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효성가 ‘형제의 난’으로 불리고 있는 법적 분쟁이 수사기관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당초 효성그룹 내 ‘내부 고발자’로 주목받았던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차남)의 행태가 재판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장남), 부친 고 조석래 명예회장 내외 등 가족들에 대한 존속 협박까지 동원됐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과의 유착을 통해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조 전 부사장은 민·형사상 소송, 협상,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조 회장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그의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는 등 효성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해결해 주는 업무를 대가로 매달 2200만원씩을 지급받기로 약정했다.
박 전 대표는 조 전 부사장의 비상장주식 고가 매각을 위한 전략 수립 및 조현준과 변호사에게 지분 매입을 요구했고 민·형사사건을 진행할 변호사 추천, 사건 진행 방향 설정, 민·형사사건에 제출할 탄원서, 진술서 및 각종 문서 신청 등 법률문서 작성 조언, 수정 등 각종 법률사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2월 말,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사 공승배씨는 조석래 명예회장 비서실장에게 “효성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지 않으면 조현준 사장의 비리 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갈 것”이라고 압박하며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작성 및 배포 주체를 ‘효성’으로 명확하게 특정하고, 조 전 부사장의 효성중공업PG(퍼포먼스그룹)에 기여한 탁월한 경영 성과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구체적으로 “2006년 중공업 PG장으로 부임, 중공업PG 매출을 7년간 282%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누적 수익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등 효성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중공업PG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인재 양성에 힘써 효성그룹의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했다” 등이었다.
하지만 보도자료와는 달리 경영 실책으로 인해 중공업PG의 수익성이 급락해 효성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2012년 8월8일자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효성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중공업 부문에서 원가 이하의 전략적 수주 물량 때문에 영업적자가 401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서는 경영 악화로 인한 후계 경쟁 퇴출이 아닌 ‘성과를 인정받은 명예로운 퇴사라는 프레임’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기에 효성 명의의 공식 보도자료를 원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졌다.
공씨는 이튿날 “우리는 조현준 사장과 효성그룹의 비리에 대한 자료를 많이 갖고 있고, 언제든지 검찰청에 가지고 갈 수 있다. 보도자료를 즉시 배포하지 않으면 비리 자료를 검찰청에 제출하겠다”고 압박했다.
그해 7월16일에도 공씨와 박 전 대표는 조현준 회장에게 “조현문의 배우자 관련 지라시는 효성이 조현문을 내쫓기 위해 만든 게 분명하다. 효성은 곧 수사를 받을 것이고 조석래 회장과 당신은 무조건 구속될 것”이라며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효성은 무조건 서초동에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허위 소문을 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요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와 조 전 부사장이 ‘HJ와 Talk Point(HMC 수정본)’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고가로 매각해 매매대금을 갈취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비상장주식 매각에 대한 성과 보수를 약정했다며 두 사람을 공모 관계로 봤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9월11일, 조 회장에게 “조 전 부사장의 메시지”라며 “모든 비리를 밝히겠다. 내 지분을 제3자에게 처분할 것을 검토하겠다. 아주 강력한 시민단체 또는 펀드에 넘기겠다. 참여연대, 경실련, <뉴스타파> 등이 주주가 돼 비리를 샅샅이 조사하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듬해 6월8일경에는 화해를 위해 자택을 찾았던 조 명예회장에게 “모두 구속될 것이다. 비리 사실을 차례로 모두 폭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노틸러스효성 등에 대한 회계장부열람청구 소송을 냈고, (주)신동진, TAM(주) 대표이사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조 명예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마음먹고 변호인 측에 연락했으나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논의하라”며 거절했다.
9월 말 무렵, 조 회장 변호인이 박 전 대표에게 연락했으나 “조현준이 나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면 10분 안에 해결된다. 조현준이 나와야 하며 돈 몇 푼 가지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앞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실제로 그해 말, 조 회장 및 효성 임직원들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했으며, 이듬해 초에는 (주)신동진, TAM(주) 대표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했다.
협상안 자료에 따르면, ‘1안인 부동산 3사 교차 지분 정리가 성사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수임료 10억원을 지급’ ‘2안인 노틸러스효성 지분 정리는 30억원’ ‘3안인 기업 분리는 100억원을 지급’ 등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그는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41회에 걸쳐 11억3650여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가족 및 효성그룹을 공격하기 위한 각종 민·형사소송비, 박 전 대표와의 약정·지급한 대가 모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서 지출한 셈이었다.
이처럼 해당 사건은 조 전 부사장이 개인적인 이익(주식 매각대금)을 취득할 목적으로 효성 측을 압박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했다. 대외적으로는 정의를 내세우며 자신을 ‘내부 고발자’로 미화했으나 본질적으로는 개인의 재산을 불리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이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회사 내부에서 발견했던 비정상적인 거래와 운영 문제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오히려 경영에서 배제됐고, 다른 가족과 임직원의 행위에 연루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효성을 떠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