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출범하면 가장 먼저 손대는 분야가 있고, 임기 중반 이후에야 비로소 집중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늘 정치적 저항이 가장 큰 과제이고, 경제와 민생은 그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다. 이재명정부 역시 출범 이후 검찰과 사법제도 개혁에 가장 많은 정치적 에너지를 쏟아왔다. 그리고 이제 그 긴 여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31일 국회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저지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무제한 토론을 종결한 뒤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을 이송받아 공포하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완성하는 검찰개혁은 제도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사실 권력기관 개혁은 이번 검찰개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사법개혁 3법인 법왜곡죄 도입, 재판소원법 제정, 대법관 증원법이 지난 3월5일 공포되면서 법원 제도를 손보는 큰 틀의 사법개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를 통해 재판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리구제 수단을 확대하는 한편, 대법원의 만성적인 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겸찰개혁 중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위한 마지막 후속 입법이다. 이로써 지난 2월28일 사법개혁 3법의 마지막 입법이었던 대법관 증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53일 만에 또 하나의 핵심 개혁 입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즉 153일의 간격을 두고 이정부가 추진해 온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퍼즐이 모두 맞춰진 셈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단순히 검찰청의 이름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다. 검찰이 함께 행사하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경찰과 중대수사청이 수사를 담당하며 공소청은 기소와 공판에 집중하도록 형사사법체계를 재설계한 데 의미가 있다. 마지막 쟁점이었던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정리되면서 76년간 유지된 검찰 중심 구조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게 됐다.
앞으로 기존 검찰청의 상당수 검사는 공소청으로 이동해 기소와 공판 업무를 맡게 되고, 일부 수사 인력은 중대수사청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검찰청 청사도 대부분 공소청으로 전환되고 사건 처리 절차 역시 새롭게 정비된다. 간판 하나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조직과 권한, 업무 방식 전체가 달라지는 대규모 개편이다.
물론 제도가 바뀌었다고 곧바로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과 중대수사청, 공소청 사이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건 처리가 오히려 늦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기관 간 협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국민은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형사사법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제도의 성공 여부는 법률이 아니라 운영에서 결정된다.
이번 입법의 정치적 의미도 적지 않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을 15일 안에 공포할 수 있으며, 일정대로라면 공포 시점은 8월17일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새롭게 출범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가장 큰 정치적 과제를 사실상 모두 마친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검찰개혁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했고, 사법개혁은 법원의 책임성과 국민의 권리구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개혁은 공통적으로 권력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철학을 담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공포는 단순히 검찰개혁 법안 하나가 시행되는 의미를 넘어 민주당이 대선에서 약속했던 권력기관 개혁의 큰 그림이 사실상 완성됐음을 알리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이정부의 국정 운영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앞으로 국민의 관심은 검찰 조직개편보다 경제 성장과 민생 회복, AI 경쟁력 강화, 부동산 안정, 지역 균형 발전 등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옮겨갈 것이다. 권력기관 개혁이 정부 1막이었다면 이제는 성과가 국정 2막의 중심이 돼야 한다.
국민의힘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권력기관을 동시에 개편하는 것이 대통령 개인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앞으로도 정치권에서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개혁이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제기돼 온 검찰권 남용과 재판 지연, 사법 불신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개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대법원 사건 적체 해소, 법관 책임성 강화 등은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논의돼 온 과제였다.
결국 제도의 평가는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실제 운영 결과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10월2일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대수사청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게 수사하며, 경찰과의 협력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법원 역시 사법개혁의 취지에 맞게 더 신속하고 투명한 재판을 실현해야 한다. 개혁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는 순간 완성된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제 새롭게 출범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내려놓고 경제 성장과 민생 회복, AI 경쟁력 강화, 저출생과 지역 균형 발전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데 국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8·17 전당대회 역시 이런 국정 2막을 안정적으로 이끌 지도부를 선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권력기관 개혁은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출발점이 목적지는 아니다. 이제 국민은 얼마나 많은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는지가 아니라 경제를 얼마나 살렸는지, 민생을 얼마나 회복시켰는지,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묻고 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마친 지금, 이정부는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국정 2막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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