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골든타임’에 대한 오해가 한국 소방의 구급차 출동 체계를 왜곡하고 있다. 십여년 전, 소방청은 모든 구급 출동에 대해 ‘현장 도착 5분’이라는 획일적인 목표를 부여했다. 서울에서 80% 넘게 목표를 달성했는데, 구급대원들이 통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애초에 5분이라는 기준 자체가 의학적 근거보다는 화재 진압 소방차의 출동 목표를 구급 분야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후 다른 평가지표가 도입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은 질환마다 다르다. 중증 외상, 심근경색, 뇌졸중은 시간 단위의 치료가 중요하며, 가장 촉박한 경우가 병원 전 심정지다. 의학적으로는 4분 이내의 기본 심폐소생술, 8분 이내의 전문 심장소생술, 즉 자동심장충격기(AED)에 의한 제세동이 필요하다.
심정지의 골든타임은 구급차 출동 시점이 아니라 환자가 쓰러진 순간부터 계산해야 한다. 신고 접수와 출동 지령까지 평균 2분이 소요된다. 쓰러진 후부터든, 구급차 출동부터든, ‘5분 내 현장 도착’은 비현실적인 목표다. 이를 모두 달성하려면 모든 골목과 산속에 구급차를 대기시켜야 한다.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결국 현장의 왜곡과 형식주의만 낳는다.
국제적 심정지 기록 표준인 엇스타인(Utstein) 양식은 환자가 쓰러진 시점부터 발견, 신고, 출동, 현장 도착, 처치, 병원 치료와 최종 생존까지 모든 시간을 연속적으로 기록하도록 규정하며 신고 상황실, 구급대와 병원의 데이터를 이어야 한다.
이때 현장 도착은 구급차 바퀴가 멈춘 시각이 아니라 AED를 가진 구급대원이 환자 곁에 도착한 시점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출동 개시 후 약 8분 이내 현장 도착을 목표로 관리하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심정지 환자가 전체 구급 이송의 약 3%에 불과하며, 신고 단계에서 애매한 환자를 포함해도 10%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미국·영국·일본은 신고 접수 단계에서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고 출동 우선순위를 달리한다. 비응급 환자의 현장 도착 목표는 훨씬 길게 설정하며 영국의 경우 3시간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모든 신고에 동일한 출동 목표를 적용해 왔다. 그 결과 불필요한 긴급 주행이 늘어나고 교통사고 위험과 대원의 부담도 커졌다.
선진국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퍼센타일(percentile) 목표 관리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구급차가 밀집한 대도시와 농어촌의 목표를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8분 목표에 대해 지역별로 현실적인 달성률 목표를 설정하고,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과 AED 보급, 경찰·소방의 다중 출동 등을 함께 관리해 궁극적으로 심정지 생존율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화재 출동은 드물고 환자 출동은 잦다. 미국에서는 통합번호 911에의 심정지 신고 시에 구급차뿐 아니라 소방차와 경찰차도 동시에 출동한다. 모든 차량이 AED를 가지고 있으므로 가장 먼저 도착한 인력이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시행하고 있으면, 잇따라 다른 인력이 도착해 인원이 보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찰과의 통합 출동이나 소방차를 활용한 펌블런스(Pumblance) 체계보다는 특별구급대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 한 명에게 두 대의 구급차를 보내므로 다른 지역의 응급의료에 공백이 초래된다.
전화 신고 단계에서의 중증도 분류(트리아지)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1970년대 미국의 구급대원 제프 클라우슨(Jeff Clawson)은 모든 신고에 대해 구급차가 경광등을 켜고 출동하면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에의 해결책을 찾았다.
신고 접수 단계에서 환자를 분류하는 의료우선출동시스템(MPDS)을 개발했다. 오늘날 미국·영국은 이런 체계를 통해 가장 위급한 환자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비응급환자에 대한 영국의 도착 목표는 3시간이다. 일본에서는 한 발 더 나가서 응급실 및 구급대원 트리아지와의 통일성을 추구했다.
진정한 골든타임은 ‘5분’이라는 획일적 숫자를 강요한다고 확보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현실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신고 단계의 트리아지, 경찰과 소방을 포함한 다중 출동, AED 활용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이제는 실체 없는 골든타임 신화와 조직 이기주의를 넘어,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는 과학적 응급의료 체계로 전환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