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생활 논란 황정민

팬심 받아주다 불륜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우 황정민을 둘러싼 뜻밖의 사생활 의혹이 불거졌다. 자신을 황정민과 오랜 기간 사적인 관계를 이어온 여성이라고 밝힌 A씨가 SNS를 통해 두 사람이 주고받았다는 메시지와 통화 녹취, 사진 등을 잇달아 공개하면서다.

지난달 29일, A씨가 공개한 게시물에는 황정민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친밀한 표현을 건네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일부 음성에는 “안아보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도 포함됐다. A씨는 황정민이 먼저 자신에게 다가왔고, 촬영 일정과 가족 이야기 등 개인적인 내용을 공유하며 관계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황정민이 출연한 방송 화면을 올리면서는 ‘불륜’이라는 표현도 직접 사용했다.

다정한 호의
엇갈린 해석

황정민은 폭로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황정민 측의 설명은 정반대였다. 소속사 샘컴퍼니는 A씨를 황정민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스토킹 범죄 피의자라는 것이었다. A씨가 공개한 게시물 역시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황정민과 A씨의 첫 인연은 2023년 여름, 한 영화 시사회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23년 7월 영화 <밀수> 시사회에서 이뤄졌다. A씨는 황정민의 무대인사와 공연 등을 찾아다니던 팬이었다. 황정민이 출연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황정민이 현장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시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민 역시 여러 차례 행사장을 찾은 A씨와 팬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황정민 측 설명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꾸준히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나중에 밥 한번 사겠다”는 취지로 연락처를 건넸다. 팬 서비스에서 시작된 인연이었다는 설명이다.

연락처를 교환한 두 사람은 한 달 뒤 따로 만났다. 2023년 8월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술집에서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당시 만남은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A씨와 황정민 외에 다른 팬이 함께하기로 했지만, 실제 자리에는 A씨만 나왔다는 것이 황정민 측 설명이다.

만남을 앞두고 오간 메시지에서 황정민은 “첫 데이트인데 집까지 데려다줘야지” “내일 보자, 너무 설렌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A씨는 이를 황정민이 자신에게 사적인 호감을 표현한 정황으로 받아들였다. 첫 만남에서도 황정민이 개인적인 고민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일반적인 배우와 팬의 관계라면 쉽게 공유하기 어려운 사적인 내용을 황정민이 먼저 털어놨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정서적인 교감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황정민 측의 해석은 달랐다.

자신을 오랫동안 응원해 준 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눴을 뿐, 연인 관계를 전제로 한 만남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데이트’와 ‘설렌다’는 표현 역시 팬을 친근하게 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농담이었다는 취지다.

두 번째 만남은 2023년 9월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뤄졌다. 당시 황정민은 해외 촬영을 위해 루마니아로 출국할 예정이었고, A씨 역시 여행 일정이 있었다. 두 사람은 황정민의 매니저와 함께 공항 푸드코트에서 약 2시간 동안 식사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황정민은 자신에게 소주 브랜드 사업 제안이 들어왔다며 A씨에게 라벨 디자인을 맡아보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A씨는 이를 단순한 농담이 아닌 실제 사업 제안으로 받아들였으며, 이후 소주 시장을 조사하고 브랜드 콘셉트와 상표권 등록 절차 등을 알아봤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황정민의 이름과 대표작을 활용한 주류 브랜드를 구상하며 디자인 실무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황정민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업 파트너로도 함께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촬영을 마친 황정민은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고, 결국 A씨에게 소주 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민 측은 공항에서 나온 이야기가 구체적인 계약이나 사업 약속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가볍게 아이디어를 꺼냈을 뿐인데 A씨가 이를 실제 사업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시사회서 첫 만남…연락처까지 교환
사업·창작 제안에 오해해 끝내 고소

황정민 역시 이후 전화 통화에서 “같이 일해보겠다고 말한 것은 내 실수”라며 A씨가 준비한 사실은 알고 있지만 사업을 실제로 진행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2024년 3월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도 소주 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황정민은 자신의 말로 A씨가 오해하게 된 점을 사과하고, 사업 준비 과정에서 실제로 사용한 비용이 있다면 보상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씨는 단순히 조사 비용 몇 푼의 문제가 아니라, 황정민의 제안을 믿고 시간과 노동을 투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간 제안은 소주 사업에 그치지 않았다.

A씨는 황정민이 자신에게 소설과 에세이를 써보라고 권유했으며, 자신이 쓴 글을 읽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통화에서는 황정민이 성적인 내용의 소설을 써 달라고 요청하거나 글을 두고 성적인 표현을 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그는 황정민의 권유를 받고 소설과 에세이 등 약 30편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만 이용하던 비공개 블로그에도 100여편의 글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문학상에 응모한 단편소설을 포함한 일부 작품이 외부로 유출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글이 외부로 나간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황정민과 소속사에 연락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을 두고 현저한 권력 차이 속에서 벌어진 정서적·성적 착취이자 노동 착취라고 표현했다.

유명 배우의 사업과 창작 제안을 믿고 작업했지만, 관계가 끝나자 아무런 대가나 설명 없이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게 됐다는 주장이었다.

연락은 2024년 1월 다시 이어졌으나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황정민은 다음 달에 전화번호를 바꾸고 A씨의 카카오톡 계정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단 직후 A씨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황정민의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아버지에게 연락해 달라는 뜻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메시지에는 “기사 나기 싫으면 빨리 연락하라고 전해달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황정민과 소속사에 연락할 통로가 모두 막혀 불가피하게 아들에게 일회성으로 전달을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정민은 이후 차단을 풀고 A씨에게 다시 연락했다. 두 사람은 2024년 3월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약 30분간 만났다.

가벼운 제안
무거운 대가

황정민은 이 자리에서 소주 사업과 관련해 오해할 만한 말을 한 점을 사과하고, 실제 비용이 들었다면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가족과 아들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A씨에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만남을 끝으로 두 사람이 다시 얼굴을 마주한 일은 없었다는 것이 황정민 측 설명이다. 다만 전화와 카카오톡 연락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A씨는 가까워졌다가 다투고 화해하는 관계가 장기간 지속됐다고 주장한 반면, 황정민 측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고 가족에게까지 연락한 A씨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관계를 단호하게 끊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반복적인 연락과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 가족을 향한 접촉까지 이어지자 황정민은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황정민은 2025년 8월14일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법원은 이후 A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를 내렸다.

지난 2월에는 스토킹 혐의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황정민이 먼저 연락한 통화가 다수였고, 친밀한 대화와 사적인 교류도 장기간 이어진 만큼 자신을 일방적인 스토커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약 1년간 총 77차례 통화했다. 이 가운데 황정민이 먼저 건 전화는 62차례였고, 50분 이상 이어진 통화도 있었다. A씨는 이를 일방적인 스토킹이 아니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황정민이 먼저 안부를 묻고 촬영 일정과 건강, 가족 이야기 등을 공유했으며,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에 올린 글과 사진을 확인해 대화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사주풀이를 화제로 삼거나 “안아보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셀카를 보낸 사실도 사적인 교류의 정황으로 들었다.

황정민 측은 발신 기록만으로 관계의 성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A씨가 밤늦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언급하면 다음 날 전화를 걸어 연락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공개된 녹취에서 황정민은 “카톡하지 마라” “연락하지 마라” “아무 관계도 아니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시간 통화 역시 정서적 교류가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고 A씨를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길어진 것이라고 했다.

벌금형 불복
2억 손배소

A씨가 장시간 단둘이 만나거나 술을 마시며 대화하자고 요구했지만, 황정민은 공개된 장소에서 차를 마시는 방식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셀카도 A씨의 반복된 요청과 울음에 상황을 달래기 위해 보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형사사건과 별개로 A씨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지난 2월26일 황정민을 상대로 약 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황정민의 사업 및 창작 제안을 믿고 디자인과 글쓰기 작업을 진행했지만, 약속이 일방적으로 파기돼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이번 사생활 공방은 황정민이 오랫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친근하고 소탈한 배우이자 가정적인 인물로 알려졌던 만큼, 여성 팬과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고 오해를 살 만한 표현을 사용한 사실을 두고 비판도 이어졌다.

1970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황정민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꿈꿨다. 계원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를 거쳐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과에 진학했고, 대학 재학 중이던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의 단역으로 스크린에 처음 등장했다.

데뷔는 빨랐지만 무명 생활은 길었다. 대학 졸업 후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작은 배역을 가리지 않았다. 영화 촬영 직전 선배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단역으로 투입될 정도로 주어진 기회를 붙잡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무대와 촬영장을 오간 끝에 서른을 넘어서야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황정민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각인된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다. 평범하고 순박한 인물부터 거칠고 비열한 악역까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2005년에는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 수상 소감은 ‘밥상론’으로 불렸고, 황정민의 소탈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이후 오랜 무명 생활을 보상받듯 쉼 없이 작품에 출연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 평범한 가장과 권력에 취한 인물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한국 영화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믿고 보는 황정민’이라는 평가도 따라붙었다.

A씨 “2년 사적 관계” 주장
황 “끊지 못한 스토킹 피해”

황정민에게 연기는 한순간의 성공이나 흥행 기록보다 매일 수행해야 하는 직업에 가까웠다. 관객이 자신을 지겨워하더라도 배우는 계속 새로운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긴 무명 시절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무대와 촬영장을 오간 배경에도 이 같은 직업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황정민은 스스로를 타고난 배우라기보다 준비로 완성되는 배우라고 여겨왔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인물의 말투와 걸음걸이, 생활 방식까지 세세하게 그려놓고 촬영에 들어가는 편이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대부분 감독과 상대 배우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결과라고 한다.

연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계기로는 영화 <그림자 살인>을 꼽았다. 이전까지는 맡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집중했다면, 이후부터는 관객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까지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만 몰입하기보다 작품 전체에서 인물이 해야 할 역할을 살피기 시작한 셈이다.

철저한 준비에도 황정민의 연기를 두고는 종종 ‘황정민스럽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역할이 달라도 특유의 말투와 에너지가 반복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억지로 감추기보다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안에서 인물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배우가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관객이 눈앞의 인물을 믿게 만들 수는 있다는 생각이었다.

영화 흥행이 이어진 뒤에도 연극 무대를 놓지 않은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황정민에게 무대는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배우로서의 감각을 다시 점검하는 공간이었다. 매회 같은 장면을 처음처럼 연기해야 하고, 실수마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무대에서 그는 연기의 기본을 되새겼다.

“배우는 관객이 지불한 표값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여러 차례 해왔다. 흥행을 장담할 수는 없더라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인상만큼은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마다 강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그의 연기 역시 이 같은 직업의식에서 비롯됐다.

황정민은 현재 영화 <호프>의 주연배우로 출연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예정된 무대인사와 홍보 일정을 소화했고, 영화는 누적 관객 400만명을 넘어섰다. SBS 예능프로그램 <틈만나면,>도 황정민이 출연한 방송분을 편집 없이 내보내기로 했다.

A씨는 <호프>의 제작·배급 관계자와 해외 파트너사 등에 황정민과의 관계를 주장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작품과 무관한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품 활동에는 큰 차질이 없었지만, 황정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연기와 작품은 배우의 사생활과 분리해 봐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기혼 배우로서 오해를 살 만한 언행을 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황정민 측이 주장하는 스토킹 피해와 A씨가 제기한 사적 관계 역시 어느 한쪽의 설명만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부적절 관계?
나오는 증거들

이번 공방의 향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A씨에게 내려진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은 정식재판 청구로 확정되지 않았고, A씨가 제기한 2억원대 손해배상소송도 남아 있다. 반복적인 연락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교류였는지, 명확한 거부 의사 이후에도 계속된 스토킹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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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