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간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을 지킬 ‘진짜’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방의 과거를 파헤치기 바쁘다. 당원들의 축제여야 할 전당대회가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하면서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친 이재명)을 외칠수록 이 대통령이 고립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김민석·정청래·송영길 세 후보의 난투극이 점입가경이다. 첫 순회 경선인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부터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더니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전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1일 김민석 후보는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의 연장전은 민주당의 지옥이고, 그 지옥문을 닫아야 한다”며 정청래 후보를 직격하는 등 기선 제압에 나섰다.
제 살 깎기
이날 김 후보는 “더 흔들리면 황금시대의 입구도 흔들릴 것”이라며 “당도, 정부도, 대통령도 흔들리는 최악의 길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내에 우리 당의 지지율을 10% 이상 올려드릴 계획이 있다. 압도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당 대표와 손발 맞고 대통령과 손발 맞는 진짜 친명 지도부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송영길 후보는 정 후보의 연임 도전을 비판했다. 그는 “역대 민주당 대표는 연임하는 경우가 없다”며 “유일하게 연임한 (당시) 이재명 대표는 검찰 독재 권력으로부터 대선후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1표도, 형사소송법 개정도 다 정리됐는데 왜 연임을 하느냐”며 “(정 후보가) 자기 정치를 해왔다고 많은 당원이 평가하고, 자기 정치 때문에 이재명정부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지지 않고 “최악의 자기 정치는 2000년 노무현을 배신하고, 정몽준에게 날아간 그것이 최악의 자기 정치 아니겠는가”라며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이른바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를 언급해 되치기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정 후보는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제안했을 때 반대한 사람과 1인1표제를 추진할 때 반대한 사람을 기억해 달라”며 친석(친 김민석)계 의원이 합당 논의를 반대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다음 날인 2일 열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순회경선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김·송 후보가 정 후보를 향해 “이재명정부 공격에 왜 침묵하는가”라며 협공을 펼쳤고, 이에 정 후보는 “저는 컷오프, 공천 탈락됐어도 탈당하지 않았다. 배신할 사람은 또 배신한다”며 ‘배신자론’으로 방어했다.
이날 정 후보와 김 후보는 상대 측을 향해 당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 제소를 예고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첫 번째로 ‘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 제기로 당을 위험에 빠뜨린 김 후보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하겠다”며 “윤리감찰 결과 의혹 제기에 근거가 전혀 없다면 김 후보를 윤리심판원에 곧바로 제소해 징계 조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진짜 친명” 앞다퉈 거수
혼탁한 윗물…최고위 패싸움까지
김 후보 역시 “이번 선거 과정에서 잘못된 계파 행위를 한 사람들, 상대 후보가 연설하는 데 잘못된 비난과 선동을 한 사람들은 모조리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지도부에 들어가더라도 윤리위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정 후보를 비롯한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최민희·이성윤·한민수 등 최고위원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후보 간의 싸움이 거칠어지자 최고위원 후보들도 격돌했다. 최민희 후보는 김 후보를 겨냥해 “2002년 노무현 후보를 퇴출하고 정몽준 후보 만들기 위해 당을 나간 사람이 있다”며 “의견을 내면 반명(반 이재명)으로 모는 게 민주적 태도인가. 누가 친명·반명 감별 자격증을 줬나”라고 꼬집었다.
이성윤 후보는 “반명은 우리 당이 잘못되기를 바라고 대통령과 우리 당을 이간질하는 가짜 프레임이고 이간질 프레임”이라고 주장했으며 한민수 후보는 “자기 정치를 했다고 주장하려면 근거를 대라. 정 후보가 대표가 돼 민주당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친명·친석계 후보들의 “대통령을 어렵게 만들면 안 된다” “(정청래 지도부는) 말로는 대통령 지킨다면서 흔들고 엇박자를 내는 지도부” 등 반격이 이어졌고 지지자들 간에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전당대회가 당·정·청 불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후보 중에 진짜 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있나. ‘이재명 마케팅’으로 대통령의 이름만 닳도록 외치는 상황”이라며 “서로서로 약점을 다 끄집어냈으니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탄탄한 리더십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런 여당으로 어떻게 이정부를 뒷받침하고 국정 위기에 방패막이 되어주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배신자론에 윤리위까지 ‘맞불’
“순방 성과 다 묻혔다” 비판도
갈등 속 선출된 신임 당 대표가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발을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금까지 이정부는 외연 확장, 화합 등 통합을 강조해 왔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 앞에 부동산·외교·민생 등 주요 어젠다가 산적해 있지만, 정작 전당대회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면서 부담은 오롯이 청와대의 몫이 되고 있다.
오히려 전당대회가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덮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이 7박 11일간의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전당대회를 비롯한 보완수사권 논의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 기간 내내 이 대통령은 혼자 외로운 사투를 했다. 이 뿐인가. 전당대회가 끝난 뒤 벌어진 난장판을 청소하는 데에도 한세월”이라며 “진짜 이 대통령을 위한 사람들은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당대표든 최고위원이든 진짜 이 대통령을 위한 후보가 없다 걸 보여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 전대는 이렇게 나가면 안 된다. <한겨레> 성한용 대기자 칼럼대로 깨지거나 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정봉주 전 의원에게 죄송하지만 (그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 당시 1위를 유지했으나 이른바 ‘명팔이’(이재명 팔이)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반감을 사 6위로 밀렸다.
자중지란
박 의원은 “(그는) 전대에서 압도적 1위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과유불급, 지나침으로 실패했다”며 “지금 우리 전대에는 너무 많은 정봉주 2, 3, 4가 있다. 계속되면 (민주당은) 깨지거나 망한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네거티브를 그만두고 민생 경제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서민 농어민 경제, 주식시장, 부동산 문제 등 정책으로 돌아가라”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성공해야 민주당이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 성공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