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때리고 한동훈 감싸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8.04 10:45:00
  • 호수 1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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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확장론과 헌정 보수론 교차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집요하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장 대표의 대안처럼 거론한다는 점도 닮았다. 한 사람은 선거 공학의 대가로, 다른 한 사람은 명 취재기자로 이름을 남긴 보수 원로다. 이들은 왜 같은 선택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을까?

정계 원로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장기간 쉴 새 없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해 “장 대표가 6·3 지방선거에서 패한 게 사실인데도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당 밖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잘못으로 투표용지가 모자란 것을 명분 삼아 자기 나름의 정치를 하고, 당내에서는 윤리위 징계를 운운하고 있는데 과연 끝까지 버틸까 싶다”고 말했다.

끝까지
버틸까

이어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를 내쫓는 결의를 하더라도 절대로 안 물러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런 상황까지 가면 장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이 말하는 ‘비극적 상황’은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2028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2030년에 다시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장 대표를 힘으로 몰아내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의 경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7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론이 자신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장 대표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뚜렷한 다음 대권 후보가 보이지 않으니, 자신도 대권을 향해 시도해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당내에서 사퇴 요구가 나와도 이를 무시한 채 국민을 직접 만나고 지역을 돌면서 지지도를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토대로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나서려는 집착이 아주 강하다”고 짚었다.

이런 장 대표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장 대표만 갖고 자꾸 이야기할 게 아니라, 앞으로 당의 진로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 상태가 이어지면 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장 대표의 결단 이전에 의원들이 거시적인 당의 노선과 지도 체제에 대한 의견을 분명히 해 장 대표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강한 반응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장 대표를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6월18일에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보니, 올해 말까지는 이런저런 갈등을 유지하면서 가다가 최종적으로는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예상하는 장 대표가 흔들리는 시점이 ‘올해 말’인 이유는 “연말이 지나면 바로 다음 총선 상황이 시작되는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장동혁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김 전 위원장은 비교적 한 의원을 두둔하면서 장 대표와 같은 당 안철수 의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안 의원이 한 의원을 강력 비판하면서 ‘영구 복당 금지’를 주장한 부분도 비판 의견을 유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안 의원은 정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그렇게 투철한 분이 아니”라며 “당권·대권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경쟁자인 한 의원을 몰아붙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 안 물러나면 비극…총선 앞둔 의원들에 달려”
보수 확장 막는 장 때문에 한 상대적 두둔…안도 비판

김 전 위원장의 장 대표·안 의원 비판 취지를 이해하려면, 그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김 전 위원장은 특정 정당의 운영을 맡으면 강성 지지층의 의견을 배제하면서 중도 확장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선거를 지휘해 왔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부정선거·투표용지 문제 같은 장외 명분 집착 ▲반대파 징계 등에 집중하는 장 대표의 대응 등은 정당 조직의 수축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을 더 오른쪽으로 몰면서 더 좁은 공간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바라보는 정당은 강성 지지층의 정체성 표현체가 아니다. 후보·메시지·이념 방향·연합 대상을 조정해 권력을 얻는 조직, 즉 집권 가능한 선거 기계로 본다. 따라서 김 전 위원장의 관점에서는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려는 장 대표의 방식은 집권이 아니라, 당원·유튜브·강성 팬덤의 감정에 끌려가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김 전 위원장이 안 의원에 대해 정치적 동기를 의심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과 한 의원은 수도권·중도 확장·대권 도전 가능성 등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이 한 의원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 재건을 위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자신의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려는 당권·대권 플레이라는 관점에서 동기를 의심하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의 관점에서 장 대표가 한 의원을 좌절시키면 보수는 강성 지지층 안에 갇힌다. 아울러 안 의원이 한 의원을 공격하면, 보수 확장 카드끼리 의미 없는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 대해서는 ‘사퇴’를 언급하고, 안 의원에 대해서는 ‘동기’를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 전 위원장이 한 의원을 향해 절대적인 애정을 가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 구조를 중시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보수의 외연 확장을 막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한 의원을 상대적으로 두둔하는 것에 가깝다.

김 전 위원장의 지론대로라면, 국민의힘은 현재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선택에 따라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만의 정당이 될 수도 있고, 중도·수도권·청년층까지 끌고 와 집권할 수도 있다. 따라서 김 전 위원장에게 한 의원은 완성품이 아니다.

그의 관점에서 한 의원은 적어도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구 친윤(친 윤석열)계와 갈라섰고, 중도·수도권·청년층에 호소할 여지가 있으며, 보수 재편 국면에서 새 얼굴로 소비될 수 있는 보수 확장 카드다. 국민의힘이 한 의원을 끝내 완전히 쳐내면 국민의힘이 잃는 게 많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안 의원이 한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김 전 위원장의 관점에선 확장 카드끼리 서로 갉아먹는 일에 불과하다.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보수 재편의 판에서는 ▲한 의원 ▲안 의원 ▲개혁신당 ▲수도권 ▲반 강성 보수 등이 모두 골고루 같이 성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의원이 배제되는 것은 보수 재편에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확장과
소모전

따라서 김 전 위원장의 발언들은 장 대표 개인에 대한 감정적 비판이라기보다, 장동혁 체제로는 다음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선거 공학적 경고에 가깝다.

한편 조 대표는 지난 6월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IQ가 60 정도만 되어도 부정선거는 거짓 선동이고, 전국 재선거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장 대표의 지능은 범고래나 어린이 지능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범고래나 어린이 지능보다 못한 장 대표의 바보짓을 노예처럼 따라가면서 부정선거와 전국 재선거를 외치느냐”고 반문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은 국민의힘을 지방선거에서 패배시켜 장 대표와 당권파를 심판했다.

조 대표는 “그런데도 제명할 용기가 안 생기느냐”며 “국민의힘은 차라리 장 대표를 범고래로 대체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롱했다. 그 이유로는 “범고래는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에 예의를 갖추기 때문에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심이 강한 장 대표보다 낫다”는 것을 들었다.

지난달 26일에는 장 대표를 일컬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전략자산”이라고 지칭했다. 조 대표는 “장 대표의 거의 모든 행동은 민주당에 이롭고, 국가·민주주의·보수에는 해롭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사실·상식에 어긋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보수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극단주의는 상대 진영을 돕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장 대표 등 국민의힘 당권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다. 조 대표는 “민주당의 각종 정책과 입법 드라이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당내 경쟁 세력 제거에 정치력을 집중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 재건은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 인정과 쇄신에서 시작돼야 하지만, 오히려 부정선거와 재선거 주장에 매달리고 있다”며 “보수 재건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죽어야
사는 법

조 대표는 “한 의원의 당선은 장 대표가 정치적으로 죽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한 적도 있다. 지난 6월4일 지방선거·재보궐선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한 의원의 재보선 승리를 일컬어 “한동훈의 대역전극”이라고 규정한 후 장 대표를 향해 “그렇게 죽이려던 한동훈이 살아 돌아왔으니, 장동혁이 이제 정치적으로 죽어줘야 할 때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심지어 “착하고 강한 사람이 나쁜 놈들에게 이겼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장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 현 상황을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한 의원에게 조롱하는 듯한 어조로 신당 창당을 언급했던 반면, 조 대표는 진심으로 한 의원에게 신당 창당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지난달 13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이 무산되면, 나는 창당하라고 할 것”이라며 “한 의원을 복당 안 시키는 정당은 민심을 거역하고, 결국 윤석열 내란 수괴 세력 편에 서겠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장동혁 세력은 윤석열 세력이고,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이라며 “이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이 같은 당에서 장기간 동거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헤어진다고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당도 되고, 분당도 되고, 여러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한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그 기반으로는 서울과 부산을 후보지로 거론했다. 근거로 최근 부산·경남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고,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 행태를 보고 가장 분노한 사람들은 바로 부산 사람들이라는 점을 들었다.

안 의원이 한 의원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조롱하듯이 신당 창당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한 의원을 비판하려면, 장 대표도 함께 비판했어야 균형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한평생 강성 반공·정통 보수의 스피커로 활동해오고 있다. 언제나 보수란 ▲헌법 수호 ▲법치주의 ▲합리적 지성 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반공 민주화 운동으로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역사적 사실이다.

조 “장은 범고래·어린이보다 못해…민주당 전략자산”
비상계엄 이후 4단 논법 “계엄·음모론은 헌법 파괴”

아울러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옹호론은 보수를 파괴하는 반지성주의적 광기로 규정된다.

장 대표를 일컬어 심지어 “범고래보다 못하다”는 극언을 했던 이유는 그의 평소 정치적 언행이 조 대표의 의견과 상반되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장 대표는 평소 “강성 지지층과 극우 유튜브 세력과 어울리면서 부정선거론 및 비상계엄 옹호 세력과 명확히 단절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조 대표의 표현 수위만 놓고 보면, 장 대표 체제를 단순한 노선 차이가 아니라 보수의 수치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읽힌다.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한 의원은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 쥐어야 할 유일한 정통성 카드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관점에서 당시의 한 의원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헌법을 지키는 정통 보수 정당임을 입증할 만한 유일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가 장 대표에게 극언을 하면서까지 한 의원을 두둔하는 것은 한 의원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의 정통성을 지키는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조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를 비판하고, 한 의원을 두둔하면서 명제·진단·비판·결론 등 4단 논법을 완성했다. 그에 따르면, 진짜 보수는 헌법과 법치를 수호해야 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동조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가 된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이를 배척하지 않은 채 극우 세력에게 기쁨을 주려고 하니, 보수를 궤멸시키는 역설적인 존재가 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한 한 의원은 보수를 헌정 수호 세력으로 복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처럼 인식된다.

조 대표는 평소 극우 음모론과 거리를 둬 왔다. 평소 그는 “반공주의가 아닌 반공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 극우의 반공주의는 바로 히틀러식 파쇼”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수의 핵심 자산은 국가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에, 부정선거론은 국가의 제도적 정당성 전체를 무너뜨리는 주장이 된다.

그래서 그는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투표율 조작 등 사태에 대해서도 “부실 선거지 부정선거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그가 바라보는 부정선거론자들은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을 불신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 대표에게도 강경한 언사를 쏟아내면서 부정선거론자들을 국가 신뢰를 허무는 내부 파괴자 취급을 하는 것이다.

같은 결론
다른 이유

조 대표의 극언은 단순한 조롱이라기보다 장 대표 체제가 보수를 헌법·법치·사실의 언어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비상계엄 옹호의 언어로 끌고 간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김 전 위원장과 조 대표는 각각 선거 공학과 보수 논객의 영역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두 사람이 도달한 결론은 같다. 장동혁 체제로는 보수의 확장도, 보수의 정통성 회복도 어렵다는 것이다. 두 노병의 집요한 비판은 과연 국민의힘에 스며들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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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