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고위직 출신 고금리 ‘사채놀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8.10 15:08:39
  • 호수 1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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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상대 15억 금전거래 월 3% 복리로 38억 요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세금을 걷던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가 이번에는 ‘고리대금’ 의혹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전 지방국세청장 출신 왕모씨가 지인 A씨와의 금전거래 과정에서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왕씨는 앞서 경찰에서 한차례 불송치 처분을 받았지만 A씨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건은 다시 검찰 판단을 받게 됐다.

왕씨는 국세청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다. 2009년 지방국세청장에 오른 그는 7급 공채 출신으로 국세청 1급 직위까지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퇴직 후에는 세무법인 대표로 활동했다. 세금과 금융거래, 이자 제한 규정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전직 세무공무원이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고금리 대부업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7급 공채서
1급 직위까지

사건의 출발은 2021년 6월이다. 취재진이 입수한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에는 2021년 6월2일 10억원, 같은 달 9일 5억원 등 총 15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기재돼있다. 계약서상 채권자는 Y 주식회사, 채무자는 R 주식회사였다. 그러나 관련 문건과 계약 체결 과정에는 왕씨가 채권자 측 대리인 또는 관계자로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의신청 이유서에 따르면 왕씨는 A씨가 추진하던 서울지역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15억원을 대여하기로 한 뒤, 자신이 보유한 법인 등을 통해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정증서상 이자는 연 24%로 기재됐다. 이후 별도의 각서와 정리표에는 연 36%를 전제로 한 이자 지급 내역이 등장한다.

A씨 측이 정리한 자료에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이자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이 총 4억1700만원에 이른다고 적혀 있다. 원금 15억∼16억원 규모의 거래에서 1년여 사이 수억원대 이자가 오간 셈이다. A씨 측은 이 과정이 정상적인 지인 간 금전거래가 아니라 사실상 고리대금이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후다. 2025년 작성된 문건에는 기존 채무의 원리금을 총 38억원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왕씨의 계산 방식은 2022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월 3% 복리를 적용하는 구조다. 월 3%는 단순 환산만 해도 연 36%에 해당한다. 여기에 매월 발생한 이자를 원금에 더해 다음 달 이자를 계산하면 채무는 빠른 속도로 불어나게 된다.

실제 문건에는 원금 15억원에 월 3%를 적용해 월 이자 4500만원을 산정하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를 다시 원금에 합산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2025년 2월3일자로 작성된 또 다른 금전소비대차 계약서에는 대여금을 38억원으로 확정한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기존 대여금과 이자를 합산해 원리금을 확정한다는 취지와 함께, 2025년 2월28일까지 변제하고 연 20%의 이자와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밖에 왕씨는 채무자에게 “원금 중에 일부는 다른 사람의 자금이니, 2%를 추가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업 이자 제한 위반 의혹…‘고리대금’ 법정행
경찰 한 차례 불송치…이의신청 거쳐 다시 검찰로

A씨 측은 “애초 15억∼16억원이던 채무가 고율 이자와 복리 계산을 거치면서 38억원으로 부풀려졌다”며 “법정 최고이자율 제한을 우회하기 위한 재약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왕씨 측은 재판 과정서 해당 계약이 기존 채무를 정산한 결과일 뿐이며, 실제 대여 원금과 미지급 이자를 반영한 정상적인 약정이었다는 취지로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왕씨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은 한 차례 뒤집혔다. 왕씨의 대부업법 위반 사건에서 서울강남경찰서는 2026년 6월15일 왕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A씨 측은 같은 해 7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서와 이유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이자율 제한 위반 여부와 관련해 실제 원금과 변제 내역이 명확하지 않아 법정 최고이자율 초과 여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등록 대부업 혐의에 대해서는 왕씨가 광고나 공개적인 모집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돈을 빌려줬다고 보기 어렵고, 외부에서 대부업자로 인식될 정도의 영업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불송치 근거로 삼았다.

A씨 측은 경찰 판단이 ‘대부업’의 영업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반박했다. 대부업 여부는 광고나 공개적인 고객 모집이 있었는지 판단할 것이 아니라, 금전 대여의 반복성과 계속성, 영리 목적, 거래 규모와 횟수, 기간, 상대방 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신청 이유서에는 “대부업으로 인식될 정도의 영업 활동이 없었다”는 경찰의 판단이 왕씨와 관련된 다른 금전 대여 사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결과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자 부담
‘눈덩이’

A씨 측은 왕씨가 A씨 관련 법인 외에도 여러 개인과 법인을 상대로 금전을 대여했으며, 확인된 대여 규모만 29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의신청서에는 A씨 측에 대한 16억원 상당의 대여 외에도 다른 차용인에게 약 10억원, 또 다른 관계자에게 2억1500만원, B씨 측 법인에 1억원을 빌려준 사례 등이 적시됐다.

A씨 측은 이 같은 거래가 모두 사실이라면 일회성 지인 간 차용이 아니라 반복적·영업적인 금전 대여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 측의 이의 제기로 사건은 다시 검찰 판단을 받게 됐고, 이자율 제한 위반 혐의는 법정에서 다뤄지게 됐다.

A씨 측이 제출한 이의신청 이유서에는 왕씨와 별도로 금전거래를 한 B씨도 등장한다. 이유서에 따르면 왕씨는 B씨에게 화장품 신약 관련 개발 자금 명목으로 2023년 8월29일부터 2024년 4월28일까지 7차례에 걸쳐 10억원 이상을 대여한 것으로 주장됐다.

적용된 이율은 연 41.5% 상당으로, 왕씨는 이자를 수취한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유서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서울강남경찰서가 송치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도 담겼다.

B씨 사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왕씨의 금전 대여가 특정 지인과의 일회성 거래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는 정황이 된다. 특히 연 41.5%라는 이율은 법정 최고이자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왕씨의 반복적 대여와 이자 수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자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채무자 C씨 측 회사에 대한 2억1500만원 대여와 D씨와의 합의에 따른 R사 대상 1억원 대여까지 더해진다. 이의신청 이유서상 왕씨의 확인된 대여 규모는 A씨 관련 16억원, B씨 관련 약 10억원 이상, C씨 측 2억1500만원, D씨 관련 1억원 등 원금만 29억원 이상이다.

투자 명목
40% 이상

이번 사건은 A씨와 왕씨 사이의 분쟁에만 그치지 않는다. 추가로 입수한 고소장에는 C씨와 D씨가 고소인으로, 왕씨와 배우자 임모씨, 아들 왕모씨가 피고소인으로 적시돼있다. 고소장상 죄명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고소인들은 왕씨 일가가 관할 관청에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서 개인과 법인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금전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C씨 관련 고소장에는 2024년 8월10일 왕씨가 C씨의 회사를 상대로 1억5000만원을 대여하고, 같은 날 별도로 6500만원 상당의 차용증을 작성해 총 2억1500만원을 빌려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약정상 이자율은 연 20%, 상환이 지연될 경우 적용되는 지연이자도 연 20%로 기재됐다.

고소인 측은 이를 두고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이자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무등록 대부업을 영위했다”고 주장했다.

또 D씨 관련 고소장에는 2025년 8월12일 R사를 상대로 1억원을 빌려주고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이자 명목으로 총 750만6840원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고소인 측은 “단순한 일회성 차용이 아니라 계속적·반복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수수한 구조”라며 “실질적으로 영업적인 금전 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채권 회수 과정도 논란거리다. Y사 측은 2025년 7월 A씨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2021년 6월2일 10억원, 같은 달 9일 5억원 등 합계 15억원을 대여했고 금전소비대차 약정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리금을 변제하지 않을 경우 모 신탁사에 신탁된 회사 건물에 대해 매매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회사 통장과 카드에 대한 압류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줄줄이 나오는 채무자들…추가 고소장 제출
배우자에 아들까지 등장 ‘패밀리 사채업?’

A씨 측은 이를 단순한 채무 변제 요구가 아니라 회사 운영 자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실제 법원 절차도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자료에는 Y사가 R사 등을 상대로 15억원 상당의 채권가압류를 신청한 내용이 나온다. 청구 채권은 2021년 6월2일 10억원, 같은 달 9일 5억원의 대여금 반환 채권으로 기재됐다. 가압류 대상에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갖는 채권과 부동산 신탁수익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 회수 압박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법적 조치로 이어진 셈이다.

A씨 측 이의신청 이유서에는 왕씨 측이 재개발 사업 관련 권리와 지분을 요구하거나, 이를 채무 변제와 연계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왕씨가 채권자 측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 가처분과 가압류 신청을 주도했다는 취지다.

D씨와 왕씨 사이의 통화 녹취록은 왕씨가 금전 대여와 이자 수수 구조를 어느 정도 직접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거론된다. 2026년 2월23일 작성된 녹취록에는 통화 당사자가 D씨와 왕씨로 기재돼있다.

통화에서 왕씨는 채권 회수 문제를 설명하면서 “가압류를 하고” “나도 집사람하고” “최종적인 책임은 우리 집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왕씨는 “5년 동안 빌려줘가지고 이자도 못 받고 있다”고 주장하다가 곧바로 “한 1년은 받았지”라고 말했다. 또 “2022년 7월부터 지금 이자 한 푼 못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왕씨의 발언대로라면 적어도 2022년 7월 이전 약 1년 동안은 이자를 지급받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이자를 전혀 수수하지 못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A씨 측 이의신청 이유서에도 같은 녹취 내용이 증거로 첨부됐다.

A씨 측은 왕씨가 통화에서 약 1년간 이자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며, 금전 대여와 이자 수수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했다. 표면적으로 15억원을 빌려준 주체는 법인이지만 계약 협의, 이자 요구, 추가 약정, 채권 회수와 법적 조치 과정에는 왕씨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최종 책임은
우리 집사람”

A씨 측은 이를 두고 “왕씨가 단순한 채권자 측 관계자가 아니라 세무 자문, 채권 회수, 법적 압박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정황”이라고 주장한다. 왕씨의 배우자가 금전거래와 채권 회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쟁점이다. 왕씨가 녹취에서 “집사람”과 “최종적인 책임”을 언급한 데다 추가 고소장에는 배우자와 아들까지 피고소인으로 적시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이 계약서나 계좌의 명의자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동 대부업이나 공범 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자금 출처와 의사결정 과정, 이자 귀속 주체, 채권 회수 지시 여부 등이 확인돼야 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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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