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하며 AI를 “인류가 새로 불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AI 3대 강국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우며 국가 역량을 AI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AI 기본법을 시행하고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추진하는 등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AI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과 디지털 전담 기능을 확대하며 행정 혁신에 나서고 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행정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흐름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AI 인재는 왜 행정부에만 있고 입법부와 사법부에서는 보이지 않는가.
행정부는 정책을 집행하는 조직인 만큼 기술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각 부처는 AI를 행정에 접목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지자체들도 AI를 활용한 민원과 복지, 교통 행정을 확대하고 있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과 자문기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AI 시대에 맞춰 조직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에 맞춰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25일 서흥씨앤디 지동천 대외협력고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충남 공주에서 100MW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근 LNG발전소와 연계해 전력과 열을 함께 활용하는 프로젝트로, 토지 계약과 전력계통 영향평가 등 주요 절차가 진행 중이며 투자 유치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AI가 이제는 지역 산업과 에너지, 투자와 도시 발전을 이끄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전국 곳곳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추진하고 있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네이버클라우드 등 주요 기업들도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전력 부족으로 충남과 전남, 경북, 강원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한 서버 시설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지역 경제를 함께 이끄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반면 입법부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국회에는 검사와 판사 출신, 변호사와 교수, 장관과 차관 출신 의원은 적지 않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입법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직접 연구하거나 개발한 전문가, AI 기업을 창업하거나 AI 산업을 이끌어 본 경험을 가진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AI를 가장 많이 논의하는 시대에 정작 AI 전문 입법자는 거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국회가 다뤄야 할 법안 대부분이 AI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AI 기본법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자율주행, 의료 AI, 국방 AI, 금융 AI, 교육 AI, 딥페이크 규제까지 모두 기술 이해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법률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AI의 원리와 산업 구조를 함께 이해해야 제대로 된 입법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법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AI의 투자 판단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AI 의료 진단 오류는 누구의 과실인지와 같은 새로운 분쟁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 법원은 이런 사건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다루게 될 것이다. 법리를 정확히 적용하는 것과 함께 AI 기술을 이해하는 역량도 점점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국회의원과 판사가 모두 AI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AI를 깊이 이해하는 인재가 입법과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필요하다. 국회에는 AI 전문성을 가진 의원이 더 많이 진출하고, 법원에는 AI 관련 전문재판부나 전문인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술 변화의 속도에 맞는 법과 판결이 가능해진다.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 전문가가 국가 발전을 이끌었다. 민주화 시대에는 법률 전문가의 역할이 커졌다. 이제 AI 시대에는 AI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국가 운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행정부에만 AI 인재가 집중되고, 입법부와 사법부는 과거의 인재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권 가운데 한 축만 미래를 준비해서는 국가 전체가 미래를 준비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국들도 AI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술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자문기구에는 AI 연구자와 기업인이 참여하고, 입법 과정에서도 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 AI를 단순히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국가 운영 체계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정책을 설계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정치도 인재 영입의 기준을 바꿀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법조인과 관료, 교수와 시민사회 인사가 주요 영입 대상이었다. 앞으로는 AI 연구자, 데이터 과학자, 반도체 전문가, 로봇 공학자, AI 스타트업 창업자 같은 인재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이는 특정 직업을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는 전문성을 확보하자는 제안이다.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AI 관련 사건이 폭증하는 시대에는 법관 교육과 전문 재판 역량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기술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법리를 적용할 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이 가능하다. AI를 모르는 법원은 AI 시대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래의 사법은 법률과 기술이 함께 작동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AI 강국은 AI 기업만 많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AI 정책을 잘 추진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입법부가 법을 만들며, 사법부가 분쟁을 해결하는 삼권 모두가 AI를 이해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완성된다. 삼권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AI 시대에 뒤처지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AI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다. 이제는 AI를 활용하는 행정부를 넘어 AI를 이해하는 입법부와 AI를 판단할 수 있는 사법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정당을 떠나 지난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지낸 하정우 후보가 당선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국가 AI 전략을 직접 설계했던 전문가였고, 국회에 진출했다면 AI 관련 입법과 정책 논의에 새로운 전문성을 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AI 강국은 행정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AI 산업은 이미 현장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입법부와 사법부도 그 속도에 맞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AI 연구자와 AI 개발자, AI 기업인 같은 기술 인재를 국회와 사법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행정부에는 있고 입법부와 사법부에는 없는 AI 인재를 삼권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가는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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