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마리를 9900원에 판다. 그것도 국내산 냉장 9호 닭이다. 저가 치킨 프랜차이즈 덤브치킨이 2023년 6월 대구 수성동에서 첫선을 보였을 당시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의심에 가까웠다. 주요 치킨 브랜드의 한마리 가격이 2만원 안팎까지 올라가던 상황에서 절반 수준으로 선보인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저 가격에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맹점은 과연 남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출범 3년이 지난 현재 덤브치킨은 전국 70여개 점포로 확대됐다. 본격적으로 가맹점을 모집한 지 2년 만의 성과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에서 기반을 다진 뒤 서울과 수도권에도 10여개 점포가 문을 열면서 전국 브랜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소자본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 기준 2025년 가맹점 연평균 매출은 3억원을 넘어섰고, 평당 연평균 매출도 약 2230만원 수준이다. 특히 30여개 점포가 운영 중인 대구지역 평균 매출은 주요 치킨 프렌차이즈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짧은 브랜드 역사를 감안하면 단순한 ‘싼 치킨’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그렇다면 9900원 치킨은 어떻게 소비자의 반복 구매를 끌어내고, 가맹점은 어떻게 수익을 남기는 것일까.
덤브치킨의 핵심은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니다. 9900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이유지만, 수익을 만드는 것은 판매구조다.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배달 매출이 늘어나도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 할인 비용 등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덤브치킨은 이를 홀과 테이크아웃 중심 구조로 풀었다.

가맹점 매출의 약 70~80%를 홀과 포장이 차지하고 배달은 20~30% 수준이다. 15평형 모델의 경우 월매출 4000만원을 가정하면 홀 30% 1200만원, 포장 50% 2000만원, 배달 20% 800만원으로 구성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출 규모보다 ‘어떤 매출을 만드느냐’다.
소비자는 저렴하게 먹고 싶으면 직접 포장하고, 편리함을 원하면 배달비를 부담한다. 기본 치킨 가격이 낮아 배달비를 추가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덤브치킨은 치킨을 햄버거처럼 부담 없이 먹는 ‘일상형 패스트푸드’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국내산 냉장 9호닭 후라이드는 9900원, 주요 인기 치킨도 1만원 초중반대로 구성해 학생과 1인 가구까지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출점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슬세권’이다. 아파트와 주택가 등 배후 수요가 충분하고 소비자가 걸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형 상권을 선호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다 ‘치킨을 반복 구매할 사람이 가까이 사는 곳’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상권은 퇴근 시간 포장, 저녁 홀과 배달, 주말 가족 단위 소비까지 이어질 수 있어 특정 시간대나 배달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
‘싸게 팔고도 남는’ 수익 공식
홀·테이크아웃 중심으로 풀어
9900원 치킨을 지속하려면 운영비도 낮아야 한다. 덤브치킨은 15평 안팎의 소형 점포에 키오스크와 셀프서비스를 적용하고 조리 과정을 단순화해 평상시 1~2명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 창업비도 낮췄다. 본사가 1000만원 상당의 창업비를 지원하고 개설 과정에서 노마진 정책을 운영한다. 체인 점주는 예산에 따라 인테리어와 장비를 선택하고 중고 집기나 기존 시설도 활용할 수 있다.
점포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5평 기준 약 4000만~5000만원 수준에서 매장을 구축한 사례가 많고, 점포 보증금을 포함해 약 7000만~8000만원 내외로 창업한 사례도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초기 투자금과 인건비를 함께 낮춘 구조라는 점에서 불황기 소자본 창업 모델로도 주목할 만하다.

덤브치킨은 가맹점 모집에서도 속도보다 생존 가능성을 강조한다. 별도의 영업사원을 두지 않고 윤성원 대표가 직접 예비 창업자와 상담하면서 상권과 임대료, 예상 매출, 투자비와 회수 가능성을 살펴본다. 과도한 임대료나 대출이 필요한 점포라면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포가 늘어날수록 외형이 커지지만 창업자는 한 점포에 자신의 자본과 생계를 건다. 덤브치킨이 ‘얼마나 많이 열었느냐’ 보다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를 강조하는 이유다.
결국 덤브치킨의 경쟁력을 9900원이라는 숫자 하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저렴한 가격과 슬세권 입지가 반복 구매를 만들고, 홀과 포장 중심 매출은 플랫폼 비용 부담을 낮춘다. 여기에 소형 점포와 1~2인 운영으로 고정비까지 줄이는 구조다.
처음 시장이 덤브치킨에 던졌던 질문은 “9900원에 팔아서 남을 수 있느냐”였다. 3년이 지난 지금 답은 조금 다르다. ‘싸게 파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싸게 팔아도 남을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본사 역시 2025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소비자와 가맹점, 본사가 함께 지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경쟁력
윤성원 덤브치킨 대표는 “가격만 낮춘다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반복해서 찾을 수 있는 가격과 품질을 만들고, 가맹점은 홀과 포장, 배달이 균형을 이루면서 비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 숫자를 빠르게 늘리는 것보다 점주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점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품 없는 가격과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라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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