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왕의 사위는 권력에 기대지 않았다

김한신과 곽상언이 보여준 권력과 거리 두기

지난 31일 국회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개혁 입법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민주당 대표 후보인 정청래 전 대표는 곧바로 "노무현 대통령님,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보고드립니다"라며 17년 만에 검찰개혁의 약속을 지켰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은 노무현정부에서 첫발을 뗀 이후 단계적으로 진전시켜 온 민주당의 개혁 과제였다.

그러나 정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서 여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한 사람은 노무현의 이름으로 개혁 완수를 선언했고, 다른 한 사람은 노무현의 가족이라는 위치에서도 국민을 이유로 다른 선택을 했다. 같은 노무현을 말했지만 정치적 결론은 달랐다.

사실 곽 의원의 반대는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지난 11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신중론을 제기했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겠다는 이유로 경찰에 독점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면 또 다른 권력 집중이 생길 수 있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형사소송법이 통과된 뒤에도 그는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어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밝혔다.

곽 의원의 이런 모습은 지난 19일에도 드러났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과거의 정치적 선택을 사과하자 그는 "늦었지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김 전 총리의 선택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해석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사과는 존중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대통령의 뜻을 현재 정치에 맞게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요즘 곽 의원을 보면서 문득 조선시대 왕의 사위, 즉 부마가 떠올랐다. 조선에서 왕의 딸과 혼인한 사람은 부마라고 불렸지만 공식 명칭은 의빈이었다. 왕실 가족이 되는 영예를 얻었지만 정치적 권한은 철저히 제한됐다. 태종은 왕실 외척이 국정을 좌우하는 일을 막기 위해 부마의 정치 참여를 엄격히 제한했고, 이후 조선은 이를 중요한 통치 원칙으로 유지했다. 왕

의 사위는 왕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지만, 권력과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존재였다.

이 제도에는 조선의 정치 철학이 담겨있다. 왕의 아들은 왕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있는 혈통이지만, 사위는 왕실 가족일 뿐 왕권의 계승자는 아니었다. 따라서 왕의 사위는 왕의 권위를 빌려 자신의 권력을 확대하기보다 왕실의 품격을 지키는 역할을 요구받았다.

권력 중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그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절제가 부마의 가장 큰 덕목이었다.

조선의 수많은 부마 가운데 오늘날 곽 의원과 비교해 볼 만한 인물이 영조의 사위 김한신이다. 그는 영조의 둘째 딸 화순옹주와 혼인해 월성위에 봉해졌다. 훗날 추사 김정희를 배출한 경주 김씨 명문가 출신이었고, 왕실과 혼인한 덕분에 누구보다 강한 정치적 배경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배경을 이용해 권력을 흔들거나 당쟁의 중심에 서려 하지 않았다. 영조의 신임을 받았지만 국정을 사유화했다는 기록도, 외척 권력을 키우려 했다는 평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김한신과 곽 의원을 동일한 인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김한신은 왕정 시대를 살았고, 곽 의원은 국민의 선택으로 국회에 입성한 민주공화국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권력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한신은 왕의 사위라는 지위를 절제했고, 곽 의원은 대통령의 사위라는 상징성에 기대기보다 자신의 소신을 중요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곽 의원의 정치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민주당 의원이지만 당론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설계의 부작용을 지적했고,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에도 침묵하지 않았다. 권력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조선의 모든 부마가 김한신처럼 권력과 거리를 지킨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철종의 사위 박영효다. 그는 철종의 딸 영혜옹주와 혼인해 금릉위가 되었고, 조선 말기 급진개화파를 이끈 대표적 개혁가였다. 갑신정변을 주도하며 낡은 체제를 바꾸려 했고, 오늘날 국기인 태극기의 형성과 보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젊은 시절의 박영효만 놓고 보면 왕의 사위라는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를 바꾸려 했던 개혁가였다.

그러나 정치인은 출발보다 마지막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박영효는 갑신정변 실패 이후 일본으로 망명했고, 한일병합 뒤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후작 작위와 은사금을 받으며 식민통치에 협력했다. 일제 귀족원 의원까지 지내며 결국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역사에 기록됐다.

개혁을 외쳤던 왕의 사위가 끝내 더 강한 권력에 기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한 것이다. 왕실의 후광으로 시작해 외세의 후광으로 끝난 그의 삶은 권력자의 가족이라는 지위만으로는 결코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한신과 박영효는 왕의 사위였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한 사람은 권력을 절제해 이름을 남겼고, 다른 한 사람은 권력에 기대다 오명을 남겼다. 결국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누구의 가족이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느냐다. 권력자의 가족이라는 사실은 특권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민주공화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사위가 국회의원이 된 경우는 곽 의원과 전두환씨의 사위였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뿐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누구의 사위인가'보다 '어떤 정치를 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의 사위라는 사실은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정치적 평가를 대신할 수는 없다.

5선의 윤 의원이 대통령의 사위라는 배경보다 자신의 소신과 정치적 선택으로 평가받아 왔듯이, 곽 의원 역시 '노무현의 사위'가 아니라 '곽상언의 정치'로 평가받아야 한다. 아직 초선 의원인 만큼 몇 번의 소신 발언만으로 그의 정치를 모두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노무현의 사위'라는 상징에 기대기보다 독립된 정치인으로서 자신만의 정치적 소신을 지켜가고 있다.

특히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은 그의 정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민주당이 추진한 핵심 개혁 법안이었고, 당 대표 후보들까지 경쟁적으로 검찰개혁의 성과를 강조하던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곽 의원은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당내에서 유일한 반대표였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앞으로 제도의 성패와 국민의 평가가 말해 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적 유불리보다 자신의 소신을 앞세웠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6공화국에서도 대통령의 아들과 사위는 비슷해 보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달랐다. 대통령의 아들은 혈연을 직접 잇는 존재이기에 권력의 세습이나 영향력 논란이 쉽게 따라붙는다. 반면 사위는 가족이지만 독립된 삶과 정치적 기반을 가진 존재다. 결국 사위의 정치는 장인의 이름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책임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두 아들이 있지만 딸은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사위'를 둘러싼 권력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이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사위든 며느리든 대통령 가족은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국민의 감시 대상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원칙이 더 중요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고, 반대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직후 노무현정부 핵심 인사들의 반응도 한 방향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매듭짓는 검찰개혁 법안"이라며 "다 이루지 못한 개혁을 완수하게 돼 다행이고 감회가 깊다"고 환영했다.

당시 검찰개혁을 직접 이끌었던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길고 끈질긴 싸움이었다"며 "마침내 함께 해냈다"고 밝혔다. 노무현정부의 정신을 이어받았던 주요 인사들이 검찰개혁 완수를 역사적 성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의원은 다른 선택을 했다. 노무현의 이름을 누구보다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쉬운 위치에 있지만, 그는 그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당론과 다른 길을 택했다. 노무현정부 인사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나온 반대표였기에 그의 선택은 더욱 쉽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노무현의 사위'보다 '곽상언의 소신'으로 읽힐 수 있었다.

필자는 언젠가 곽 의원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저는 장인의 이름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 전 대통령이 그 선택을 어떻게 평가했을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 평생 강조했던 것은 특정 인물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책임이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정치는 노무현의 정치철학과 결코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은 장인에게서 빌릴 수 있어도 신뢰는 빌릴 수 없다. 왕의 사위든 대통령의 사위든 국민의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은 권력자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진 사람이다. 김한신이 그랬듯 권력을 탐하지 않는 절제를 지긴다면, 곽 의원은 언젠가 '노무현의 사위'가 아니라 '곽상언의 정치'로 기억될 것이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자의 가족이 남겨야 할 가장 바람직한 유산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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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