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살 수가 없습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왜 이렇게 오르는 겁니까?” “아이를 낳고 싶어도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국민은 정치권에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하나 같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이구동성 중이다.
묻고 싶다. 민주당에게 지금 대한민국은 검찰만 존재하는 나라인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당 대표 후보들은 누가 더 강한 검찰개혁론자인지를 경쟁하듯 외치고 있다. 검찰청 폐지부터 수사·기소권 분리, 권력기관 개편까지 후보들의 입에서는 검찰개혁이 떠나지 않는다.
반면 부동산은, 민생은 어디에 있는가. 집값과 전세 문제는 어디로 갔으며, 청년들의 절망과 서민들의 한숨은 왜 전당대회의 언어에서 사라졌는가.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민석 후보는 SNS에 45건, 송영길 후보는 120건, 정청래 후보는 153건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중 ‘검찰’을 언급한 빈도는 김 후보 16회, 송 후보 46회, 정 후보 54회였으며, ‘부동산’ 키워드에선 송 후보만 4차례 언급됐을 뿐, 김 후보와 정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외에 김 후보는 지난 20일, 서울 민주당 중앙당사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지난 1년을 끌어온 당 지도부의 역량으로 민생과 경제, 지방 성장의 새로운 정책 돌파가 가능하겠느냐?”고 정 후보를 몰아세웠다.
같은 날 송 후보는 “(저는) 다섯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닌 후보다. 부도 위기의 인천시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정치는 우선순위의 예술이다. 무엇을 먼저 이야기하는가는 그 정당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에게 보여준 우선순위는 너무도 명확하다. 검찰이 먼저고 국민은 나중이다.
물론 검찰개혁도 필요하다. 어느 정권에서든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개혁은 끊임없이 논의돼0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모든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데 있다. 국민은 민주당이 검찰개혁만 하는 정당이 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지켜주는 정당이다.
부동산, 청년 실업 문제 등 작금의 대한민국은 녹록지 않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청년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이라는 단어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으며, 전세 사기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은 경기침체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오히려 두려울 정도로 물가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노인들은 노후를 걱정하고,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들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누가 더 강하게 검찰을 개혁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은 치열하지만, 누가 더 현실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 누가 더 효과적으로 물가를 잡을 것인지,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것인지,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지에 대한 토론도 들리지 않는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고민하고 몰두하고 있는데 후보자들은 검찰 이야기만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과거 스스로를 ‘민생 정당’이라고 자칭하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임을 자부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검찰은 보이지만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권력기관 개편은 이야기하지만 주거 안정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치는 넘쳐나지만 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국민에게 검찰개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당장 다음 달 전세금을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검찰보다 집이 먼저다. 생활비를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검찰보다 물가가 먼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검찰보다 교육과 돌봄이 먼저다. 정치가 국민의 삶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민주당이 정말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검찰개혁이라는 하나의 의제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전당대회는 당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다. 그렇다면 국민은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듣고 싶어 한다. 집값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것인지, 무너진 민생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는 검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검찰개혁 역시 국민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순간 정치는 길을 잃는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검찰개혁을 이야기했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있는데 민생은 없고, 권력은 있는데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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