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이 한마디면 끝날 논란을 왜 끝내지 않는가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침묵으로 더 큰 메시지를 남길 때가 있다. 어떤 말은 한 번만 하면 모든 논란이 종식된다. 반대로 누구나 기다리는 한마디를 끝내 하지 않을 때는 그 침묵 자체가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된다.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대통령 연임 개헌 논란도 결국은 ‘무슨 말을 했는가’보다 ‘왜 그 말을 하지 않았는가’에서 시작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였다. 이날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 문제”라며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합의하면 가능한 문제”라는 취지로 답했다.

현행 헌법상 현직 대통령에게는 연임 개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드디어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며 “대통령이 연임 개헌을 추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내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이 직접 연임은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잇따라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개혁신당과 무소속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연임 개헌 논란은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여권은 진화에 나섰다. 그날 밤 조 의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헌법 제128조 제2항은 존중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음 날 홍익표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 대통령의 뜻은 우리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강 실장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해온 말”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제128조 제2항은 앞으로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역사적 합의”라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을 정치적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여기까지 보면 논란은 모두 정리된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장이 해명했고, 정무수석이 설명했으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대통령의 뜻을 대신 전달했다. 그런데도 국민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왜 대통령 본인은 직접 말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개헌안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헌법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대부분의 논란은 끝난다. 헌법 조항을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대신 해명할 이유도 없다. 야당 역시 연임 개헌 프레임을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그 가장 간단한 한마디는 끝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논란을 단순한 개헌 논쟁이 아니라 정치의 언어와 침묵을 읽는 문제라고 본다. 대통령이 왜 그 한마디를 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주변 사람들이 대신 설명하는지를 이해해야 이번 논란의 본질을 알 수 있다. 그 답은 지난 1년여 동안 이어져온 대통령의 발언과 정치권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조금씩 드러난다.

정치는 한번의 발언보다 여러 차례 이어진 발언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되는 표현과 침묵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이번 연임 개헌 논란도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이어진 발언들을 살펴보면 국민이 왜 의문을 갖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먼저 2025년 5월,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이에 그는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행 헌법에 명시돼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이 발언은 헌법 조항을 근거로 한 법률적 설명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지금 다시 돌아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때 이 대통령은 “설령 개헌이 되더라도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라는 정치적 선언은 하지 않았다.

이어 2025년 12월,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호남 지역 강연에서 “요즘은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주변의 의견을 소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를 둘러싼 민감한 시기에 나온 발언이었던 만큼 정치권은 이를 단순한 덕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 핵심 인사의 입에서 대통령 임기 연장을 연상시키는 말이 나왔다는 점 자체가 논란의 씨앗이 됐다.

그리고 2026년 4월, 이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장 대표는 대통령에게 “개헌 논의에 앞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점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야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태에서 연임이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 역시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기보다 현실적인 상황을 설명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라는 직접적인 선언은 나오지 않았다. 야당이 즉답을 요구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결국 지난 28일 조 의장의 “연임은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그동안 쌓여 있던 의문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야당은 즉각 공세를 폈고, 국민은 “대통령은 왜 직접 말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조 의장이 곧바로 해명했고, 홍익표 정무수석과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잇따라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참모들의 설명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지난 1년여 동안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발언은 모두 “법적으로 어렵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이 선택할 문제다”라는 표현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 누구도 “2030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법률적 설명은 있었지만 정치적 선언은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의 의심이 시작된다. 헌법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대통령의 의도를 무조건 의심해서도 아니다. 정치에서는 말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끝내 하지 않는다면 그 침묵에도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번 연임 개헌 논란의 본질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대통령은 왜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필자는 이것을 헌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고 본다. 법률적으로는 연임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정치는 법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치는 가능성과 기대, 그리고 권력의 흐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세계다. 그래서 대통령의 침묵도 하나의 정치적 선택일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지금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여당 내부에서는 곧바로 차기 주자를 중심으로 한 경쟁이 시작된다. 대통령에게 집중되던 관심은 차기 권력으로 이동하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미래 권력에 줄을 서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국정 추진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

두번째는 정치적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치 지도자는 스스로 선택지를 너무 일찍 없애지 않는다. 실제로 선택할 생각이 없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리면 협상력도 함께 줄어든다. 정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양한 변수를 관리해야 하는 분야다. 따라서 명확한 불출마 선언보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세번째는 강성 지지층과의 관계다. 대통령에게는 언제나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뿐 아니라 이후의 정치적 역할까지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대통령이 너무 이른 시기에 스스로 정치적 가능성을 닫아버리면 일부 강성 지지층은 실망하거나 정치적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지도자는 자신의 지지 기반까지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네 번째는 대통령의 체면과 국정 운영의 무게다. 이번 논란은 조 의장의 발언에서 시작됐고, 홍 수석과 강 실장이 차례로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측근이나 참모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직접 해명하거나 부연 설명하는 모습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 논쟁에 직접 뛰어들면 국정 운영보다 정치 공방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섯번째는 앞으로의 정치 환경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 개헌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2028년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국민 여론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정치 지도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선택지를 스스로 봉쇄하는 결정을 쉽게 하지 않는다. 그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례도 비슷하다. 지난 13일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면서 정 전 대표는 “당 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은 이를 사실상의 대선 불출마 선언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문장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그는 ‘당 대표직을 이용해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을 뿐, ‘2030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만약 정 전 대표가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언하는 순간 그의 강성 지지층은 새로운 차기 주자를 찾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 지도자에게 지지층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래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 정치의 언어다.

이 대통령을 무조건 비판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그의 침묵에는 나름의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전략적 침묵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침묵이 오래될수록 국민은 침묵 자체를 또 다른 메시지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정치가 신뢰를 얻으려면 때로는 전략보다 분명한 한마디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헌법 기준으로 보면 이번 논란은 의외로 간단하다. 헌법 제128조 제2항에 의하면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허용을 위한 개헌을 하더라도 그 효력은 개헌안 제안 당시의 현직 대통령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헌법학자는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연임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헌법 제128조 제2항까지 개정하거나 새로운 부칙을 두면 이론적으로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특정 대통령을 위해 헌법을 고친다는 거센 정치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실 정치에서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거물급 정치인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해도 국민과 당이 계속 요구하면 다시 정치에 복귀하는 일이 있었다. “국민이 원해서 다시 나왔다”는 논리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졌다. 정치에는 인간적인 감성과 상징성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국민은 정치인의 의중을 추측하기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다.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거나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보다 “출마한다” “출마하지 않는다”처럼 분명한 표현을 더 신뢰한다. SNS와 유튜브, 실시간 뉴스 시대에는 모호한 표현 하나가 수많은 해석을 낳고, 그 해석이 또 다른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논란을 이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정치가 얼마나 명확한 언어를 요구받는 시대에 들어섰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이 국민의 신뢰보다 앞설 때는 오히려 더 큰 의심을 낳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연임 개헌 논란도 대통령이 직접 “나는 2030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끝날 수 있다. 필자는 이 한마디가 헌법 제128조 제2항에 대한 어떠한 법률적 설명보다 강력한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실도, 국회의장도, 정무수석도, 비서실장도 더 이상 대통령의 뜻을 대신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 자신의 목소리라면 국민의 궁금증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국민의힘 장 대표도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입에서 ‘연임은 없다’는 다섯 글자만 나오면 끝날 일”이라며 “그 말을 하지 못하면 국민은 곧 ‘이재명 탄핵’이라는 새로운 다섯 글자로 넘어갈 것”이라고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탄핵’까지 거론한 것은 지나친 정치적 공세로 비칠 수 있지만, 대통령 본인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번 논란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필자는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그 뜻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위치에 있는 강 실장의 말을 믿고 싶다. 그는 “이 대통령의 뜻은 우리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 역시 그것이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대통령의 한마디를 듣고 싶어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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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