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부실 선거·부정선거·선거 부정, 헷갈리는 국민

부실은 고치고, 부정은 증거로 밝혀야

지난 11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6·3 지방선거를 둘러싼 ‘부정선거’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윤 의원은 투표자 수의 허위·오기입이나 전산 관리 부실과 특정 후보의 득표수를 바꾸는 선거 조작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를 곧바로 부정선거로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나 의원은 “부실이 쌓이면 그것이 또 부정”이라며 조작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검증해야 한다고 맞섰다.

필자는 두 사람의 충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부정선거 논쟁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실이 발견됐다고 그것이 곧 선거 조작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작의 증거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조작 가능성에 대한 검증까지 막아서도 안 된다.

문제는 우리가 이 서로 다른 두 문제를 모두 ‘부정선거’라는 한 단어에 집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부정선거’라는 말부터 정확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우리가 통상 말하는 부정선거(不正選擧)에서 부정은 ‘바르지 않다’는 뜻이므로 매수·조작·위법행위 등이 개입된 선거를 말한다. 반면 선거 관리가 허술하고 실수가 반복됐다는 의미라면 부실 선거(不實選擧)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또 선거 결과나 선거의 정당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선거 부정(選擧否定)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부정선거와 부실 선거, 그리고 선거 부정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말로 不正과 否定은 모두 ‘부정’이라고 읽힌다. 그래서 현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를 상당수 국민은 ‘선거 자체를 부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선거를 부정(否定)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 부정(不正)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선거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과 선거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뒤섞인다. 말부터 정확해야 논쟁도 정확해진다.

우리 정치에서 지금과 같은 부정선거 논란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20년 4·15 총선 이후였다. 당시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민경욱 전 의원은 사전투표 득표율과 QR코드, 전산시스템 등을 문제 삼으며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선거무효 소송까지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2년 7월 선거법 위반이나 조작이 있었다는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이 4·15 총선을 부정(不正) 선거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 불씨를 정치적으로 이어받은 대표적인 인물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다. 황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자신이 그해 10월8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뒤에는 당내 경선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 전 의원이 던진 부정선거 의혹이 황교안을 거치면서 보수 정치권 일부의 지속적인 정치 의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보안 문제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투입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후 그는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취약성과 선거 관리 의혹을 계엄 선포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민경욱에서 황교안으로 이어졌던 부정선거 의혹이 윤석열을 거치면서 대통령 권력의 영역까지 들어온 것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에는 장 대표가 그 흐름의 전면에 섰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선관위의 선거 관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투표함이 보관된 서울 올림픽공원 현장을 거듭 찾으며 재검표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선거소청 심리에 직접 나서 전산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민경욱이 제기하고 황교안이 정치적 의제로 끌고 갔으며 윤석열을 거쳐온 부정선거론이 이제 제1야당 대표의 핵심 정치 의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단순히 ‘음모론’이라는 한마디로 덮을 수도 없다. 2023년 7월부터 9월까지 국정원·선관위·한국인터넷진흥원이 합동 보안점검을 실시했고 10월 결과를 발표했다. 가상 해킹 환경에서 선거인명부와 투·개표 관련 시스템의 여러 보안 취약점이 확인됐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부터다. 시스템을 조작할 ‘가능성’이 발견된 것과 실제 선거에서 ‘조작’이 일어났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것이 바로 부실과 부정의 경계다. 보안시스템이 허술했다면 그것은 분명한 부실이다. 그러나 해킹이 가능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실제 해킹이 있었다고 주장하면 부실에서 곧바로 부정으로 건너뛰는 것이다. 부정선거라고 하려면 누가, 언제, 어떤 시스템을 이용해, 어느 지역에서, 몇 표를 어떻게 조작했는지가 증거로 확인돼야 한다.

의심할 자유는 있지만 의심만으로 사실을 만들 자유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관위도 “부정선거 증거가 없다”는 말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선관위 스스로 국민의 불신을 키운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문제가 터졌고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의 채용·인사 관련 문제를 지적하며 전·현직 직원 27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자기 조직의 채용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선거관리만큼은 완벽하니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면 그 말을 누가 쉽게 믿겠는가.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또 나왔다. 처음에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서울 14곳이라고 알려졌지만 이후 50곳으로 늘었고, 6월8일에는 전국 91곳으로 다시 늘어났다.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확인됐다. 선거에서 가장 기본적인 투표용지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며칠 사이 숫자가 계속 바뀌는 기관을 국민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 역시 무리다.

그러나 이것도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부정의 증거라기보다 심각한 부실의 증거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과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거대한 증명의 벽이 있다. 그 벽을 뛰어넘으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선관위의 부실을 감싸면서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투표용지 부족을 근거로 “그러니 선거가 조작됐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잘못이다. 바로 이 두 극단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선거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를 “선관위가 민주당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주장을 구분해야 한다. 헌법 제114조에 따라 중앙선관위원 9명은 대통령이 3명을 임명하고 국회가 3명을 선출하며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한다. 구조적으로 어느 한 정당이 9명을 모두 임명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특정 위원의 과거 경력이나 추천 배경을 검증하는 것과 선관위 전체를 특정 정당의 기관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2020년 이후 6년 동안 같은 의혹이 반복됐다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문제가 된 사전투표·선거인 명부·투표함 이동·개표·전산집계 과정을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검증을 통해 끝냈어야 하고, 선관위에 실제 문제가 있었다면 선관위부터 뜯어고쳤어야 했다.

오히려 선관위의 부실을 비판하면 부정선거론자 취급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처럼 몰아붙이는 동안 의혹은 더 커졌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말 부정선거론을 끝내고 싶었다면 가장 강력한 방법은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여는 것이었다.

서버를 검증하고 절차를 공개하고 실물 투표지와 전산집계를 대조하고 전문가와 여야가 함께 확인하게 하면 됐다. 민주주의에서 의혹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난이 아니라 검증이다.

6·3 지방선거 이후 부정선거 정치의 새로운 중심에 장 대표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이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상징처럼 끌고 온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에게 묘한 상황이 최근 발생했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서울 올림픽공원의 이른바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만났다. 황 대표가 장 대표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악수를 했지만 장 대표는 곧 손을 풀었다.

다음 날 황 대표는 “부정선거 막아내기 함께 하자”며 공개적으로 연대를 제안했다.

정치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오랫동안 ‘부정선거’를 외쳐온 황교안에게 장동혁은 같은 편이어야 한다. 그러나 장동혁이 제1야당 대표라는 훨씬 큰 정치적 확성기를 통해 부정선거 의제를 선점하면, 황교안이 구축해 온 정치적 공간은 오히려 좁아질 수밖에 없다.

황 대표가 장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이유와 장 대표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손을 맞잡지 않는 이유를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손은 잡았지만 정치적 손까지 잡은 것은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부정선거가 하나의 정치적 팬덤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보다 누가 더 강하게 부정선거를 외치느냐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이 된다면 위험하다. 황교안이 오래 주장했다고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장동혁이 주장한다고 사실이 되는 건 더더욱 아니며, 반대로 민주당이 부정한다고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선거의 진실은 정치인의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증거가 결정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미 시작된 검증을 제대로 끝내는 일이다. 국회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해 중앙선관위와 서울선관위, 올림픽공원 개표소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고,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투표지 약 247만장의 공개 재검표와 수개표 문제까지 논의하고 있다.

여야 모두 검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언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를 놓고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선관위도 “우리를 믿어 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의심하지 않도록 검증 과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국정조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고 이를 계기로 상설적인 ‘선거 시스템 검증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끝난 뒤 일정 지역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물 투표지와 전산집계 결과를 대조하고, 선거인 명부와 사전투표 기록도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증하는 것이다.

전산시스템 역시 정기적인 외부 보안 점검과 결과 공개를 제도화해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해야 하지만 독립성이 검증을 거부할 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기관과 무감독기관은 전혀 다른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부정선거 의혹 그 자체만이 아니다. 국민의 한쪽은 “선거가 조작됐다”고 믿고 다른 한쪽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 음모론자”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 선관위가 부실을 반복하면 부정선거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고, 정치인이 그 부실을 곧바로 조작으로 몰아가면 선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선관위의 부실을 덮는 사람과 선관위의 부실을 조작으로 둔갑시키는 사람 모두 선거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2020년 민경욱에서 황교안, 윤석열을 거쳐 2026년 장동혁까지 6년 동안 부정선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이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때가 됐다. 확인된 부실은 철저히 고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제기된 부정 의혹은 서버를 열어서라도 끝까지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 결과 조작 증거가 없다면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정치권 역시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부실은 부실이라고 말하고, 부정은 증거가 있을 때만 부정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 과정의 부정과 선거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선거 부정도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선관위는 의심받지 않을 만큼 투명해져야 하고 정치인은 증거 없이 의심을 사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부정선거 논쟁을 끝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믿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의심할 필요가 없을 만큼 보여주면 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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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