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목표 체중까지만 빼면 환불해 드려요’ 수백만원을 먼저 내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다이어트 모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살을 빼는 것만큼이나, 돈을 돌려받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실제 계약에는 체중 유지와 패널티 등 여러 조건이 붙고, 어렵게 목표를 달성한 뒤에도 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A씨가 다이어트 업체를 처음 찾은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휴대전화로 받은 이벤트 안내 메시지를 보고 방문한 게 계기였다. 당시 A씨는 체중 감량에 관심이 있었지만 수백만원대 프로그램을 선뜻 결제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상담을 받고 관리를 체험한 뒤 이야기가 달라졌다. 업체 측이 A씨에게 이른바 ‘일반인 모델’을 제안했다.
선결제의 덫
조건은 4개월 동안 20kg을 감량하는 것이었다. 목표를 달성하면 결제한 관리비를 카드 취소 방식으로 돌려준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일주일에 두 차례 지점을 방문해 관리를 받고, 이용 후기를 남기는 조건으로 600만원을 결제했다.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목표만 달성하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계약을 결심했다.
계약 규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커졌다. A씨에 따르면 두 번째 방문 당시 업체 관계자가 찾아와 기존보다 관리를 더 강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추가 감량을 제안했다. 기존 목표였던 20kg에 10kg을 더 빼는 조건이었다. 추가 비용은 400만원이었다.
A씨는 결국 400만원을 더 결제하고 추가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목표 감량 무게는 총 30kg, 선결제한 금액은 1000만원으로 늘어났다. A씨는 이후 해당 업체의 모델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 2회씩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활 패턴까지 바꿨다. 그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꾸준히 관리받고 체중을 줄이는 데 집중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체중 감량은 약 6개월간 이어졌고, 올해 4월20일 A씨는 목표로 했던 30kg 감량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약속했던 환불뿐이었다. A씨는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인 4월22일부터 환불 일정을 문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점에서는 본사로부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달 30일 다시 환불 시점을 묻자 지점 측은 본사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는 사안이라며 확인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불 시점은 이후에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A씨가 재차 문의를 이어가자 지점에서는 결국 “6월 말까지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A씨 역시 내용증명 등을 준비하면서도 일단 업체가 제시한 기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중간 감량분 50% 유지 못 하면 ‘패널티’
중도해지시 할인 아닌 정상가 기준 차감
그러나 약속한 6월 말이 지나도록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지점 측은 A씨에게 “6월 말까지 반환해 드리기로 안내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취지로 사과하며 다시 처리를 약속했다.
다이어트 업체에서 권유하는 이른바 ‘일반인 모델’이나 ‘책임감량제’ 프로그램은 일정 금액을 먼저 결제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목표 체중을 감량하면 관리비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실제 계약 내용을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환불을 받기까지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목표 체중만 맞춘다고 해서 곧바로 환불받는 것은 아니다. 관리를 받는 동안에도 소비자가 계속 지켜야 하는 조건들이 붙어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확보한 계약서에는 최소 주 1회 이상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직전 관리에서 빠진 체중의 일정 수준을 다음 방문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관리 뒤 1kg이 빠졌다면 다음 방문 때까지 그중 절반 정도는 유지해야 하는 식이다.
관리 일정이나 예약도 마찬가지였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꾸준히 관리를 받아야 하고, 일부 의무를 반복해서 지키지 못하면 책임감량제 환불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돼있었다. 결국 소비자는 수개월 동안 중간 감량분을 유지하고, 관리 횟수와 일정도 지켜야 한다.
물론 모델이나 책임감량제의 특성상 어느 정도 조건이 붙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업체 입장에서도 고가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꾸준한 참여와 체중 관리를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수백만원이 오가는 계약에서 이런 세부 조건이 얼마나 명확하게 설명되고, 실제로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느냐다.
해당 업체와 모델 계약을 맺은 한 소비자는 관리 직후 빠진 체중의 절반을 다음 방문 때까지 유지하지 못해 한 달여 만에 두 차례 패널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생리 기간처럼 체중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방문 횟수나 체중 유지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지점마다 설명이 다르거나 계약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일반인 모델로 계약하면서 수백만원의 보증금을 냈지만 ‘2회 유지하지 못할 경우 모델 종료’라는 문구를 두고 업체와 해석이 엇갈렸다고 주장했다.
성공 기준 ‘조건 또 조건’ 환불 차일피일
30kg 감량하고도 1000만원 수개월 미지급
이용자는 두 번까지는 허용된다고 이해했지만, 업체는 두 번째 실패부터 모델 계약이 끝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다이어트 모델’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20대 여성은 SNS에 올라온 일반인 모델 모집 글을 보고 업체를 찾았다. 목표 감량에 성공하면 결제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10kg은 300만원, 15kg은 450만원, 20kg은 600만원을 먼저 내는 구조였다. 여성은 300만원을 결제하고 5주 동안 10kg 감량에 도전했다.
하지만 관리 과정은 쉽지 않았다. 관리를 받을 때마다 빠진 체중의 절반을 다음 방문 때까지 유지해야 했다. 여성은 이를 맞추기 위해 식사량을 크게 줄이고 매일 유산소운동을 병행했으며, 목표에 가까워지지 않자 관장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혈변이 나왔고 수분 섭취도 부담이 됐다고 했다.
결국 10kg 감량에는 성공했지만, 같은 시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성공자는 많지 않았다는 게 여성의 설명이다. 당시 업체 측은 해당 프로그램이 홍보 차원의 이벤트며 목표 감량 기간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확보한 계약서를 보면 중도해지 시 이미 이용한 관리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할인금액이 아닌 ‘정상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공제하도록 돼있다. 계약 당시 장기간 이용을 전제로 할인받았더라도 중간에 계약을 끝내면 지금까지 받은 관리를 원래 가격으로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수백만원을 내고 여러 차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계약했다고 해도, 환불 과정에서는 각 관리의 정상 가격을 적용해 이미 사용한 금액을 산정할 수 있다. 여기에 계약 내용에 따라 위약금 등이 추가되면 소비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돌려받을 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실제 한 소비자는 상당한 금액을 결제하고 관리를 받다가 중도해지를 요청했지만 정상가를 기준으로 이용분을 다시 계산하면서 예상했던 환불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안내받았다고 주장했다.
관리 과정에서 별도로 구매하는 제품도 변수다. 일부 소비자들은 관리 프로그램과 별개로 오일이나 솔트 등의 제품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이용료와 제품 구매비가 따로 계산되다 보니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제품값까지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4개월 만에…
현재 A씨는 약 4개월을 기다린 끝에 환불금을 돌려받았다. A씨는 “업체 측에 언론사와 접촉한 사실과 인터넷에 올린 글을 전달하자 그제야 환불이 이뤄졌다”며 “4월부터 해당 지점에서는 본사에 보고했다고 했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본사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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