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까지 지우는 장동혁 속셈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8.11 10:21:31
  • 호수 1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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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줄 모르는 자기 파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가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과거 총선·대선은 수사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선거 전반 모두’를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 법보다 큰 승리를 선언한 장 대표의 부정선거론은 자신과 국민의힘을 어디까지 옭아맬까.

여야가 지난달 30일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법(이하 선관위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6월3일부터 24시간 올림픽공원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 힘을 모아주고 계신 시민들 덕분”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부실과 과실
부정과 고의

장 대표는 이날 선관위 특검법에 대해 “선거 전반 모두를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말하는 ‘선거 전반 모두’는 “이번 6·3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대선, 필요하다면 그 이전의 어떤 것이든”이었다. 이어 “공소시효만 남았다면 모든 수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여야의 협상 결과와 법안의 명시적 범위를 크게 확장한 해석이다. 장 대표가 원내지도부에 “수사 대상에 지난 총선·대선 등 이전 선거까지 최대한 포함해 달라”고 주문한 것은 사실이다. 과거 총선·대선은 수사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장 대표는 선거관리 시스템의 관리·보안·운영 실태를 규정한 제10호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다룬 제12호를 결합해 공소시효가 남은 과거 선거까지 수사할 수 있다고 확장 해석했다.

실제 여야 합의로 확정된 수사 대상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의 참정권 행사가 침해됐다는 의혹 ▲투표율 집계 조작 등 선거관리 시스템의 전산 입력 오류·선거 통계 조작 의혹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이 외에도 ▲투표 부실 관리 의혹이 발생한 이후에도 개표를 강행한 의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본투표 용지 인쇄 물량 하한 기준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위법과 직권남용 등 범죄 혐의 사건 ▲선거관리 시스템의 관리·보안 및 운영 실태 부실 의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이 선거 관련 사고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누락·축소한 의혹 ▲투표지 제작 예산과 실제 인쇄·공급 물량 사이의 불일치 등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선거 관리 부실 사건 등이 범위에 포함된다.

법안의 명칭과 여야 협상의 취지는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의혹을 규명하는 데 맞춰져 있다. 과거 총선·대선은 수사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평소 장 대표와 강경 보수 진영을 비판해 오면서 부정선거와 부실 선거를 구분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부실 선거(선거 부실 관리)와 부정선거(의도적인 조작)는 엄연히 다르다. 조 대표는 이번 사태를 부실 선거로 규정했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관리 소홀 ▲행정적 착오 ▲투표 부실 사태 등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부실 관리에서 비롯된 문제로 본다.

그는 부정선거를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선거 결과가 뒤바뀐 선거”라고 규정하면서 “부정선거론은 객관적 증거가 없는 거짓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선 무효 소송이나 명백한 증거 없이 ‘부실이 곧 부정’이라면서 재선거를 선동하는 행위는 헌법 체제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의 분류대로라면 장 대표가 상당히 어려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산 조작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산 조작까지 있었고, 모든 자료와 증거를 가진 선관위가 이에 대해 말끔히 해명하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총체적인 부정선거”라고 강조했다.

“선거 전반 모두 수사 가능”
합의보다 커진 승리 선언

그러면서 “부정선거에 대해 반박하면서 ‘부정선거를 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경찰·참관인 모두를 매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설 자리가 전혀 없어졌다”며 “투표부터 개표까지 2중·3중 감시·감독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설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 대표의 주장과 상반된다. 장 대표의 부정선거론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누구와 공모해 무엇을 위해 의도적으로 선거 결과를 뒤바꿨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조 대표에 따르면 부실 선거와 부정선거의 차이는 의도의 유무라고 볼 수 있다. 부정선거론이 뒷받침되려면 “누가 무엇을 위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게임의 규칙 측면에서 보더라도 부실 선거론은 현상을 짚어 ▲관계자 처벌 ▲시스템 개혁 ▲재발 방지 등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면 말끔하게 정리된다. 하지만 부정선거론에는 “누가 무엇을 위해”를 규명해야 하는 난도가 매우 높은 과제가 추가된다. 부실 선거론이 형법상 과실범죄의 영역에 가깝다면 부정선거론은 고의 범죄의 영역에 가깝다.

형법상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공동으로 범죄를 실현하려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 지배’가 인정돼야 한다. 직접 실행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범행에서 차지한 지위와 역할,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와 지배·장악력 등이 확인돼야 공모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장 대표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선거 관리 부실은 일부 사실만 드러나도 부실 선거를 규탄하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선거 결과 조작을 의미하는 부정선거론은 “누가 무엇을 위해”라는 명제와 구체적인 인과관계까지 입증해야 한다.

판례는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상당인과관계설을 취하고 있다. 이는 ▲행위가 없었다면 결과도 없었다는 사실적·조건적 관계가 우선 성립하는지 ▲일반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는 상식과 경험에 비춰 그 행위로부터 그런 결과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거나 통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결과 발생의 책임을 행위자에게 묻는 것이 타당한지 등을 종합해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이론이다.

‘법률가 장동혁’이 재판에서 적용했을 법적 기준과 ‘정치인 장동혁’이 여론 앞에서 사용하는 기준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장 대표의 주장은 이기기 쉬운 싸움을 버리고 입증하기 극히 어려운 싸움으로 스스로 옮겨가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서는 스스로를 불리한 위치로 이동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전술적 자기 파괴’로 볼 소지가 있다.

정략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장 대표는 상당한 도박 중이라는 시각이 있다. 만약 특검이 “심각한 선거 부실은 확인했지만, 선거 결과를 조작한 조직적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궁지에 몰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자기 성찰

장 대표가 부실 선거론에 기반한 수사 결과를 수용한다면 지금까지 결집시킨 강성 지지층 일부로부터 “왜 끝까지 싸우지 않느냐”는 공격을 받으면서 핵심 지지 기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반대로 부정선거론을 유지하면서 수사 결과를 부정·비판한다면 중도층 등 일반 유권자로부터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장 대표와 국민의힘에 악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 결국 ‘전략적 자기 파괴’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의혹을 규명하는 게 아니라 의혹이 끝나지 않도록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

장 대표의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서버를 수사하지 않으면 은폐 ▲서버를 수사했는데 부정선거 근거가 나오지 않으면 수사 부실 ▲특검이 부정선거를 인정하지 않으면 특검의 편향 ▲지방선거에서 부정선거의 근거가 나오지 않으면 과거 선거도 조사해야 한다는 등의 4단계 구조에 빠지게 된다.

이 4단계의 주장을 모두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정치적으로 강경 보수 성향 핵심 지지층에는 상당한 호소력을 갖는다. 이들을 벗어난 유권자들은 “장 대표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제도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고도 의심이 가능하다.

이 같은 구조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사퇴 요구를 거부한 장 대표의 정치적 선택과도 맞물린다. 정당은 선거에서 패배한 뒤 후보·정책·공천·지도부 메시지·중도 확장 방법 등을 점검하는 게 통상적이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도부 책임론과 노선 쇄신 요구가 제기됐다. 하지만 장 대표는 사퇴 요구를 거부한 채 선거 패배의 핵심 원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돌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 내부의 실패는 검토 대상에서 빠지고,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투쟁 방해로 규정할 수 있다.

결국 국민의힘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잃는다. 선거에서 패배한 당은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 지도자가 책임을 피할수록 조직은 실패 원인을 학습하지 못한다. 학습하지 못한 조직은 같은 방법으로 다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찾아야 할
진화 근거

대리인이 개인적 이익에 몰두할수록 주인은 손해를 본다. 장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면서 자신의 정치 노선을 고집할수록 국민의힘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의힘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자기 파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의 강경 행보가 국민의힘 지지율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선관위 투쟁과 강성 지지층 결집이 아직 당 지지율의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국지표조사(NBS)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21%였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였던 6월2주 차 조사에서는 25%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일부터 사흘 동안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장 대표는 지난달부터 ‘전국 재선거’를 강하게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15일 장 대표가 소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서울·경기·인천·울산·부산·광주·전남 등 6개 지역의 ‘투표지 부족 투표소’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사를 통해 가려 달라는 선거 소청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서울이 포함된 것은 정치적 파문으로 이어졌다. 당선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3월에는 국민의힘 공천 신청을 미룬 바 있다.

선거 소청 대상에 굳이 서울시장 선거까지 포함한 것은 결과적으로 “자당 후보가 당선된 서울시장 선거도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셈이 된다. 그 과정에서 오 시장의 법적·정치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실제 서울시장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정치적 상식 밖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의 정치적 손실보다 부정선거론을 더 중시했다”는 의심을 받을 위험이 있다.

물론 장 대표 개인의 정치적 계산대로라면 이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선거 전부터 장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장 대표의 지원 유세도 사실상 거부했다. 장 대표의 지원 유세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쓰기도 했다.

나아가 “장 대표의 노선이 수도권 패배를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이어갔다. 그랬던 오 시장이 승리했다. 이 때문에 장 대표는 “장 대표와 거리를 둔 후보는 살았다”는 굴욕적인 평가를 들어야 했다.

자신이 만든 위기에 갇히다
부정선거론 진화 가능할까

장 대표 관점에서 오 시장은 “장 대표를 피했기 때문에 이긴 사례”라는 핵심 증거가 됐다. 결국 “장 대표가 견지하는 강경 보수 노선이 아니라 수도권·중도 공략 노선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는 모두 선거 소청 대상에 서울시장 선거까지 포함된 데서 비롯된 분석이지만, 장 대표 나름대로는 “우리가 이긴 선거도 소청 대상에 포함해야 명분을 얻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의 불리함’과 ‘너의 유리함’을 한꺼번에 백지화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근거가 됐다. 따라서 이 역시 정치적 자기 파괴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파벌의 이익을 위해 정당의 공동 자산을 소모하는 행위로 보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의 관점에서는 ‘부활을 위한 도박’이지만, 국민의힘의 관점에서는 수도권·중도 확장 능력을 더욱 퇴화시킬 위험이 있는 선택이다.

장 대표는 자기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거듭하고 있지만, 공개된 정치 행위만으로 그의 실제 내면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치심리학적으로 선거 패배가 지도자의 권위와 정치적 생존을 위협할 경우 패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거나, 복잡한 현실을 흑백으로 나눠 판단하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오 시장이 승리한 만큼 선거 패배를 자신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유인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압박이 심할수록 부정선거론에 더욱 강하게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장 대표의 정신 상태를 진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위협을 받을 때 사고와 판단이 경직되는 일반적인 ‘위협-경직’ 반응의 틀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통제력 상실일 수 있다. 패배한 선거를 미확정 상태로 되돌리고 특검 수사와 각종 형사재판이라는 절차까지 새로 만든다면, 잃었던 통제력 중 일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미국 드라마 <더 와이어>에는 자기 파괴를 일삼는 형사 지미 맥널티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연쇄살인사건을 실제 사건인 것처럼 조작해 세상에 내놓는다. 이 사건은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 출마를 노리는 볼티모어 시장의 구미를 당겨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법률가 장
정치인 장

맥널티의 동료들은 맥널티가 조작한 사건의 덕을 톡톡히 본다. 볼티모어 시장이 지원한 예산 덕분에 밀린 추가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사건 조작이 드러났지만 볼티모어 정치권과 경찰·검찰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덮었다. 대신 맥널티는 경찰 수사 업무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 만든 허구가 조직 전체를 공범으로 만들고, 결국 자신의 경력까지 삼킨 셈이다. 과연 장 대표는 어디에서 부실 선거론이 부정선거론으로 진화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 세상 앞에 제시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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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