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파전’ 민주당 전대 최대 승부처

‘초박빙’ 호남·수도권 올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정청래 후보와 그를 꺾으려는 김민석 후보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당원이 밀집한 호남과 수도권이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승패를 가를 이곳에서 당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이목이 쏠린다.

오는 15일과 16일 각각 호남과 경기·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순회 경선이 연달아 열린다. 유권자의 80%가 밀집된 지역으로 사실상 두 지역 경선 결과가 최종 승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전당대회 마지막 주말이 ‘슈퍼위크’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호남 결집
기선 제압

당권주자들은 호남에서의 승리를 지렛대 삼아 수도권 표심까지 영향을 받는 연쇄 작용을 노리고 있다. 지난 전국 순회 경선에서 정청래·김민석 후보 간에 초박빙 접전 양상이 펼쳐진 만큼 두 후보는 최대 표심이 모인 호남을 앞다퉈 방문했다.

정 후보는 지난 4일 광주 말바우 시장을 방문해 “있지도 않고 실재하지 않는 ‘명청대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당원들을 갈라치기 하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대에 이재명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았다. 각자 후보는 본인의 이름을 걸고 본인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명청대전이 어떻고 반명(반 이재명)이 어떻고 하는 것은 앞으로 중지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도 했다.

이어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같은 동지를 반명으로 몰아서 엄포를 놓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민주당 전당대회 역사상 없던 일”이라며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서 당원을 갈라치기 한다고 거기에 속거나 우르르 따라갈 당원은 없다”고 자신했다. 정 후보는 김민석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며 SNS를 통해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설’에 대해서도 재차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김 후보는 전북 남원과 정읍을 방문하고 김제에서 당원 강연회를 진행하는 등, 마찬가지로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 김 후보 측은 전남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전북 전주대에서 연 집회에 각각 7000명, 3000명이 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동원으로 가능한 숫자를 넘은 것”이라며 “현장에 계신 분들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표현을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메가프로젝트’를 띄우면서 이재명정부의 국정 파트너를 자처했다. 전주대학교에서 열린 당원 집중 토크콘서트에서 “메가프로젝트는 시장과 도지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메가프로젝트에서 전북이 반도체(사업)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메가프로젝트도 전북이 2·3차 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당 대표가 되면 전북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15·16일 연속 당락 가를 슈퍼위크
간절한 한 표…당원 표심 향배는?

김 후보는 “정 후보가 대표가 되면 ‘호남 메가프로젝트’가 흔들릴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치가 흔들리거나, 정당이 흔들리거나, 정권이 흔들리면 (그동안의 계획이) 다 뒤집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정부의 메가프로젝트가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약속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건) 객관적 사실”이라며 “정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지적했다.

호남·수도권 경선에 대해서는 “최소한 과반 전후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큰 흐름은 호남에서 승기를 잡고, 수도권에서 (승기가) 굳혀진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호남에서는 분명히 이길 것이고 수도권에서는 그 여세로 쭉 이어갈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득표율) 50%를 넘길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호남에서도 그에 육박하거나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 후보는 전날 같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를 반박했다. 그는 “실제로 유권자가 제일 많은 건 수도권이다. 수도권에서는 제가 앞서고 있다”며 “이번 주 제주·인천과 강원·대구·경북 결과를 보고 비등비등하게 나오면 호남에서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49대 51 싸움이 이어지는 만큼 각 캠프에서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충청권과 부울경 순회 경선 권리당원 투표 합산 결과 누적 투표수 12만1981표 중 정 후보는 5만5518표(45.51%)를, 김 후보는 5만4307표(44.52%)를 얻어 정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김 후보 측 채현일 의원은 “김 후보에게 첫 주말 경선(충청)은 가장 험난한 구간이었다. 상대 후보의 연고지인 충청과 조직 기반인 부산이 포함돼있어, 첫 주에 최대 7%까지 뒤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면서 “기대 이상의 좋은 출발”이라며 평가했다.

난무하는
아전인수

반면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는 “의원들이나 지역위원장들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당원들은 계파 정치를 싫어한다. 일반 권리당원은 그 문제의식이 강해서 팽팽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공개되고 대의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는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후보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권리당원을 제외한 대의원과 국민투표 결과는 지역별 순회 경선을 마치는 오는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세가 여론조사마다 차이를 보이면서 더욱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두 후보가 접점을 벌이는 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특정 후보가 과반을 넘는 등 당심의 흐름을 읽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6일 공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김민석 45.0% ▲정청래 43.2% ▲송영길 7.8%로 김 후보가 정 후보를 1.8%p 차로 앞섰다.

반면 KSOI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5일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가 51.1%로 과반을 기록한 반면 정 후보는 31.4%에 그쳤다.

미디어토마토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은 1.8%다. KSOI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5.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이번 전당대회가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는 배경에는 어느 때보다도 두 후보의 성향이 뚜렷하단 점이 있다. 이에 따라 지지층의 비토 성향도 강해졌고, 이를 양분으로 삼은 후보 간의 거친 설전이 반복되면서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명분과 반감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

누구엔 독
누구엔 약

김 후보는 자신이 이 대통령의 구상과 국정 운영을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실무형 대표’를 자임해 왔다. 정 후보가 대표이던 당시 여러차례 당정 간 충돌이 일었던 만큼 자신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고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후보가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후보는 거듭해서 자신이 명청대전을 끝내고 당을 안정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당·청 간 당연히 이뤄져야 할 수준의 긴밀(한 협의)이 실제로 잘되지 않은 건 불편한 진실”이라며 “제가 명청대전 이런 갈등 없으면 뭐 하러 총리를 그만두고 나왔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광 효과’가 오히려 김 후보의 약점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가 이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음에도 1주 차 경선에서 압도적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경선에서 부족한 역량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리더십 부재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게다가 전통 지지층 사이에서는 정몽준 후보로 단일화를 주장하며 당시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주장한 이른바 ‘후단협 사태’에 대한 불신이 예상보다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김 후보가 “정리된 사안”이라며 불은 껐지만 민주당의 뿌리인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만큼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로 전통 지지층의 표심을 등에 업은 정 후보가 ‘반 김민석’ 표를 흡수하지 못한 데에는 마찬가지로 외연확장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특유의 투사 이미지는 핵심 강성 지지층을 집결시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중도 당원을 비롯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박빙 경선 속 복잡한 셈법
계파간 깊어지는 갈등의 골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후보를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외부 거대 조직이나 특정 계파의 지원 없이 선명성 하나만으로 당원들을 결집시켰다는 점에서다. 그는 “정 후보는 팬 만큼이나 안티도 많다. 팬도 안티도 아닌 중간 지점의 당원을 끌어들어야 할 것”이라며 “문제는 워낙 개혁가 이미지가 강해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봤다.

그런 정 후보는 전통적 지지층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전당대회 출마 선언 직후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한뿌리 공동체인데 어느 순간부터 뿌리를 자르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전통적 핵심 지지층을 한군데로 묶어 세우려면 한뿌리 정신으로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라디오를 통해서는 “핵심 코어 지지층, 소위 전통적 지지층에서 이반 현상과 상실감이 있다. 그분들의 열정과 헌신이 내게 투사되고 있다”며 “그래서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만드는 정청래가 나서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해 외연확장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되돌아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합당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합당을 위해 전 당원 투표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지지 안 했던 사람들을 끌어들여 외연 확장을 하자면서 정작 그럴 가능성이 더 있는 혁신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고 지금도 미스테리”라며 합당 논의에 반대했던 계파를 저격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인 중도 보수·실용주의와 정 후보의 강경한 태도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권 정당으로서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정부에 있어 정 후보와 친청계 인사의 전통적 노선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송영길 후보는 이 대통령을 겨냥해 ‘ABC론’ ‘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소환해 정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충남 순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정부에 저주를 퍼붓는 유시민에게 침묵하는 이런 당 대표가 필요한가. 단호하게 이정부를 지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 역시 유 작가를 대한 정 후보의 모습을 꼬집으며 “이것이 반명이고 분열주의”라고 비판했다.

출렁이는
정치 생명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리더십 부재의 우려를 안은 김 후보와 외연 확장 한계를 지닌 정 후보라는 두 딜레마가 부딪힌 결과물이다. 두 사람의 운명이 오는 15일 호남과 16일 수도권 당심에서 갈리는 만큼 프레임과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막판 변수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한 친명계 최고위원 캠프 관계자는 “선호투표, 1인 1표제 등 변수가 너무 많다”며 당락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3위의 표심에 따라 2위가 당선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당원들은 마음을 다 정했다.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가 없으니 호남과 서울에서 한 명의 당원이라도 더 끌어들이는 쪽의 승리”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응답하라! 호남인” 송영길 분노한 이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향해 “호남을 계몽 대상으로 여기는 오만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정 후보가 SNS에 남긴 글을 보고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며 “민주당의 역사를 함께해 온 한 사람으로서 분노와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앞서 정 후보는 자신의 SNS에 ‘응답하라 호남’이라는 제목의 게시물과 함께 포스터를 올렸다.

해당 포스터에는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는 글과 함께 “노무현의 바람이 이인재의 조직을 이겼듯이 영남의 깨시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하러 간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에 송 후보는 “‘깨어 있는 영남 시민들이 호남으로 간다’는 말의 뜻이 무엇이냐. 호남 시민들은 아직도 누군가의 가르침과 계몽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인가”라며 “호남 당원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며, 지역 조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이자 꼭두각시라는 말인가. 호남 당원과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