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청소년 SNS 금지 딜레마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8.03 10:36:09
  • 호수 1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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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데자뷔’ 선진국처럼 우리도?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기본권 침해 여부와 글로벌 플랫폼을 상대로 국내 규제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집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뿐 아니라 연령 확인 기술과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청소년의 SNS 중독 방지를 위해 만 14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SNS) 가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과몰입 유발 기능에 대해 부모의 허가를 조건으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91%’
영향권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SNS 과몰입 문제를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다면 연령 확인 의무화나 만 14세 전후 가입 시 부모 동의 제도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은 43.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5년 연속 감소한 22.7%로 집계됐으나 청소년 위험군은 두 배에 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91.0%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으며, 매일 숏폼을 시청한다고 밝힌 청소년은 49.1%에 달했다. 유튜브의 경우 청소년의 61.9%가 스스로 검색하기보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추천 영상이나 자동 재생을 통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한 스크롤을 통해 숏폼을 보는 비율은 고등학생의 72.1%를 기록했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61.9%는 스스로 검색하기보다 AI가 띄워주는 추천 영상이나 자동 재생을 통해 화면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혐오 표현과 조롱 콘텐츠에도 의도치 않게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SNS의 경우 인스타그램, 틱톡 등 대형 플랫폼들이 자체 규정을 두고 14세 미만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생년월일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만으로 가입할 수 있게 돼있어 충분히 나이를 속이고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운영하는 ‘메타’가 2018년 작성한 문건에는 “10대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려면, 그들이 9살∼12살일 때부터 데려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9살부터 데려와” 10대 공략에
부모들 “입시 전까지 규제 필요”

지난 3월 청소년 SNS 중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케일리 대 메타·구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원고 측 증거 자료였다. 피고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법정에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결국 청소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느슨한 가입 절차를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 소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내에 “‘부모님이 허락하셨다’ 등의 이유로 스마트폰이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계정을 보유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SNS가 학생들의 언어 습관과 또래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유행하는 릴스를 따라 하는 것은 물론, 의미를 모르는 콘텐츠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해당 교사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가정 내 지도가 적을 경우 중독 수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스크린 타임이 일 평균 7시간~8시간에 달할 정도”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고학년의 경우 학교폭력이 대부분 SNS와 연관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교내에서도 SNS 활용 교육을 담임 교사와 강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SNS 규제에 대한 부모들의 의견은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라며 찬성이 압도적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자제하라고 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데, SNS라는 선택지가 사라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 습득 방식에 대해 ‘아날로그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으로 만들고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 늘어나야 하며, 정보를 찾기 위해서라면 학교든 가정에서든 공용 컴퓨터를 두고 찾아보는 정도로만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규제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회 접속
명의 도용

부모와 자녀 모두 규제가 필요한 연령대를 대학 입시 전후까지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입시 전,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까지는 아예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정에서 아이가 입시 전까지는 SNS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또래 친구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청소년 중에서도 한 17세 학생은 “공부할 때 방해된다고 생각했는데 (규제가 생기면) 집중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SNS를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의견은 갈렸다.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하는 일도 많고 사용한 지 오래됐는데, 갑자기 못 하게 막는 건 반대” “부모님이 제한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친구들이 쓴다고 하면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규제를 시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최근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프랑스의 경우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15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할 수 없다. 개설된 계정을 폐쇄하기 위한 4개월의 유예기간 이후 내년부터는 아예 사용이 금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 플랫폼이나 중국 알고리즘에 아이들이 좌우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해 온 만큼, 강력한 제재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 연합은 미성년자 대상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는 의무를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고 있다. 또 13세 미만 아동의 SNS 접근을 제한하고 연령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을 허용하는 EU 공통 규제안을 논의 중이다. 이 외에도 그리스, 영국, 캐나다, 일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도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최초로 규제를 시작한 호주는 지난 2025년 12월부터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제한했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계정 생성과 유지를 막는 연령 확인 등의 조치를 의무화했다. 호주의 규제에 대해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와 미국 기술기업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규제 기관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기도 했다.

규제 기관인 온라인안전(eSafety) 위원회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금지 조치 이전에 이미 계정을 갖고 있던 16세 미만 어린이 10명 중 7명이 여전히 ‘어느 정도 접근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모 등 다른 성인의 명의로 계정을 만들거나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거나 나이를 허위로 입력하는 경우도 많았다.

낯설지 않은
기본권 논란

위원회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유튜브의 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해당 플랫폼 기업들이 금지 조치 이전에 16세 미만임을 신고했던 아이들에게 16세 이상임을 증명할 기회를 줬으며, 연령 확인 방법을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또 16세 미만 청소년의 신규 계정 생성을 막기 위한 조치가 불충분하며 16세 미만 청소년이 SNS를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호주 당국은 지난 6월, 규제 준수 및 합리적 조처를 하지 않은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는 벌금을 기존의 최대 4950만호주달러에서 9900만호주달러(한화 약 1000억원)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18세 미만 청소년의 SNS 자동 재생‧무한 스크롤링 콘텐츠 시청을 제한하는 법안도 검토 중이다.

호주 SNS 규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현상이다. 지난 2011년 도입됐던 ‘셧다운제’ 또한 유사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다 지난 2021년 폐지 수순을 밟았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며 심야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규제 법안이었다.

하지만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며 헌법소원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리며 기본권은 물론 부모의 자녀 교육권과 게임업체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부모의 명의를 사용한 가입과 우회 접속, 규제 대상이 아닌 해외 게임으로 옮겨가는 등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의 확산으로 PC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한 규제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프랑스 전면 금지‧호주 1000억 벌금
한국형 규제도 공룡 기업에 통할까

결국 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이 낮고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부모의 교육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부모와 청소년이 게임 이용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게임시간 선택제’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방미통위 관계자는, “청소년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이전의 논란과 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호주와 같은 전면 금지 차원의 규제가 아닌 부모 허가제로 논의 중이기 때문에 셧다운제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동의를 받는 경우 14세 미만 가입을 제한하며 연령 인증 의무 강화, 부모의 감독 기능 의무화와 19세 미만 이용자에게는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 재생 등 중독을 유발하는 핵심 기능에 대한 부모 허가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가 되는 국가 모델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가별로 법체계가 다르고 아직 소수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와 있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안이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입법안들이 많이 있어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있다. 플랫폼 기업에 연령 확인에 대해 회원가입 신청자의 연령을 확인한 뒤 14세 미만 아동의 가입을 거부하도록 하거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무한 스크롤 콘텐츠에 대해서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정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친권자 등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오히려
역차별

제재 수준도 법안마다 차이가 있다. 상당수 법안은 사업자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가장 강한 규제안은 추천 알고리즘 제공 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 같은 제재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되려 국내 기업을 차별하는 역효과가 발생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처벌 수위뿐 아니라 연령 확인 기술과 해외 플랫폼에 대한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국내 입법의 핵심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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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