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보면 드라마 <흑기사>가 떠오른다. 선악 구도를 만들어 한쪽은 도시를 살리는 천사, 다른 한쪽은 개발이익을 노리는 악마처럼 배치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과거 도시 재생이 ‘철거보다 보존’ ‘개발보다 사람’이라는 감성 프레임을 입고 등장했다면, 이번 토론회는 ‘수급불균형’ ‘전 정권 악마화’ ‘불로소득’ ‘똘똘한 1채’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더 강한 규제를 정당화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공급·금융·세제 분야별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이를 종합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형식은 국민 의견수렴이었지만, 시장이 느낀 본질은 달랐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 잡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은 2022년~2025년 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수급불균형으로 돌리고, 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 양도세 감면 축소, 대출 우회로 차단, 재건축·재개발 통제까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잡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대목은 대통령이 직접 주택담보 기반 사업자대출의 용도 증빙 문제를 거론한 부분이다. 이것은 단순한 대출 관리가 아니다. 주담대, 사업자대출, 전세대출, 잔금대출, 보증금 반환대출까지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모든 돈의 통로를 보겠다는 뜻이다.
즉, 정부는 이제 집값 자체가 아니라 집값을 움직이는 자금의 길목을 장악하려 한다.
여기서 36계가 떠오른다. 첫째, 성동격서다. 겉으로는 공급 토론회를 열지만, 실제 칼끝은 금융과 세제에 있다. 공급을 말하지만 당장 움직이는 것은 대출 규제와 보유세 논의다. 둘째, 차도살인이다. 전 정권의 정책 실패, 수급불균형, 전문가 발언,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을 빌려 강한 규제의 명분을 만든다.
정부가 직접 “세금 올리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의 입을 통해 규제 명분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셋째, 관문착적(문을 닫고 도둑을 잡음) 전략이다. 사업자대출 용도 증빙 강화, 기존 대출자 규제 적용, 양도세 감면 횟수 제한은 모두 출구를 좁히는 정책이다. 시장 참여자는 이미 집을 샀고 이미 대출을 받았으며, 이미 갈아타기 구조를 짰는데 뒤늦게 문을 닫으면 자금 흐름이 막힌다.
넷째, 상옥추제(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제거) 전략이다. 그동안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는 실수요자의 갈아타기 사다리였다. 그런데 평생 부동산 하락만 주장하는 유튜버 이광수 대표가 1주택 양도세 감면을 생애 1회로 제한하자고 제안하자 대통령은 “매우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횟수 제한이나 총액 제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갈아타기 시장의 세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
다섯째, 타초경사(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는) 전략이다. 아직 법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보유세 강화, 양도세 감면 축소, 기존 대출자 규제, 재건축·재개발 총량규제 같은 말을 던지는 순간 시장은 먼저 얼어붙는다. 매수자는 멈추고, 은행은 보수적으로 바뀌고, 투자자는 자금 구조를 다시 계산한다.
문제는 이것이 지방자치의 영역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 조합, 지방의회가 함께 다루는 도시행정의 영역이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공급 속도와 분양가, 총량, 우선순위까지 강하게 쥐려 한다면, 이는 단순한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지방자치 권한의 후퇴로 비칠 수 있다.
지방자치 제도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배분,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더 민감하다.
이번 토론회가 편파적으로 보였다는 시장의 반응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대통령이 특정 전문가를 직접 지목하고, 그 전문가의 양도세 비과세 축소 제안에 강하게 호응한 장면은 ‘열린 토론’이라기보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정책 무대처럼 보일 수 있었다.
반대로 서울시 중심 정비사업, 민간 주도 공급, 보수 성향 시장 논리에 가까운 의견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듯 밀려나는 인상을 줬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거래를 줄일 수 있다. 대출을 막고, 세금을 압박하고, 양도세 혜택 축소 신호를 주면 매수자는 위축된다. 그러나 서울 핵심지 집값을 구조적으로 잡기는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 부족, 일자리 집중, 교육·교통·생활 인프라 집중, 대체 불가능한 입지라는 본질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를 올려도 강남·잠실·성수·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의 좋은 집은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매물은 잠기고, 현금부자만 급매를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토론회의 진짜 시사점은 하나다. 현 정부는 집값을 단순히 시장가격으로 보지 않는다. 자산 불평등, 정권 책임론, 금융 통제, 세제 재편, 지방 균형 논리를 한데 묶어 부동산 시장 전체의 판을 다시 짜려 한다.
이것은 정책일 수도 있고, 시장 참여자에게는 공포정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대응이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집값을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시장이 아니다. 대출, 세금, 정책 의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 충돌까지 읽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장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 대토론회가 아니라,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전면전 선언에 가깝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돈줄을 조이고, 세금의 칼을 세우고, 정비사업의 주도권까지 가져가려는 신호다. 하지만 집값은 공포로만 잡히지 않는다. 국민이 살고 싶어하는 주택 공급이 없는 규제는 거래를 죽이고, 거래가 죽은 시장에서는 좋은 자산은 신고가 출현은 늘고, 매물은 더 잠긴다. 그 피해는 무주택 임차인에게 전가될 것이다.
[윤준 대표는?]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법학석사
▲용인대 경영대학원 CEO최고위 과정 교수
▲부동산 강의 25년차, 부동산 상담 9700건 이상
▲<지금 팔면 평생 후회할 역세권 아파트 101> 저자
▲(현) SH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