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홍장원 수사 종합특검의 오해와 편견?①

“국정원, 12·3 내란 적극 가담? 동의할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다. 종합특검팀은 CIA 문건과 방첩사·경찰 연락망 구축 등이 그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본다. 홍 전 차장 측은 즉각 반발해 왔다. 끼워 맞추기식 모색적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한 모처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종합특검팀을 정면 비판했다.

“윤석열의 지시를 하달했다면 국정원은 12·3 내란에 연루됐을 거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홍 전 차장이 12·3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고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홍 전 차장 측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성립되려면 우두머리인 윤석열씨의 지시를 홍 전 차장이 그대로 이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홍 전 차장의 행보를 보면 윤씨의 지시를 따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당혹감과 허탈함

홍 전 차장은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을 포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등 4대 기관의 핵심 참고인이었다. 이들 기관 모두 홍 전 차장이 12·3 내란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홍 전 차장은 “잘 지내려 노력했는데 잘 지냈다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2024년 12월3일에 받았던 전화 한 통이 내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 변화시킨 것 같다. 인생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고 피의자 신분까지 됐다. 한국 현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종합특검팀이 홍 전 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로 입건했다고 발표한 건 지난 5월18일이다.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적도 없다. 홍 전 차장은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종합특검팀이 발표하기 전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순간 멘붕이 왔었다. 입건 된 뒤 그 주 금요일에 소환됐다. 변호인은 법리 검토를 이유로 일정을 조정하자고 했지만 일찍 가서 설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의 변호인 김익현 법무법인 지석 대표변호사는 “피의 사실이 뭔지 몰랐다. 1차 내란 특검팀 때 국정원 정무직들은 아무도 입건되지 않았다. 국정원이 내란의 무풍지대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종합특검팀은 정무직들을 일괄적으로 입건해 발표했다. 전격적이었다. 종합특검팀은 국사범을 다루는 특검팀이다. 통상 적어도 수사 경험이 있거나 노련한 수사기관의 경우에는 내란 특검팀을 존중해서라도 홍 전 차장을 참고인으로 먼저 불렀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 전 차장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성립되려면 윤씨에게 전화를 받은 직후 정무직·부서장 회의에서 윤씨의 지시를 전파하거나 알렸어야 한다. 그의 움직임은 달랐다. 윤씨의 지시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무직 회의가 끝나자마자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달했을 뿐이다.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의 말을 사실상 무시했다.

“인지 못하고 지인과 식사하다 뉴스 보고 알았다”
윤 지시 거부·지시 내란중요임무종사 성립 불투명

“한때 상관으로 모셨던 분이고 지금도 스마트한 외교관이라고 생각한다. 12·3 내란 그날 밤에 있었던 독대의 순간 이후와 이전이 완전히 서로 다른 사람이 됐다. 결국 나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지만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8일 조 전 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 기자회견을 통해서 내가 정치 중립을 위반했다면서 경질했다고 했고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다음 중앙지검 공공수사부에서 국정원법 위반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적이 있다. 그때 날 살렸던 게 봉지욱 기자다. 봉 기자가 ‘체포되실 수 있다’는 취지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그날 연락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되뇌었다.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과의 독대를 마치고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30분경에 국정원 청사를 떠났다.

그는 “다시 좁혀가면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면 정무직·부서장 회의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거다. 회의는 10분 남짓이었다. 그 시간 안에 일방적으로 어떤 걸 어떻게 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다. 각 부서가 비상계엄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간단한 이야기가 오갔던 자리”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내가 체포조를 운영했나? 체포조를 파견했나? 국정원에 있는 청사 내에서 단 한 명이라도 체포와 관련된 부분에 임무를 두고 청사를 떠난 직원이 있는가? 방첩사의 인원과 예산을 지원하려고 했나? 아니면 위치 추적을 하려고 했나?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돼서 구체적인 행위를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관련된 사항으로 국정원이 뭘 했다는 부분도 아직까지는 확인이 안 된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합특검팀에는 국정원 방첩·대공 전·현직 직원 10여명이 파견돼 조사를 담당했다. 홍 전 차장을 조사한 종합특검팀 관계자들이 이들이다.

김 변호사는 “종합특검팀에 있는 국정원 전·현직 관계자 중 헤드급은 윤석열정부에서 옷을 벗었던 인물이다. 윤정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을 수 있다. 홍 전 차장의 경우 윤정부에서 정무직까지 올라갔었는데 그에 대해 감정적 베이스가 썩 유쾌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소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검으로 가 수사하는 입장이 됐을 때 정서적인 베이스가 페어한 상황에서 임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국정원 파견 수사팀들 속에는 그런 이유와 욕망이 개입돼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3차 소환 때도 혐의 사실이 불완전했다. 모색적 수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범죄 혐의를 찾기 위한 수사, 그러니까 어떤 피의 사실이 있고 피의 사실을 특정하려 수사의 단서가 있고 그 단서를 통해서 의심할 수 있다. 내란이라고 하는 수사는 수사의 단서가 누군가의 고소 고발로 이루어지거나 풍문으로 이루어지거나 그런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파견 수사팀, 홍 전 차장에 페어하지 않아”
“공소장에 내용 예상도 안 돼…모색적 수사” 의구심

그는 “우두머리인 대통령의 특정한 계엄이라는 상황에서 특정한 지시가 있었고 그 지시가 국정원으로 흘러 들어가서 아니면 홍 전 차장에게 흘러 들어가서 홍 전 차장이 지시했다 혹은 누군가에서 독자적으로 아니면 원장을 통해서든 어디 지시해서 실행했다는 단서가 나와야 한다”며 “지금 단서는 종합특검팀에 파견된 국정원 관계자들이 잡았던 12월4일 CIA 개엄 정당화 메시지 전파다. 노련한 수사관들의 경우라면 첫째, 이게 특검법의 수사 대상 범위에 들어가는가 두 번째, 이게 내란 행위에 포섭할 수 있는 법률 요건에 해당하는가 이런 거를 일단 맞춰야 한다. 이런 모든 부분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사팀 자체의 구성이나 이런 사람들이 종합특검팀이 갖는 어떤 역사·사회적인 의미나 책무를 갖고 했다기보다는 특정한 목적이나 그림을 먼저 잡고 그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래서 피의 사실 특정을 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공소장에 뭐라고 적힐지 예상되지 않는다. 결국 수사 자체가 몇몇 의심되는 행위들만 모색적으로 수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홍 전 차장은 12·3 내란 이후 중국으로의 출장이 계획돼있었다.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전 원장은 다음 날에 미국 출장을 가려 했다. 국정원 지휘부가 해외로 원장과 차장이 한꺼번에 가는 일이 굉장히 드물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국정원이 해외 현안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내란 사전 공모 관계가 있느냐?”며 “사실 별도의 수사팀에서 관련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수사팀은 ‘이번 비상계엄은 소위 군부가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군부 입장에서 국정원이라고 하는 일종의 정보기관이 본인들이 하는 일을 알고 있는 걸 좋아했겠나? 굉장히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정원이 내란에 개입돼있다는 추정이 또 다른 수사팀에서 결론 냈던 것과 상충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이 12월3일에 왜 원장도 아닌 나한테 전화해서 그런 얘길 했을까?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개인적인 추정이다. 과거 한번 경험이 있다”며 “자승 스님 사건과 관련해서 수사기관이나 소방청에서 해야 할 일을 국정원에 임무가 하달된 적이 있다. 황당하다고 생각해서 말을 한 적이 있지 않나. ‘편집국장이 파출소에 가서 이거 취재해 봐’라고 하면 안 하나? 하지 않나? 당시 난 원장 직무대리였다”고 설명했다.

색안경 끼고 수사?

이어 “그땐 조태용 전 원장이 안보실장이었을 때 전화가 왔었다. 이미 상황은 불타고 다 끝난 상황이었다. 의문은 생길 수 있다. ‘혹시 타살이 아닐까?’ ‘타살이라면 대공 혐의가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은 대통령의 생각이고 조 전 원장에게 받은 얘기는 ‘대공혐의점이 있는지 확인해 봐라’였다”며 “그럼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정원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난 해외 담당이었기에 혹시 대공 혐의가 아니라 외국인과 관련된 테러일 수 있으니까 테러 담당 부서와 2차장 산하를 같이 보냈다. 야밤이었으나 말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국정원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대통령이 인상을 깊게 받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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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