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 단체사진을 촬영한 인물들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사진에 등장한 최이동씨와 김찬규씨를 비롯해 행적을 알 수 없는 김씨의 친형 김현규씨 모두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김 전 시장은 “이모씨는 김포시 자문변호사로, 최이동 등을 이 변호사를 통해 소개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와 최씨의 관계는 각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한남동 S빌딩에 최씨 명의 H 대부업체가 주소지로 등록돼있다. 특히, 이 변호사는 300억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B엔터테인먼트 C 대표에게 현직 경찰관을 소개한 인물로 확인됐다.
수상한
연결고리
앞서 지난 1월 C 대표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혹시 표검사라고 아는가. 내 지인 중에 여모씨와 최이동이 있다. 나쁜 사람들 아닌데 표검사가 이들을 괴롭힌다”며 “(표검사)누군지 좀 찾을 수 있나, 여론을 좀 좋게 만들어야 하는데...”라고 밝혔다.
자칭 ‘공익채널’을 운영하는 표검사는 최이동과 여씨에 관한 범죄 혐의를 특정해 신상을 처음 공개한 익명 제보자로 알려졌다. 개그맨 조세호와 최이동의 밀접한 관계, 김 전 시장과 단체 사진을 텔레그램에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C 대표 측 비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C 대표가 수억원의 수표를 여씨에게 전달했고, 여씨가 이를 현금으로 교환해 비서에게 전했다고 적혀있다. 여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자금 세탁 아니고 그냥 현금 바꿔준 건데 뭐가 문제냐”고 받아치며 관련 기사 작성 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여씨는 최이동과 명품 시계 사업장 등을 운영한 동업자로 알려졌다.
사진 속 김 전 시장 양옆에는 이 변호사, 최이동, 김찬규 등이 나란히 자리했다. 이 가운데 최씨와 김씨는 현재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과 범죄수익 세탁 등에 관여한 혐의로 한국 수사당국의 추적을 받는 인물들이다. 사진 오른쪽 끝에 선 인물이 최씨다.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은 김씨로 파악됐다.
사진에 없지만 김현규씨 역시 동생 김씨와 함께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 등으로 적색 수배된 상태다.
김 전 시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23년경 이 변호사가 ‘시장님, 바람 쐬러 가시죠’라고 해서 금요일에 출국해 일요일에 귀국하는 일정으로 짧게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이동이는 몇 번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처음 봤다”며 “애초에 (최이동은)사업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경찰청 국제공조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최이동·김현규·김찬규씨는 모두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현규·김찬규도 함께 인터폴 추적 확인
해외 도박 운영·자금 세탁 핵심 인물들
물론 인터폴 적색수배가 유죄로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국가가 발부한 체포영장이나 법원의 명령을 근거로 인터폴 회원국 수사기관에 대상자의 소재 확인과 잠정 체포를 요청하는 국제공조 절차다. 국제 체포영장 자체는 아니지만 해외로 도피한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범죄인 인도나 강제 송환 절차를 밟기 위해 활용되는 강력한 수배 조치다.
세 사람은 단순히 불법 도박 사이트 주변에서 활동한 인물이 아니라 수사당국이 국제공조를 통해 신병 확보를 추진하는 주요 수배 대상인 셈이다.
최씨는 해외 도박 사이트에서 발생한 범죄수익과 보이스피싱 피해금 등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보관·현금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최씨는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진과 국내 자금책 사이에서 자금을 전달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대부업체를 통해 일부 자금을 정상적인 사업 자금처럼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포통장과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여러 계좌로 분산하거나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해 보관·관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씨는 경남 거창 지역 폭력 조직과 연관된 인물이다. 개그맨 조세호씨는 최씨와 친분 논란이 불거진 뒤 일부 방송에서 하차했다.
지난해 김포FC 홈경기장 VIP석에서 최씨의 모습이 포착된 사실도 논란을 키웠다. 김포FC는 김포시가 운영하는 시민 구단으로, 당시 구단주는 김 전 시장이었다. 김포FC 측은 구단이 최씨를 직접 초청한 사실은 없으며 다른 멤버십 회원이나 후원사를 통해 티켓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납치 피해자
감춘 두 얼굴
김 전 시장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스폰서 배정 좌석으로 알고 있다”며 “스폰서들이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는 좌석이다. 자세한 사항은 김포FC에 문의하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최씨가 실제 누구의 초청으로 VIP석에 들어갔는지, 김 전 시장이나 김포시 관계자가 그의 출입 과정에 관여했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여행지에서 김 전 시장과 단체사진을 촬영한 데 이어 김포시 산하 시민구단 VIP석에서도 최씨의 모습이 확인된 만큼, 단순히 해외에서 우연히 만난 사업가였다는 설명만으로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사진 속 김씨의 행적도 심상치 않다. 김씨는 지난 4월 말레이시아 겐팅하이랜드 일대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의 피해자라는 특이점이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한국인 권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17일 겐팅하이랜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던 김씨를 납치해 감금한 뒤 김현규 측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혐의로 현지에서 기소됐다. 수조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김씨 형제의 재산을 노린 것으로 유추된다.
현지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김씨를 구조하고 납치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 사건은 이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말레이시아 법원 절차 과정에서 납치 피해자인 김씨가 한국 수사당국이 찾던 도피사범으로, 현지에 장기간 체류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경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의 불법 체류 혐의도 인정돼 말레이시아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납치사건에서는 피해자지만, 한국에서는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에 관여한 혐의로 신병 확보 대상에 오른 셈이다.
김포시 자문변호사 이씨
C회장에 현직 경찰 소개
납치 피해 사실과 김씨에게 제기된 범죄 혐의는 별개의 사안이다.
김현규의 행적은 더욱 묘연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수사 관련 자료와 복수의 제보를 종합하면 김현규가 조직의 전반적인 운영과 자금 흐름을 관리하고, 동생 김씨가 현지 실무와 사이트 관리 등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시장은 단순한 해외 사업가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제공조를 통해 신병 확보가 추진되는 해외 도박 사건 관련자들과 여행 일정을 함께했던 모양새가 됐다.
최근 수사기관이 검거한 수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진과 김씨 형제가 동업자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 4일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두바이 등을 거점으로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총책급 피의자 2명을 아랍에미리트(UAE)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필리핀 등 동남아를 거점으로 4조8000억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대규모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2014년 해외로 도피한 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을 전전하다 12년 만에 UAE에서 붙잡혔다.
또 다른 피의자는 국내 조직원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을 불법 도박 사이트 총판으로 동원해 5000억원 규모의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은 장기간에 걸친 정보 분석과 국제공조를 통해 이들의 소재를 추적하고 범죄수익과 공범 관계를 확인해 왔다.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국내로 송환하겠다는 기조다.
제보에 따르면 최이동·김현규·김찬규씨 역시 해당 피의자들과 사업적으로 연결돼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외에 운영진을 두고 국내에는 총판과 자금책, 사이트 개발팀을 배치하는 불법 도박 조직의 구조 속에서 이들이 역할을 분담했다는 주장이다.
시장 변호사
범죄 카르텔
남은 핵심 의문은 당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던 김 전 시장이 왜 이들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있었느냐는 점이다. 김 전 시장은 이모 변호사의 제안으로 여행을 떠났고, 현지에서 만난 인물들을 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 없는 주장이나 과도한 억측이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일요시사>가 “함께 사진을 촬영한 최이동씨와 김찬규씨가 모두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시장은 “몰랐다. 그렇다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가 두 사람을 김 전 시장에게 어떤 직업과 신분으로 소개했는지, 김 전 시장이 이들과 현지에서 식사와 관광 등 어느 정도의 일정을 함께했는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여행을 제안한 이 변호사는 경찰 출신으로 김포시 자문변호사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수사를 받던 A엔터테인먼트 C 대표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현직 경찰관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로도 지목됐다.
KBS는 3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C 대표가 지난 3월3일 경찰청 인근 식당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범죄 정보 관련 부서의 중간 간부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그는 만남 직후 지인에게 국수본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경영권 다툼으로 판단해 수사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변호사 소유 건물에
최이동 명의 대부업체
해당 경찰관은 C 대표에게 구체적인 수사 정보를 전달한 사실은 없으며 국수본에서 직접 다루는 사건이 아니라는 원론적인 설명만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후속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이 바로 이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는 C 대표에게 소개한 경찰관의 경찰대 한 기수 후배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KBS에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을 제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며 “정식 수임 단계가 아닌 제보 단계였기 때문에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쪽에서는 김 전 시장과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자금세탁 혐의로 수배된 인물들이 만나는 자리에 등장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국수본 소속 현직 경찰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 명의로 운영 중인 ‘H’ 대부업체의 건물주이기도 하다. <일요시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부동산 등기부와 관련 법인의 등기사항을 대조한 결과, 이 변호사는 한남동 S빌딩의 소유자로 확인됐다. 최씨 명의인 H대부업체는 S건물을 법인등기상 본점 소재지로 사용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서와 임대료 지급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계약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최씨 명의 법인이 이 변호사 소유 건물을 사업장 주소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C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와 스태프, 협력업체 등을 상대로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 휩싸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정산 피해액만 수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C 대표는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없으며 1150억원은 모두 제작비와 사업비 등에 정상적으로 사용됐지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회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는 이 변호사에게 김 전 시장에게 최씨를 소개했는지, 최씨와 김현규·김찬규씨가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또는 자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또 S빌딩을 법인 주소로 사용한 최씨 명의 대부업체와의 관계, 임대차계약서와 임대료 입금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할 의향이 있는지도 질의했다.
경찰 출신
완력 행사
그러나 이 변호사로부터 어떤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적색수배 대상자들과 당시 현직 시장의 해외 만남, 그 자리를 주선한 경찰 출신 자문변호사, 해당 변호사 소유 건물을 주소로 사용한 수배자 명의 대부업체, 그리고 수사 중인 C 대표와 현직 경찰관의 만남 주선, 그 연결고리마다 같은 인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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