 전 차장 사건은 두 특검팀의 갈등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홍 전 차장의 법적 지위가 바뀐 것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를 바라보는 수사기관의 프레임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종합특검팀이 홍 전 차장을 재판에 넘길 경우 법원에서는 자연스럽게 기존 내란 특검팀의 수사·판단과 종합특검팀의 새로운 판단이 함께 비교될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면, 홍 전 차장 개인의 형사 책임을 넘어 두 특검팀의 수사 정당성과 수사 범위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종합특검팀이 12월14일 판단을 유지하면 현재 내란으로 기소돼 재판받는 이들에게 유리해질 수 있다. 내란의 기수가 아니라 내란의 미수가 될 수도 있다”는 김 변호사는 “그날 종료되기 전에 철수한 사람들도 있다. 심하게 얘기하면 종료되지 않았고 철수했으면 내란 중지 미수 아니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위험한 법리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수차례 방문해 북 파병 확인…국정원 위상 높아져
“대통령 정책 결정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나 심각히 고민해야”
홍 전 차장은 고위직임에도 우크라이나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충성했던 인물이라고 폄하하거나 12·3 내란 준비를 위해 북한 관련 공작을 준비했던 게 아니냐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의 안보 관련 부분에 대해 정보 판단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과 동시에 정보기관으로서 당연한 행보였다. 윤석열정부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문재인정부나 그전 정권에서도 블랙으로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동안 그 활동 하나하나가 특정 정권을 위해 일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최근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이 5만여명의 군을 다시 파견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반도와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지구의 반대편에 있다”며 “과거 나토에서 브리핑했을 당시 유럽의 많은 국가의 안보 관련 인사들이 지구의 건너편에 있는 북한에서 1만명이 넘는 북한의 군인들이 파병하는 부분을 거의 경악적 수준으로 받아들였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파병 사실은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같이 합동으로 확인한 거다. 이처럼 난이도가 높은 업무는 차장이 직접 출장을 가기도 한다”며 “만약 우리는 모르고 있었는데 1만명의 정도가 북한이나 러시아 전선에 움직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세계 정보기관들이 이런 내용을 국정원이 확인하고 그 상황을 핸들링하는 걸 보고 상당히 국정원을 좀 다시 보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정원은 1961년에 탄생한 세월과 역사가 있는 정보기관이다.
“국정원이 뭐 하는 곳이냐면 국가의 생존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기관이다. 지금까지 개혁된 부분도 있지만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홍 전 차장은 “미국은 정보기관이 18개다. 특히 정보통합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이 너무 크다고 하면 조금 비슷한 사이즈의 영국이 있다. 영국만 하더라도 군 기관을 제외하고도 4개 기관이 있다. 시대에 맞는 다변화와 전문화, 정권이 바뀌면서 인적인 청산만 하는 개혁이 아니라 정보 환경에 맞는 정보기관으로의 체제와 개혁, 조직의 변화 이런 것들이 굉장히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도 가능성 없어
그러면서 “국정원은 국가기관이기에 부도날 일 없으니 망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 국정원이 이런 부분에서의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간다면 왜 선관위가 저렇게 됐나? 왜 검찰이 공중분해 됐나? 왜 방첩사가 해체됐나? 이는 시대적 상황의 니즈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국정원이 어떤 일을 해야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고 대통령의 직속 기구로서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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