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육군 1군단이 최전방 접적 지역에서 핵심 공용화기인 K6 중기관총에 실탄을 삽탄하지 않은 채 경계작전을 수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돌발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이 생명인 최전방 경계 근무에서 현장 부대가 임의로 지침을 바꾼 데다, 상급 부대인 합동참모본부(합참)조차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지휘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 1군단은 올해 상반기부터 GOP와 GP 경계작전에서 K6 중기관총에 실탄을 장착하지 않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대신 실탄이 든 탄통을 총기 옆에 비치해두는 방식을 택했다.
K6 중기관총은 12.7㎜ 탄을 분당 600발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우리 군 최대 구경의 총기로, 유효 사거리가 1.83㎞에 달하는 최전방의 핵심 화력이다. 적의 도발 시 즉각 응징하기 위해 실탄을 미리 삽탄해 두는 것이 기존의 엄격한 경계 근무 원칙이었다.
이 같은 지침 변경은 지난해 11월 한기성 군단장(중장)이 취임한 이후의 일로 알려졌다. 1군단 측이 공식 배경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군 안팎에서는 한 군단장이 과거 겪었던 오발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 군단장은 25사단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5월, 예하 GOP 부대에서 K6 중기관총 오발 사고가 발생해 북측에 안내 방송을 하는 상황을 직접 겪은 바 있다. 오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실탄을 빼는 극단적인 조치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최전방 부대의 최우선 가치인 ‘전투준비태세’보다 사고 예방을 앞세운 본말이 전도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사시 적의 도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핵심 화력의 대응 태세를 스스로 낮추는 것은 안보 의식의 이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신뢰 회복과 관계 관리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가 극단적인 지침 변경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합참은 관련 지침 변경에 대해 1군단으로부터 보고받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전방지역 화기 운용은 실탄 삽탄이 원칙”이라며 “일부 부대의 예외적 운용에 대해 현장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최근 군 내부의 관리 체계 변화도 ‘경계력 약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최근 부대관리훈령 개정안을 통해 병사들의 숙면 보장을 이유로 ‘불침번 근무’를 점차 폐지하고 CCTV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불침번은 야간 상황 관리와 화재·도난 예방, 인명 사고 방지 등을 위해 2인 1조로 운영돼 왔다. 국방부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갖춘 부대부터 이를 없애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CCTV는 사후 기록 장비일 뿐, 현장에서 위험을 즉시 판단하고 대응하는 경계병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CCTV 영상이 확보됐음에도 실시간 감시와 즉각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경계에 실패한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생활관 불시 점검을 사전에 예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는 장병의 사생활 보호와 휴식권 보장을 내세웠으나, 총기와 탄약 관리 등 안전 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점검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철책과 전술도로를 확장하고 있으며, 여전히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며 “최전방은 적과 가장 밀착되게 마주하는 곳이다. 군의 본질인 경계와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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