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순회 경선을 마치면서 전체 판세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충청권 경선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45.05%를 얻어 44.61%의 정청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고, 지난 2일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는 정 후보가 46.6%를 기록하며 43.8%를 얻은 김 후보를 앞질렀다. 송영길 후보는 두 지역 모두 약 10% 안팎의 지지를 받으며 선호투표제의 변수로 남아 있다.
두 차례 순회 경선을 합산하면 김 후보는 5만4309표(44.52%), 정 후보는 5만5518표(45.51%), 송 후보는 1만2156표(9.97%)를 기록했다. 정 후보가 누적 기준으로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이지만 격차는 크지 않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각 캠프 역시 남은 경선 결과에 따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승부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 발표되는 이 숫자를 실제 투표자 수로 이해하면 이번 전당대회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발표되는 수치는 권리당원과 대의원, 그리고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비율로 반영해 계산한 ‘최종 유효 득표수’다. 실제 몇 명이 투표했는지를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전당대회 규정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한 환산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투표 절차도 일반 선거와는 다르다. 권리당원은 각 권역 순회 경선에 앞서 나흘 동안 온라인과 ARS 등을 통해 사전 투표하고, 전국 대의원은 순회 경선 당일 행사장에서 현장투표를 실시한다. 여기에 국민여론조사 결과까지 반영해 최종 득표율을 산출한다. 따라서 언론이 발표하는 득표수는 실제 투표용지 개표 결과가 아니라, 당 규정에 따라 계산된 정치적 대표성을 반영한 ‘유효 득표수’인 셈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선거 방식부터 일반 선거와 다르고, 아직 투표하지 않은 선거인단의 비중도 훨씬 크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민주당 당심의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지만, 최종 승부를 결정짓는 숫자는 아니다. 이번 경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지금까지 나온 득표보다 앞으로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표가 남아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이제 두 차례 순회 경선을 마쳤지만, 전체 선거인단 규모를 놓고 보면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난 수준이다. 현재까지 치러진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의 선거인단은 전국의 약 17.2%로 추정된다. 충청권이 약 14만5000명으로 9.4%, 부산·울산·경남이 약 12만명으로 7.8% 수준이다. 두 지역 모두 정치적 의미는 크지만, 선거인단 규모만 놓고 보면 아직 전체 판세를 결정할 만큼의 비중은 아니다.
앞으로도 오는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순회 경선이 이어진다. 이 두 권역의 선거인단 역시 각각 약 6.8%와 5.8%로 추정된다. 결국 충청, 부울경, 제주·인천, 강원·대구·경북 등 네 차례 순회 경선을 모두 마쳐도 전체 선거인단의 약 29.8%만 투표를 마치게 된다. 다시 말해 전당대회 본선이 한창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8·9일 순회 경선을 마쳐도 약 70%의 선거인단이 선택을 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진짜 승부처는 그 이후다. 15일 순회 경선이 열리는 호남은 선거인단이 약 50만명으로 전국의 32.4%를 차지하는 최대 권역이다. 이어 16일 서울·경기는 약 57만명으로 전국의 36.9%에 이른다. 두 권역을 합치면 무려 69.3%에 달한다. 결국 민주당 당 대표는 충청이나 부울경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호남과 서울·경기에서 사실상 판가름 난다고 보는 것이 선거인단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그렇다고 충청과 부울경의 의미가 작은 것은 아니다. 충청은 역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심의 흐름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다. 이번에도 정 후보의 고향이라는 상징성 속에서 치러진 첫 경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관심이 컸다. 부울경 역시 민주당의 험지이면서도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등 영남 개혁 세력의 기반이 있는 지역이다.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큰 무대였다.
그러나 상징성과 승부는 다르다. 충청은 민심의 방향을 보여주고, 부울경은 민주당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곳이라면, 호남과 서울·경기는 실제 대표를 결정하는 무대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본선 진출을 알리는 예선의 성격이 강하다. 후보들이 현재의 순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발표된 17.2%의 결과가 아니라, 호남과 서울·경기 70%의 당심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언론은 순회 경선 때마다 발표되는 유효 득표수와 순위를 중심으로 경선을 보도한다. 누가 앞섰는지, 누가 역전했는지가 뉴스가 된다. 그러나 후보들과 선거캠프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지금 각 후보가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제주·인천도, 강원·대구·경북도 아닌 오는 15일 치러질 호남이다. 정치권에서 “호남을 잡아야 당 대표가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호남은 전국 선거인단의 약 32.4%를 차지하는 최대 승부처다. 여기에 바로 다음 날 열리는 서울·경기까지 합치면 전체의 69.3%에 이른다. 결국 호남에서 주도권을 잡는 후보가 서울·경기에서도 유리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인단 규모만 보더라도 이번 전당대회의 분수령은 ‘15일 호남’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호남을 단순히 민주당의 텃밭으로만 이해해서는 이번 선거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호남은 민주당에 가장 큰 지지를 보내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민주당을 가장 엄격하게 평가하는 지역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기대에 부응하면 누구보다 강하게 힘을 실어주지만, 실망하면 누구보다 먼저 따끔한 비판을 보내는 정치문화가 형성돼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이번 전당대회에 처음 도입된 선호투표제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1순위 지지만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자신의 지지 후보가 탈락했을 경우 다른 후보에게 옮겨가는 선택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호남에서는 후보 개인의 인지도뿐 아니라 민주당의 미래, 정권의 안정적 운영, 통합과 확장성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각 후보는 1순위 표를 늘리는 전략과 함께 '차선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메시지 경쟁에도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경쟁은 득표 경쟁인 동시에 메시지 경쟁이다. 언론은 오늘의 순위를 보도하지만, 후보들은 호남을 준비한다. 지금은 하루하루의 유효 득표수보다 어떤 가치와 비전으로 아직 투표하지 않은 대다수 선거인단의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진짜 승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 순위를 놓고 어느 후보가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두 차례 순회 경선을 마친 시점에서도 전체 선거인단의 약 82.8%가 아직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 후보든 정 후보든 모두 “선전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미 확보한 표보다 앞으로 확보할 표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각 후보는 호남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정치적 상승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호남에서 승기를 잡아야 그 여세를 서울·경기로 이어가 최종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호남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수도권에서도 반전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선거인단 규모와 정치적 상징성을 함께 고려하면 호남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이자 사실상 승패를 가를 마지막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위원 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순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호남과 서울·경기의 대규모 선거인단이 투표를 시작하면 후보 간 순위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지역 기반이 뚜렷한 후보들에게는 막판 반등의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당 대표 선거 못지않게 최고위원 선거도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충청은 민심의 방향을 보여줬고, 부울경은 민주당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그러나 최종 승부를 결정할 무대는 결국 호남과 서울·경기다. 언론은 지금까지 발표된 유효 득표수와 순위에 주목하지만, 후보들은 이미 호남을 향해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한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이미 호남에 상주하며 막판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후보들은 현재의 순위보다 호남의 당심과 민심의 향배를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전당대회의 승부는 호남에서 갈리고, 서울·경기에서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진짜 결승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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