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남계 덴노’ 승부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8.04 10:53:40
  • 호수 1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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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 공주 막고 36촌 남성 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일본 다카이치 내각과 의회가 옛 왕족 가문 남성이 왕족의 양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지로 황실전범을 개정했다. 이후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황실전범 개정 논란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황실전범 개정 속에 숨겨진 일본 덴노 승계 규정의 폭탄은 무엇일까?

일본 의회가 일본 왕실의 구성과 왕위 계승 방식을 규정한 황실전범을 약 79년 만에 대폭 개정했다. 1947년 황실전범 시행 이후 왕실 구성과 왕위 계승의 기반을 건드리는 실질적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지난달 10일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참의원(상원)은 지난달 17일 이를 의결했다.

79년 만 개정

개정안에 따르면, 여성 왕족은 일반인과 결혼한 이후에도 왕실에 남을 수 있다. 아울러 지난 1947년 이후 신적강하돼 왕실을 떠난 옛 왕족 가문의 남성도 왕족의 양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양자가 된 본인에게 왕위 계승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의 남계 남자 자손에게 왕위 계승 자격이 열릴 수 있다.

가장 첨예한 조항은 왕실을 떠난 옛 11개 미야케(궁가)의 후손 중 부계 혈통이 이어지는 남성을 왕족의 양자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대목이다. 황실전범은 여전히 “황위는 황통에 속하는 남계의 남자가 승계한다”는 원칙을 유지한다.

이번 개정은 이 원칙을 바꾸지 않은 채 옛 11개 미야케 출신 남계 남성을 왕족의 양자로 받아들이는 통로를 새로 연 것이다. 입양 대상은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15세 이상의 남성으로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덴노와 왕족이 양자를 들이는 것이 금지돼있었다.

논란이 커지는 지점은 양자 본인이 아니라 그다음 세대다. 양자가 된 남성 본인에게는 왕위 계승권이 없지만, 그다음 세대 남성에게는 덴노 계승 자격이 생길 수 있다. 나루히토 덴노에게는 외동딸 아이코 공주만 있는 만큼, 이 조항은 곧 여성 덴노와 여계 계승 문제를 우회하는 장치로 읽혔다.

일본 역사에서 여성 덴노 자체가 금기였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일본에는 총 8명의 여성 덴노가 있었고, 이 중 2명은 두 차례 즉위했다. 다만 보수파는 이들이 모두 부계로 왕통에 속한 남계 여성 덴노였고, 이후 왕통도 남계 계승의 틀 안에서 이어졌다고 본다. 예컨대 고교쿠·사이메이 덴노는 비다쓰 덴노의 증손녀이자 조메이 덴노의 황후였고, 그 아들 덴지 덴노도 조메이 덴노의 아들이었다.

문제는 입양 대상인 옛 궁가 후손과 현 덴노의 혈연관계가 36~38촌에 달한다는 점이다. 공통 조상을 찾으려면 약 600년 전 무로마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먼 혈족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왕족 편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래도 남계 혈통이 이어져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여성 왕족 잔류·옛 왕족 양자도 허용
다음 세대 핵심…여계 계승 우회 논란

일본 여론은 이번 개정을 대체로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황실전범 개정이 사실상 아이코 공주의 승계론을 우회·차단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202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덴노 즉위 찬성 여론은 90%로 집계됐다. 올해 <주간문춘> 온라인 긴급 설문에서도 여성 덴노 즉위 찬성 여론은 93%로 집계됐다. 당시 두드러졌던 의견은 “여성 덴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거나 “여성 차별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반발은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하락에서도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 월례 조사 기준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압승 당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1%로 집계됐다. 이후 지지율은 3월 58%, 4월 53%, 5월 50%로 내려갔고, 6월에는 51%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기준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41%까지 떨어졌다.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 50% 선이 처음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이 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을 앞섰다.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는 ▲황실전범 개정 논란 ▲고물가 대응에 대한 불만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민주당 등 보수파가 남계 승계 고수론을 놓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성 덴노 찬성 여론은 넓지만 얕고, 남계 승계 고수론은 좁지만 깊다. 남계 승계 고수론의 밑바탕에는 ▲황통 원리 ▲보수 정체성 ▲당내 우파 결속 ▲히사히토 계승 가능성 보전 등 네 가지 동기가 깔려 있다. 히사히토는 나루히토 덴노의 유일한 남성 조카다.

히사히토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는 여성 덴노 탄생 자체보다 여계 덴노의 탄생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아이코 공주가 즉위하면 아이코 공주 자녀의 계승권 문제가 불거진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보수파는 이를 막기 위해 남계 승계를 고수하려는 것이다.

아이코는 안정감
히사히토는 진학

일본 보수파는 만세일계 관념을 중시한다. 만세일계란 제1대 진무 덴노부터 현재까지 황통이 단절 없이 이어져 왔다는 관념이다. 현대 일본 보수파는 이 연속성을 주로 남계 혈통의 연속성으로 해석한다. 이는 국가 정통성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들의 역사관에서는 진무 덴노가 일본 신화의 최고신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는 관념이 작동한다. 이들에게 혈통의 연속성은 일본 국가의 특수성과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2000년 넘게 지켜온 왕실의 정통성과 일본의 국가적 근본을 여기서 찾는 것이다. 따라서 여계 승계를 인정하는 것은 정통성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행위로 간주된다.

아울러 여성 덴노의 존재를 인정하면 아이코 공주와 히사히토 친왕의 정통성 논쟁이 불거진다. 정통성 논쟁은 결국 여론 경쟁의 장으로 이어진다. 국가의 상징인 덴노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히사히토 친왕을 둘러싸고는 진학 과정을 놓고 특혜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일본 왕족은 전통적으로 가쿠슈인으로 진학한다. 하지만 히사히토 친왕은 ▲오차노미즈여대 부속학교 ▲쓰쿠바대 부속고교 ▲쓰쿠바대 등으로 이어지는 비전통적 경로를 택했다.

쓰쿠바대 부속고교는 경쟁률과 상징성이 큰 명문 국립학교로 알려졌다. 그의 진학은 오차노미즈여대와 쓰쿠바대 사이의 제휴교 진학 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이 때문에 “특혜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쓰쿠바대 진학 이전에는 도쿄대 추천 입학설이 확산돼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됐던 바 있다.

반면 아이코 공주는 여론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나루히토 덴노의 유일한 자녀라는 점에서 국민 정서를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서 튀는 행보 대신 품위·절제·성실함을 보여주는 왕실 구성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가쿠슈인대학을 졸업한 이후 지난 2024년 4월부터 일본적십자사 상근 촉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왕실 공무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코 공주는 스스로 일본적십자사에서 근무하는 이유로 “대학 시절 복지 관련 수업을 들으며 복지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공무 외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일본 대중이 왕실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봉사·겸손·공공성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아울러 나루히토 덴노와 마사코 황후의 현대적이고도 절제된 왕실 이미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여론 역풍

이번 개정은 여론의 다수 의견보다 자민당 보수파의 제도 논리가 우선된 장면으로 읽힌다. 하지만 황실전범 개정은 다카이치 내각이 처음 겪는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대중은 왕실의 현실적 한계에 맞춘 새로운 문을 요구했지만, 보수파 중심의 정계는 남계 승계의 문법을 고수했다. 일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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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