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표 재개발’ 개포4동 1구역 속사정

시간 줄었는데 주민 갈등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사는 주민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기대한다. 낡고 오래된 집을 떠나 새집에서 살기를 바라는 건 모든 주민의 공통된 생각이다. 문제는 그 바람의 내용이 각각 다르다는 데서 나온다. ‘좋은 집’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 ‘좋음’의 기준이 전부 제각각인 것이다.

재개발은 낙후된 지역 전체를, 재건축은 기반은 아직 괜찮지만 오래된 아파트를 다시 짓는 사업을 뜻한다. 들어가는 돈과 걸리는 시간을 따지면 초대형급 사업이다. 통상적으로 최종 입주 단계까지 10~15년가량 걸리며 규모에 따라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

시간=돈
장기 사업

재개발‧재건축은 ▲사업 준비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 및 일반 분양 ▲준공 및 입주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사업의 시작은 지자체장이 노후 주거지나 아파트 단지를 정비 예정 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부터다. 이후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 등 소유자, 구분소유자 등의 법적 동의를 받아 조합을 구성한다. 보통 조합 설립 전에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를 거치는데, 사업이 본격화하는 첫 기구라고 보면 된다.

사업시행인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핵심 단계다. 지자체장으로부터 용적률, 건폐율, 세대수 등 구체적인 건설 계획 인가를 받는 과정이다. 이후 시공사가 선정되고 조합원별 분담금이 산정되면 기존 건물을 철거한다. 공사에 돌입한 뒤에는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물량에 대한 일반 분양이 이뤄지며, 공사가 완료되면 지자체의 준공 인가를 받고 입주한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면 조합은 해산 절차를 밟는다.

단계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정도 소요된다. 문제는 인허가, 조합원 간의 갈등 등으로 사업 기간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워낙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갈등의 빈도가 잦고, 장기 사업인 만큼 그 골도 깊어질 수 있다. 또 모든 상황에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돈 관련 비리 문제도 자주 일어난다. 고소‧고발도 많다.

서울시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줄인다는 취지로 지난 4월 ‘신속통합기획 2.0 공정관리 매뉴얼’을 내놨다. 평균 18년5개월에 이르는 정비사업 기간을 12년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의 보완판이라고 보면 된다.

2021년 4월 ‘공공기획’으로 출발한 서울시 신통기획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개입해 인허가 등을 빠르게 추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서울시가 사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통합, 심의해 5년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신통기획 추진 과정서 찬반 나뉘어
머릿수는 600 대 100, 면적은 비슷

신통기획은 구청이 추진 단체의 신청 내용을 확인하고 서울시에 심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구청의 입안 요청이 올라오면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두 달에 한번, 짝수 달에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사업 입안요청을 위한 후보지 모집 안내문’에 따르면 ▲법·조례상 주택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요건에 맞고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동의로 구역 지정을 희망하는 지역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을 요청할 수 있다.

단 ▲공공재개발, 모아타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타 사업 공모 등에 신청했거나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 ▲토지등소유자 25% 이상이 반대하는 구역 ▲전용주거지역 ▲지분쪼개기, 부동산 이상 거래 등 투기 발생 구역 등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찬반 갈등 우려 구역 ▲여러 사업이 혼재된 구역 ▲현금청산 대상 세대수가 많은 구역 ▲투기 발생 우려·의심 구역 ▲노후 건축물 소유 주민 동의가 현저히 낮은 구역 ▲지난 공모 등에서 미선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구역 ▲구청장이 재개발 추진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구역 등은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후보지로 선정되면 그다음부터는 기존의 정비사업 절차대로 사업이 진행된다. 후보지 선정까지의 과정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이때부터 서울시와 자치구, 조합 등은 사업 추진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공공과 민간이 합심해 원활한 사업 진행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이다.

취지대로만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제도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셈이고, 공공으로서도 빠른 사업 추진으로 시간과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민 간의 찬반 갈등이다.

2021년
첫 도입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공통의 목표로 모였지만 사업 진행 방법에서 이견이 분출하면서 나중에 가서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사례도 심심찮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1164번지 일대, 이른바 개포4동 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도 그중 한 곳이다. 최근 개포4동 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추진준비위원회(이하 추진준비위)는 신통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동의서 연번 부여를 마치고 주민 주도로 추진준비위를 구성해 동의서를 받은 후 후보지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도 신통기획을 추진했지만 노후도 문제로 보류됐다가 이번에 그 문제가 해소돼 다시 진행하고 있다.

추진준비위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주민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 후보지 신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개포4동 1구역의 주민 수는 약 1100명, 이 가운데 600여명이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는 뜻이다. 강남구청 재건축사업과 관계자에 따르면 반대 주민 수는 100여명 정도다. 전체 주민의 10%도 안 되는 수치다. 표면상으로는 큰 무리 없이 후보지 선정이 이뤄질 만한 차이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신통기획을 반대하는 이들이 숫자에 비해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통기획에 찬성한 주민 600여명이 가진 토지가 전체 면적의 30% 정도인데, 반대 주민 100여명이 가진 토지도 30%가량이라고 한다. 머릿수는 차이 나지만 서로 가진 토지 면적으로 비교하면 비등한 상황인 셈이다.

지난 20일 신통기획에 반대하는 주민 10여명이 강남구청에 항의 차원에서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후보지 선정 상정 절차 보류 ▲토지 등 소유자 수 기준과 토지 면적 동의율의 재검증 ▲대지분 소유주와 추진준비위 간 공식 숙의‧조정 절차 개시 ▲반대동의서, 철회동의서, 의견서 제출 기회의 실질적 보장 등을 요구했다.

민간+공공
좋은 취지

반대 주민 가운데 한 명은 “정비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아직 법정 추진위도 아닌 주민 주도의 추진준비위가 토지 면적 기준으로 중대한 이해관계를 보유한 대지분 소유주들의 실질적 참여와 숙의 없이 소액 지분자 중심의 인원수 동의율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강남구청이 서울시 상정을 서두른다면 향후 조합 설립,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심각한 행정 분쟁과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강남구청에서 후보지 신청 건이 서울시에 상정되기 전 ‘행정 필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월 개포4동이 ICT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사업이 중복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남구는 지난 1월22일 ‘개포4동 ICT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포이밸리’ 부활의 신호탄이라고도 적었다.

강남구는 “이번 지정은 서초구(111만㎡)와 강남구(46만㎡)를 아우르는 총 157만㎡ 규모의 ‘양재‧개포 ICT 특정개발진흥지구’ 통합 전략의 결실”이라며 “2021년 양재가 대상지로 선정된 데 이어 2023년 2월 개포4동 일대가 추가로 대상지에 올랐다”고 밝혔다. 2024년 4월 양재‧개포 지구 지정을 통합 추진하기로 한 뒤 올해 1월 도시계획 심의 절차를 통과한 것이다.

이어 강남구는 “개포4동은 1990~2000년대 ‘포이밸리’로 불리며 국내 최초 벤처타운이 자생적으로 형성된 곳으로 테헤란로와의 높은 접근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강점”이라고 설명하면서 “강남구의 산업, 인력 기반이 개포4동으로 확장되면 포이밸리가 신성장 거점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개포4동 ICT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은 포이밸리의 잠재력을 다시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라며 “기업 성장 지원과 기반 정비를 병행해 수서-개포-삼성-테헤란로로 이어지는 미래산업 축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남구 “요건 맞으면 추천”
후보지 선정 서울시에 달려

한 주민은 “올해 1월에 ICT특정개발진흥지구와 관련해 강남구가 대대적으로 발표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포4동 1구역 신통기획 추진 소식이 들렸다”며 “서울시에 따르면 여러 사업이 혼재된 구역은 신통기획 후보지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다른 구역처럼 ‘세력’이라고 할 정도의 반대 인원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20~30분 정도라고 본다. 몇몇 주민분이 ‘결사 반대’라고 적은 피켓을 창문에 붙여둔 걸 보긴 했지만 실제 모였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추진준비위) 사무실에 찾아오신 분도 없었다. 그분들이 감정평가 관련해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고, 반박 자료를 보내드렸다. 몇몇 건물주분들은 오셔서 상담한 뒤 납득하셨다”며 “오히려 찬성도 반대도 아닌 분들이 아직까지 꽤 많다. 1100명의 주민 가운데 600명이 찬성 의사를 밝힌 만큼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재건축사업과 관계자는 “반대 동의율이 토지 등 소유자 25%, 토지 면적의 50%면 추전 제외”라며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수치에 근접하면 (추진이) 불가능하다 판단할 수도 있는 거고, 그건 서울시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강남구)는 (신청) 요건만 갖추면 무조건 추천한다. 요건이 충족됐는데 (서울시에) 올리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ICT특정개발진흥지구와 주택재개발 사업이 상충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크게 상관없다는 것 같은데”라면서도 “그 부분도 나중에 서울시에서 판단할 때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동의율이나 노후도 등 다양한 요소를 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2022년 문제 됐던 노후도는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결론 나도
골은 깊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답했다. 관계자는 “전체 (주민이) 1100명 정도인데 100명이 넘는 주민이 반대하고 있으니 (반대가) 심하다면 심한 것”이라며 “그분들이 토지 지분이 커서 토지 면적으로 치면 30% 정도 반대하는 것이다. 적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서류 보완 작업 등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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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