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천축협 ‘막 하는 장사’ 내막

무자격 모집에 폐기 한우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예천축협에서 보험 모집 자격이 없는 직원들까지 동원해 계약을 끌어온 사실이 금융당국 조사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유통기한이 지난 한우를 판매 목적으로 보관한 혐의로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예천축협을 둘러싼 문제는 2022년 보험 모집 과정에서 먼저 불거졌다. 지역 농·축협은 금융기관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해 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예천축협도 장기보장성보험과 가축공제 등 보험상품을 취급해 왔다.

아무나 관여

보험 모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보험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건이나 고지의무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법령은 보험 모집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절차를 따로 정하고 있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으로 등록된 축협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모집 행위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

문제는 예천축협 내부에서 자격이 없는 직원까지 보험 모집을 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예천축협은 보험 모집 자격을 갖추지 않은 직원들에게까지 실적을 배정했고, 일부 직원은 고객 응대와 가입 절차에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 보험계약은 모집 자격을 갖춘 직원 명의로 처리됐지만, 정작 고객에게 상품을 안내하고 가입을 권유한 직원은 따로 있었다. 보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 직원들까지 실적표에 이름을 올렸고, 개인별 목표와 달성률도 별도로 집계됐다.

실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후속 조치가 뒤따랐다. 2021년 4월 내부에서 공유된 메일에는 일정 실적을 채우지 못한 직원들에게 보험 추진 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계획서를 낸 뒤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했다.

메일에는 보험 판매를 두고 “매년 하던 일”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개인별 보험 실적이 수시로 공유됐다.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이나 점검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오갔다. 장기 보장성보험 가입 건수를 두고는 ‘필수’라고 표현하며 실적 달성을 독려하기도 했다. 보고 체계도 갖춰져 있었다.

보험계약 121건 타인 명의로
무자격 직원까지 영업에 동원

내부 자료에는 직원들의 보험 실적을 주 단위로 취합하고, 그 결과를 전무와 조합장에게 보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적 달성을 독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 성과에 따라 직원 개인이나 팀에 포상하는 방식도 함께 활용됐다.

조합 입장에서 보험은 좋은 수익사업 중 하나다. 실제 내부 대화 자료에는 직원이 보험료와 납부 방식, 계약 진행 상황 등을 고객과 주고받은 정황이 담겼다. 한 직원은 고객에게 보험료와 납부 방식 등을 설명하고, 계약 진행에 필요한 내용을 주고받았다.

고객과 나눈 대화에는 가입 대상, 납입 기간, 보험료, 계좌, 서명 여부 등을 확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객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질문을 전달하거나, 계약 체결 이후 처리 상황을 안내하기도 했다.

2022년 여름에는 하나로마트 정육부서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한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예천축협 본점 식육 코너 냉장고에 정상 제품과 함께 보관된 상태였다. 당시 냉장고 안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한우 4점, 46.2㎏이 들어 있었다. 제품마다 유통기한이 달랐고, 일부는 표시된 기한을 50일 넘긴 상태였다.

한 달여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확인된 한우는 모두 7점, 59.3㎏이었다. 한우 등심 4점과 채끝 3점으로, 유통기한은 짧게는 13일에서 길게는 53일까지 지나 있었다. 가장 오래된 등심은 유통기한이 6월4일까지였지만 7월 말까지 냉장고에 남아 있었다.

내부 메신저에서도 해당 고기와 관련한 대화가 오갔다. 직원들은 냉동 보관 중인 꽃등심 수량을 확인하고, 상태를 살펴본 뒤 사용할 수 있는지 판단했다. 한 직원은 일부 고기에 대해 “못 살린다”며 폐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처리·가공·포장·보관해서는 안 된다. 폐기할 제품이라면 정상 제품과 구분해 ‘폐기용’이라고 표시한 뒤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폐기 내역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위법 사실은 내부 고발을 계기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예천축협에서는 보험 모집 자격이 없는 직원 13명이 실제로 모집한 보험 계약 121건을 자격을 갖춘 직원 명의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무자격 모집에 관여한 직원들에게 약 380만원의 모집 수수료도 지급됐다. 금융당국은 예천축협에 과태료 5억8500만원과 기관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시 조합장에게는 문책 경고, 전무에게는 견책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기한 지난 고기
판매 목적으로 보관

축산물 관리 과정에서도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지난해 11월 유통기한 또는 소비기한이 지난 한우를 판매 목적으로 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예천축협 임직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폐기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폐기 대상 한우를 다시 가공해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보관하기로 공모했다.

2022년 7월에는 축산물유통센터 정육부 냉장실에 유통기한이 지난 한우 59.3㎏을 보관했고, 2024년 2월에는 사료창고 냉동고에 소비기한이 지난 한우 142.9㎏을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당시 상무와 과장 등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서 8개월을 선고했다. 이 가운데 1명에게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예천축협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이 부과됐다.

실제 판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유통기한이 지난 한우가 보관돼있던 사실은 확인했지만, 해당 제품이 소비자에게 넘어갔다는 직접 증거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보관 상태와 장소, 기간 등을 달리 봤다. 폐기 대상 제품을 따로 분리하지 않은 채 보관한 경위 등을 근거로 단순한 관리 소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판매를 염두에 둔 보관으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범행이 축산물의 위생적인 관리와 유통을 해쳤고 죄책도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부 범행이 직장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임직원 실형

예천축협 측은 보험업법 위반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라 관련 책임자 징계 등 후속 조치를 마쳤으며, 해당 사안을 종결했다”며 “조합 총회와 대의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현재는 제도를 개선해 같은 방식의 보험 모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는 “기한이 지난 축산물이 현장에서 발견된 사실과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해당 제품이 실제 판매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말 많은 경북 축협 조합장들

경북 북부에 구제역 위기 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이 내려진 가운데 지역 축협 조합장들이 베트남 연수를 떠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대구·경북 축협 운영협의회 소속 조합장 10여명은 최근 베트남 나트랑으로 출국했다. 4박5일 일정 가운데 방역 관련 기관 방문은 두 차례에 그쳤고, 관광지 방문과 야간 시티 투어, 마사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출국 당시 경북 북부 6개 시·군에는 구제역 ‘심각’ 단계가 발령돼 가축시장 운영이 중단되고 축산 종사자와 차량에 48시간 이동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방문단에는 안동·문경·영주 지역 조합장도 포함됐다. 논란이 커지자 일부 관광 일정은 현지 대형마트와 시장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바뀌었다.

참석자들은 해외 연수여서 국내 모임과는 다르며, 방역상 큰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