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이레에게 준은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 불필요할 만큼 아름다운지를 가르쳐준 사람이다. 사막과 빙하, 바다와 별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 뒤에는 “생각하는 건 결국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레는 그 이상함까지도 사랑했다.
그러나 준은 어느 날 아무런 작별도 없이 사라진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준의 소식이 이레에게 닿는다. 그 무렵 솔민에게는 푸른아녜스 수녀회를 취재하라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이레 앞에는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한 낯선 이들이 나타난다. 서로 무관해 보이던 사건들은 조금씩 같은 비밀을 가리키기 시작한다. 이레의 과거에는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빈칸이 있고, 그 빈칸을 설명할 사람은 준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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