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가격이 오른다. 이는 단순히 투자와 저축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부터,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자금을 조달하고 배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과거처럼 낮은 비용의 자금에 기반한 공격적인 레버리지 전략에서 벗어나, 금리 수준을 고려한 한층 더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블룸버그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담은 신간 <머니쇼크>는 지난 수십년간 하락세를 이어온 금리 환경이 구조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 변화가 향후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조망한다. 그 중심에는 ‘자연이자율(중립금리)’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경제가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는 균형 상태에서 형성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지표지만 추정만 할 뿐이라서, 이 추정이 틀리면 경기가 위축되거나 과열된다.
이 책의 저자인 블룸버그 경제학자들은 기술 발전, 냉전 해소 등의 영향으로 인해 그동안 자연이자율이 구조적으로 하락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향후에는 상승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예측하며, 그 배경으로 복합적인 8가지 구조 변화를 제시한다.
먼저 모든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신기술, 인공지능은 생산성을 높여 투자 수요를 자극할 것이다. 인구 구조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달러 중심 금융 질서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는 금융 시스템의 분절화를 촉진하며 자본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에 가깝다. 과거처럼 자금 조달 비용이 낮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던 환경에서 벗어나, 금리 수준과 자본 비용을 더욱더 입체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세계 경제의 심장부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이 집필한 만큼, 그들이 다루는 데이터의 질과 양, 그리고 신뢰성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철저하게 교차 분석해 도출해 낸 결과이기에 이 책의 경고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주로 미국 금리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지만, 현 글로벌 금융 체계에서 미국 금리는 사실상 전 세계의 기준금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지구 전체로 확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의 70%가 달러 자산이며, 수출입의 막대한 비중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에, 단 1%의 금리 변동에도 가계와 기업, 국가의 재정 계획이 뒤흔들리는 치명적인 연쇄반응이 시작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자일스의 조언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적중률이 아니다. 저자들이 던진 8가지 키워드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세계 경제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돈의 역습’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흐름을 먼저 읽고 한발 빠르게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선택은 이 거대한 경고장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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