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종결까지 21년⋯최태원-노소영 이혼 잔혹사

665억→1조3808억→9440억
요동쳤던 21년 족쇄 청구서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과 재산분할을 놓고 벌여 온 공방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가 지난달 24일 두 사람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명목으로 9440억원을 현금 지급하라고 선고했고, 이달 15일까지 양측은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으면 21년에 걸친 갈라서기 과정은 완전히 끝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SK㈜ 지분을 나눌 재산에 포함시키면서 몫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갈랐고, 주식 자체는 최 회장이 계속 보유하되 노 관장에게 돌아갈 몫만큼은 돈으로 치르게 했다.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는 연 5%의 지연손해금이 더해진다.

선고가 끝난 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20여 년의 혼인 정리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판결문을 살펴본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노 관장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법적으로 부부였던 상태는 지난해 대법원 선고로 이미 정리된 터라, 이번 판결로 남아 있던 재산 문제까지 정리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산분할 액수는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크게 흔들렸다. 소송은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고, 이듬해 조정이 무산돼 정식 재판으로 이어졌다. 몇 해 동안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방향을 바꿔, 헤어지되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요구였다.

2022년 12월 1심은 해당 주식을 상속과 증여로 만들어진 고유 재산으로 보고 나눌 대상에서 제외한 채 665억원만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건넸다며 이를 재산 형성에 보탠 몫으로 봐 달라고 했고, 2024년 5월 항소심은 주장을 받아들여 1조3808억원이라는 전례 없는 액수를 명령했다. 최 회장은 흔치 않게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상고 방침을 알렸다.

흐름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문제의 30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챙긴 뇌물 성격의 자금으로 보이는 만큼, 설사 그 돈이 SK로 흘러들어 갔다 하더라도 분할 기여도로 계산에 넣을 수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전직 대통령이 몰래 모은 돈을 딸의 몫을 정하는 잣대로 쓸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다만 이혼과 위자료 부분은 이 단계에서 그대로 굳어졌다. 위자료 20억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두 사람의 혼인 관계는 이때 법적으로 끝났다.

재판이 마무리된 것은 최근이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갈라선 시점은 한참 앞선다. 최 회장 측은 2005년 무렵부터 각방을 쓰면서 바깥에서만 부부 노릇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1988년 결혼한 두 사람은 1997년 최 회장의 어머니 박계희 여사와 이듬해 아버지의 잇단 별세, 경영권 승계,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를 지나며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13년경 써 두고도 법원에 제출하지 못한 이혼소장 초안에 가치관이 달라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를 적었다. 반면 노 관장은 30년 넘게 세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지켜 왔고 관계가 깨진 것은 가치관 탓이 아니라 최 회장의 혼외 관계 때문이라고 반박해 왔다.

2011년 SK그룹을 향한 검찰 수사는 두 사람의 ‘집’마저 완전히 갈라놓았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이 청와대 고위 인사를 통해 수사를 청탁했다고 주장하고, 노 관장 측은 이를 계속 부인하며 남편이 갇혀 있는 동안 옥바라지로 가족을 지킨 쪽은 자신이라고 맞선다. 최 회장은 2011년 8월 가족에게 이혼 결심을 알린 뒤 그해 9월 집을 나와 SK서린빌딩 집무실 등에서 홀로 생활하기 들어갔다.

갈등은 법정 밖에서도 불거졌다. 2015년 8월 최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이야기가 나오자 노 관장은 청와대에 A4 일곱 장 분량의 서신을 보내 아홉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2017년 6월 국정농단 재판에서 이 편지가 알려졌을 때 노 관장은 오히려 석방을 부탁했다고 해명했으나, 한 달 뒤 반대 취지였다는 사실이 보도로 드러났다.

그에 앞서 2015년 12월 말 출소한 최 회장은 손으로 쓴 편지를 통해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고,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노 관장이 만든 모임 ‘미래회’의 초대 회장 김모씨는 최 회장을 헐뜯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확정받기도 했다.

한 재계 인사는 “이미 남남으로 지내 온 부부를 법이 붙들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묻게 하는 사건”이라며 “20여 년을 남남처럼 살아온 두 사람에게 혼인신고서는 지켜야 할 약속이 아니라 좀처럼 떼어지지 않던 족쇄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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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