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겨눈 신천지 칼날

민주당도 덮쳤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신천지 난타전으로 번졌다. 정청래 후보를 겨냥한 듯한 ‘신천지 개입설’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행위’라는 반격이 이어지면서 양쪽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진실을 밝혀내기도 전에 황급히 당이 나서 사건을 오므렸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민주당을 휘감은 ‘신천지 그림자’를 떼어 내긴 어려워 보인다.

신천지 의혹을 처음 띄운 것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당 대표 후보다. 그는 지난달 21일 서울시의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삼자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며 “신천지와 관련해서는 차근차근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터졌다

자신의 경쟁 상대인 정청래 후보가 과거 신천지 연관 단체로 분류되는 근우회 주최 행사 등에 참석한 이력이 있는 만큼 그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8·17 전당대회에 신도를 조직적으로 투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신천지’ 세 글자가 당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앞서 신천지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는 이만희 총회장을 구속했다. 이 총회장은 2021년 신도들에게 “이재명 때문에 우리가 모임과 예배를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국민의힘을 정조준하던 신천지 개입 의혹이 민주당으로 불똥이 튀면서 계파 간 갈등도 고조하는 모양새다. 김 후보는 한 라디오에서 ‘반명(반 이재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삼자 연합’에 대한 질문에 “계엄을 처음에 경고할 때 다들 정신 나갔다고 뭔 소리냐고 했다”며 “(신천지는) 비유법이 아니라 실체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명 그리고 분열주의, 정치적으로 반명이라는 뿌리와 세력이 있다”며 “신천지는 사이비종교지만 한편으로는 이득을 위해 정치권에 개입하고, 대학생 사회 선거에 개입했던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데 이 3자가 명시적·묵시적·암묵적으로 사실상의 연합으로 형성돼서 핵심 배후가 되는 상황이 있다”며 “하나로 묶였다기보다는 각각 움직이는데 결국은 현재 민주당의 정상적인 진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시기에 하나하나 말씀드리겠다”며 “신천지와 관련해서 민주당의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분들은 한 걸음도 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설’에 대해 “저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문제”라며 “이런 가짜 뉴스, 허위 조작 정보로 이미지를 씌우는 게 있다면 무관용의 원칙으로 법적 조치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동안 정 후보는 신천지 연루설에 대해 “지역구 행사에 의례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자신과 무관함을 주장해 왔다.

정 후보는 “유튜브에서 그런 가짜 조작 뉴스를 흘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법적 조치를 취한 게 있다”며 “앞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 정보통신망법에 의해서 엄벌에 처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느닷없이 터진 ‘신천지 개입설’
‘계엄’ 예측 김민석…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SNS에 “네거티브와 정치공작 음모론으로 성공한 예는 없다”며 “상대방 헐뜯기는 공동체를 해치고 당을 위험에 빠뜨린다. 정정당당하게 가자. 민주당을 민주당답게!”라고 적었다. 아울러 헌법 제20조 2항을 인용하며 “종교의 조직적 정치 개입은 위헌”이라며 “발본색원, 원천봉쇄가 정답이다. 철저하게 수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고도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4개월 전 “신천지 간부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가입하라’고 했다”는 진술을 과거에 확보했으면서도 추가 수사를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천지 공방은 여의도 전역으로 퍼졌다.

당시 합수본 수사 초점은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에 맞춰져 있었지만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비슷한 사례가 민주당에 있었는지 등을 추가로 추궁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합수본은 최근 정치권에서 신천지와 민주당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 사건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가 신천지 공방으로 번지자 정 후보와 김 후보의 태도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정 후보는 “강력한 응징”을 주장한 반면,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는 수위를 조절하며 화제 전환에나선 것이다.

정 후보는 자신을 겨냥한 신천지 의혹을 “해당행위”라고 규정하며 “당에서 신속하게 조사해서 근거가 없고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면 이건 당사자(김민석 후보)를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청(친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들 역시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신천지 의혹은 전당대회를 앞둔 김 후보의 무리한 프레임 시도로 봤다.

정 후보는 유튜브 ‘최욱의 매불쇼’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당을 공격했고 당원들을 공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당 대표 시절 ‘신천지·통일교 특검’ 추진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통일교 특검만 하자고 할 때, 통일교를 받고 신천지까지 하자고 한 증거들이 다 나와 있다”며 “제가 강력하게 특검하자고 계속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회심의
되치기

특검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선 “(검사) 파견을 받아 특검하려 했는데, 검사가 없거나 부족해서 안 됐다”면서 “신천지·통일교 특검을 제가 실제로 방해해서 안 했다고 주장을 계속한다면, 이 사안은 법적으로 가도 제가 이긴다. 증인을 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청계 역시 “근거를 제시하라”며 김 후보 측을 압박하고 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문정복 최고위원은 “6·3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신천지 신도가 입당한 정황이 있다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즉각 발표하고, 문제를 제기한 후보께서도 즉각 근거를 밝혀주기 바란다”며 “당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확인해서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신천지 의혹)이 어떤 형태로 저희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 문제가 명확하게 말하는 것은 당원들이 너무 비참하게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친청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최민희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해 “합수본의 신천지 수사와 관련해 혹시 사전에 알고 계셨는지 궁금하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최 후보는 ‘신천지의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 보도에 대해 “‘2021년∼2024년 가입 정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이 있었고, 제가 ‘당시 당 대표는 이낙연·송영길’이라고 했더니 기사가 ‘6·3 지선 때 가입 정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경선에 합수본이 등장하고 근거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 6·3 민주당 신천지 유입설을 언론이 받아쓴다”며 “누가 이런 작업을 하나”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 후보는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다” “(이제부터) 본래의 김민석으로 정위치하고 포지티브 본선 경쟁을 본격화한다” 등 다소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다. 본인은 신천지의 정치 개입 문제만 지적했을 뿐, ‘정청래 후보’라고 특정한 적이 없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이제와서
발 빼기?

그는 자신의 의혹 제기가 해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바보 궤변”이라며 “계엄을 경고하면 계엄 정당인가. 불조심을 외치면 방화인가”라며 “전형적 국민의힘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께 제안한다. 당과 전대의 안정성을 지키면서 신천지 수사에 협조하자”며 “조직적 경선 개입은 교주이든, 간부이든, 지파이든, 평신도이든 영원히 심판된다”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당원이 “민주당 내에서 ‘신천지’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발언하자 김 후보는 “저도 좋지 않지만 있는 것을 모른 척 할 수 없지 않나. 당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답하는 등 신천지 논란을 축소했다.

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신천지 논란과 관련해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여야 제정당이 제도 개선과 투명한 시스템 마련에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전당대회의 모든 사안을 흡수하자 중재에 나선 것.

같은 날 진행한 첫 TV 토론회에도 당 대표 후보들은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 등 계파 간 비방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어렵사리 신천지 그림자를 걷어냈지만 친청계를 비롯한 정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박규환 의원은 “당에 평지풍파를 일으켜놓고 이제 와서 단지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지금 당장 진상 파악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전당대회 끝나고 하자라고 말한다. 이 무슨 무책임한 언행인가”라며 “예비경선 끝나면 근거를 내놓겠다, 적절한 시기에 근거를 말씀드리겠다던 호기는 어디로 갔나”라고 날을 세웠다.

“전대 이후 머리 맞대자”
결국 당 전체 발목 잡을까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김 후보의 주장이 맞다면 당에 엄청난 파장이, 정 후보의 억울함이 밝혀진다면 친석(친 김민석)계의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사 결과나 당내 조사를 통해 신천지의 조직적 개입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후폭풍은 정 후보에게 직격탄이, 반대로 개입설이 명확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나 과장된 음모론으로 판명 난다면 역풍의 화살은 오롯이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를 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김 후보와 정 후보 모두에게 부담이다. 어떤 것이 최선이고 차선이라고 우위를 가리기도 어렵다”고도 말했다.

결국 모든 논란의 진위는 전당대회 이후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 모두 신천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여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민주당에 부담만 커지는 형국이다. 따라서 당 대표 선출 이후에도 계속될 진상규명 국면 속에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게다가 신천지 개입설은 전당대회의 본질이어야 할 민생 문제와 당 개혁, 국정 비전 논의 등을 소모전으로 덮어버리고 특정 종교만 부각했단는 부작용을 낳았다. 당내에서조차 계파를 막론하고 신천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민주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 역시 김 후보를 겨냥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정당대회가 집권여당의 전당대회가 아니라 ‘신천지 전쟁’이 되고 있다”며 “김 후보처럼 압도적 선두주자는 부자가 몸조심하듯 했어야 한다”며 “왜 이런 문제를 제기했는지 의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믿을 구석
뭐길래…

이어 “이왕 어쩔 수 없이 제기됐다고 하면 국민의힘에 적용하는 잣대는 강하고, 민주당한테는 약해선 안 된다”며 “이건 반드시 김 후보가 증거를 제시해서 수사 기관의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개입이 사실이라고 하면 민주당도 신천지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후보가 알고 있는 근거가 있으면 제시하고 민주당도 합동수사본부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만약에 김 후보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때는 이때다’ 나서는 국힘

더불어민주당이 신천지 의혹에 빠지자 국민의힘이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특정 종교 집단이 집권 여당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정치권과 비밀 연합을 구축했다면 정당민주주의와 당원 주권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객관적인 근거 없이 당권을 잡기 위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 국민과 당원을 기만한 허위 사실 유포이자 중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며 “어느 쪽이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동시에 저격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오늘은 민주당이고 작년에는 국민의힘이었다. 국민의힘 당원 명부는 작년에 이미 열렸다. 민주당만 예외일 이유가 없다”며 “경선 잡음이 아니라 부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당 모두 같은 강도로 수사받아야 한다”며 “한쪽만 파면 수사가 아니라 정치”라고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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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