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행정부엔 있고 입법부·사법부엔 없는 AI

AI 강국은 삼권 모두가 AI를 이해할 때 완성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하며 AI를 “인류가 새로 불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AI 3대 강국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우며 국가 역량을 AI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AI 기본법을 시행하고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추진하는 등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AI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과 디지털 전담 기능을 확대하며 행정 혁신에 나서고 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행정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흐름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AI 인재는 왜 행정부에만 있고 입법부와 사법부에서는 보이지 않는가.

행정부는 정책을 집행하는 조직인 만큼 기술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각 부처는 AI를 행정에 접목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지자체들도 AI를 활용한 민원과 복지, 교통 행정을 확대하고 있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과 자문기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AI 시대에 맞춰 조직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에 맞춰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25일 서흥씨앤디 지동천 대외협력고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충남 공주에서 100MW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근 LNG발전소와 연계해 전력과 열을 함께 활용하는 프로젝트로, 토지 계약과 전력계통 영향평가 등 주요 절차가 진행 중이며 투자 유치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AI가 이제는 지역 산업과 에너지, 투자와 도시 발전을 이끄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전국 곳곳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추진하고 있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네이버클라우드 등 주요 기업들도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전력 부족으로 충남과 전남, 경북, 강원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한 서버 시설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지역 경제를 함께 이끄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반면 입법부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국회에는 검사와 판사 출신, 변호사와 교수, 장관과 차관 출신 의원은 적지 않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입법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직접 연구하거나 개발한 전문가, AI 기업을 창업하거나 AI 산업을 이끌어 본 경험을 가진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AI를 가장 많이 논의하는 시대에 정작 AI 전문 입법자는 거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국회가 다뤄야 할 법안 대부분이 AI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AI 기본법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자율주행, 의료 AI, 국방 AI, 금융 AI, 교육 AI, 딥페이크 규제까지 모두 기술 이해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법률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AI의 원리와 산업 구조를 함께 이해해야 제대로 된 입법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법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AI의 투자 판단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AI 의료 진단 오류는 누구의 과실인지와 같은 새로운 분쟁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 법원은 이런 사건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다루게 될 것이다. 법리를 정확히 적용하는 것과 함께 AI 기술을 이해하는 역량도 점점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국회의원과 판사가 모두 AI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AI를 깊이 이해하는 인재가 입법과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필요하다. 국회에는 AI 전문성을 가진 의원이 더 많이 진출하고, 법원에는 AI 관련 전문재판부나 전문인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술 변화의 속도에 맞는 법과 판결이 가능해진다.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 전문가가 국가 발전을 이끌었다. 민주화 시대에는 법률 전문가의 역할이 커졌다. 이제 AI 시대에는 AI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국가 운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행정부에만 AI 인재가 집중되고, 입법부와 사법부는 과거의 인재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권 가운데 한 축만 미래를 준비해서는 국가 전체가 미래를 준비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국들도 AI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술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자문기구에는 AI 연구자와 기업인이 참여하고, 입법 과정에서도 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 AI를 단순히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국가 운영 체계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정책을 설계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정치도 인재 영입의 기준을 바꿀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법조인과 관료, 교수와 시민사회 인사가 주요 영입 대상이었다. 앞으로는 AI 연구자, 데이터 과학자, 반도체 전문가, 로봇 공학자, AI 스타트업 창업자 같은 인재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이는 특정 직업을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는 전문성을 확보하자는 제안이다.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AI 관련 사건이 폭증하는 시대에는 법관 교육과 전문 재판 역량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기술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법리를 적용할 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이 가능하다. AI를 모르는 법원은 AI 시대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래의 사법은 법률과 기술이 함께 작동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AI 강국은 AI 기업만 많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AI 정책을 잘 추진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입법부가 법을 만들며, 사법부가 분쟁을 해결하는 삼권 모두가 AI를 이해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완성된다. 삼권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AI 시대에 뒤처지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AI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다. 이제는 AI를 활용하는 행정부를 넘어 AI를 이해하는 입법부와 AI를 판단할 수 있는 사법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정당을 떠나 지난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지낸 하정우 후보가 당선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국가 AI 전략을 직접 설계했던 전문가였고, 국회에 진출했다면 AI 관련 입법과 정책 논의에 새로운 전문성을 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AI 강국은 행정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AI 산업은 이미 현장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입법부와 사법부도 그 속도에 맞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AI 연구자와 AI 개발자, AI 기업인 같은 기술 인재를 국회와 사법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행정부에는 있고 입법부와 사법부에는 없는 AI 인재를 삼권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가는 다음 단계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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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종합특검 ‘국정원 공소장’ 오류? 막전막후

[단독] 종합특검 ‘국정원 공소장’ 오류?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에 가담한 국정원 고위직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종합특검팀은 이들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결론 냈다. 법조계와 정보기관에서는 종합특검팀의 판단에 의문을 던졌다. 일부 사실관계를 오인해 공소장을 적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란 특검팀도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국가정보원 정무직은 국정원장을 포함해 기획조정실장, 1·2·3차장으로 이뤄진다. 이번에 기소된 인물은 3차장을 제외한 전부다. 가장 주목받았던 인사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다. 그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 중 유일하게 윤석열씨의 지시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와 내란 재판 증언대에 섰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홍 전 차장을 정의로운 인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고 봤다. 전시·사변 훈련이 왜 국정원 고위 관계자 중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다. 조 전 원장은 지난달 19일 직무유기, 국정원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위증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이 조 전 원장에게 정치인 체포 관련 내용을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고, 조 전 원장이 이를 윤씨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계정을 삭제해 통화기록 등 전자정보를 없앤 증거인멸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은 비화폰 계정 삭제로 통화기록 등이 삭제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안전 가옥(이하 안가) 회동에서 윤씨가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진술, 계엄 선포문을 보거나 전달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한 진술 등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안가 회동을 포함해 일부 내용은 종합특검팀이 수사한 내용과 겹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국정원 정무직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2024년 3월 말~4월 초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가에서 윤씨,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김용현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윤씨가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의 발언 사실을 알았다. 같은 해 8월19일부터 22일까지 실시된 을지연습 때는 2024년 1월1일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인해 계엄 상황 발생 시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하는 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조 전 원장은 2차장 산하 안보조사국과 다수의 국정원 직원을 합수본에 파견하는 도상연습(2024년 8월19일 을지명령 제2호)을 실시하고 같은 해 9월3일 을지연습 강평에서 계엄 시 국정원 직원을 합수본에 파견이 가능하도록 국방부가 계엄사령부직제(대통령령)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계엄 선포 시 합수본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미리 검토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후 2024년부터 합수본 파견 불가능해져 국방부, 국정원 합수본 파견 가능케 계엄사 직제 개정 작업 진행 조 전 원장은 12·3 내란 당일 오후 9시10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접견실로 나오면서 윤씨로부터 교부받은 문건을 접어서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종합특검팀은 이 문건이 비상계엄 수행 관련 조치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은 국정원 청사로 복귀해 같은 날 오후 11시30분 홍 전 차장과 황원진 전 2차장, 윤오준 전 3차장, 김남우 전 기조실장 등을 불러 정무직 대책회의를 개회하고 “우리가 그간 을지연습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며 “을지연습 때 했던 대로, 고민했던 대로 그에 준해 부서에 맞게 준비하자”고 했다. 조 전 원장이 정무직 회의에서 ‘을지훈련’을 말한 건 다른 의미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국정원은 계엄 매뉴얼이 없다. 계엄 하에 국정원이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태용 전 원장의 질문에 대해 기조실장이 확인해 보겠다고 한 후 을지훈련이 비슷하지 않겠냐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장 직할의 감찰 담당 부서는 을지훈련 때 했던 충무사태별 조치 사항을 참고했다. 담당 책임관들은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 내부 안정과 결속력 강화가 필수적이고 국정원 주둔 계엄군 대상 보안조치 강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계엄 수행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계엄 상황 下 감찰부서 수행업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55분에 내부 이메일을 통해 소속 부서 간부 4명에게 전송했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정무직 대책회의 참석을 마치고 김모 전 해외정보국장 등 1차장 산하의 부서장들을 불러 산하 부서장 회의를 개최해 조 전 원장의 계엄 수행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각 부서별로 계엄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순차적으로 지시했다고 결론 냈다. 홍 전 차장이 산하 부서장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국제범죄조직이 준동할 수 있음 ▲보안시설 내 사보타주, 무기 탈취 등이 우려됨에 따라 사전 안전·예방 활동을 철저히 시행해야 함 ▲경찰청과 안전부 부서장이 직접 컨택 채널을 구축해야 함 ▲경찰청, 지방청과 협조해 안전부 부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현안 ▲경찰청 상황실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예방 중요 ▲앞으로 다가올 대전에서 안전단 중심으로 시위 관련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함 ▲지역담당 지부에도 똑같이 전파해 본부와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함 등이다. 대테러 부서장은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42분 부서 간부 회의를 열고 “합조팀 즉시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본부뿐 아니라 지부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계엄 매뉴얼 따로 없다 대테러 부서장 직속 국가보안 담당 사무실은 같은 날 오전 1시19분 국가보안시설 담당자의 계엄사 참여·정보수집 활동 수행, 국가보안시설 무기고 통제 및 무기 불출 준비 등 내용의 ‘계엄 시 국가보안담당 사무실 업무’ 문건을, 상황실은 오전 1시48분 계엄사에 국정원 직원 파견 등 내용의 ‘대테러상황실 긴급 상황 처리 방안’ 문건 등을 각각 작성·배포했다. 홍 전 차장이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해외 분석 ▲해외 수집 ▲경제 안보 담당 부서장들에게 “해외 분석 담당 부서는 계엄 배경을 작성해 해외 수집 부서에 전달하도록 하고, 해외 수집 담당 부서는 이를 주한 거점들에게 전달해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 “경제 안보 담당 부서는 해외 반응, 향후 경제 반응을 일보 체계로 작성, 안정화될 수 있는 방향을 잡을 것” 등이라고 지시하면서 비상계엄을 수행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의심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국장이 홍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부서 간부 회의에서 산하 직원들에게 위의 내용을 전파하고 외교부 전문 방송망을 통해 해외 거점 파견 직원들에게 비상계엄에 관한 미국 등 각국의 반응을 수집해 일일 단위로 보고하도록 했다. 해외 수집 부서 정보협력 책임관은 CIA(미 중앙정보국) 측과 통화 후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 시그널로 다른 CIA 관계자와 연락하면서 “계엄이 해제됐으니 양 기관 협력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같은 날 비화폰으로 홍 전 차장에게 “회의 때 지시한 바와 같이 CIA 관계자에게 ‘한미 간 정보협력 채널은 이상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조치 결과를 보고했다. 오전 6시50분에는 관련 내용을 최종적으로 보고받고 국정원장 비서실 산하 정보 부부서와 홍 전 차장의 보좌관들에게 전달했다. 다만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 실제 홍 전 차장이 지시한 내용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존재한다. “계엄 상황에서 매뉴얼이 없는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다음 날 보고하라”고 했던 조 전 원장의 유일한 지시에 대해 부서장들이 홍 전 차장이 일부 언급한 내용을 다이어리에 섞으면서 포함된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종합특검팀은 국정원이 여론조작에도 나서려 했다고 판단했다. 홍 전 차장은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인지전 대응 담당 부서장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계엄 관련 왜곡·과장된 사실의 SNS 전파 여부 및 국내 언론과 댓글, SNS 등의 계엄 관련 특이 여론 수집’을 지시했다. 공소장에는 일부 직원들이 이 과정에서 반발이 있었음에도 홍 전 차장이 독촉했다고 적시돼있다. 인지전 대응 부서는 적국 또는 외국이 국내에 여론 조성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걸 임무로 하는 부서다. 통상 영향력 행사를 가짜 뉴스, 영상 유포, 선전 선동 등을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를 통해 사이버상에 유포되고 있어 이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게 인지전 대응 부서의 통상 업무다. 잘못된 해석 두 부서는 홍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같은 날 오전 7시30분 그 결과를 ‘비상계엄 관련 가짜 뉴스 유포·허위 선동 동향’ 제하 보고서로 작성해 내부 이메일을 통해 비서실 산하 정보 담당 부부서 및 홍 전 차장의 보좌관에게 전송했다.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인지전 담당은 1차장이 아닌 3차장 산하라고 지적한다. 즉, 공소장에 적힌 홍 전 차장이 인지전 대응 담당 부서장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지시한 것은 단순 ‘동향 모니터링’일 뿐 사이버 여론 조작 및 공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실제 사이버 여론조작이나 공작을 준비해 비상계엄에 도움이 되려 했다면 3차장 산하 직원들도 있어야 했다. 3차장은 기소되지도 않았고 산하 직원들도 마찬가지”라며 “종합특검팀의 말대로 인지전 대응 담당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계엄 관련 특이 여론 수집을 지시한 부분은 정보기관으로서의 통상 업무라고 볼 수 있다. 계엄 사무와는 관련이 없다. 직원들이 반발한 부분은 상황이 민감한 상황이기에 그렇게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김모 전 방첩 담당 부서장에게 “지금 경방·방산은 큰 의미가 없고 계엄 상황에 집중해야 할 것” “방첩사와 컨택 포인트 구축” 등의 지시를 하고 이 부서장은 “종북 좌파 등의 특이 동향도 밀착 감시하겠음”이라고 보고했다. 김 부서장은 부서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첩 담당 부서 책임관과 방첩공유센터 책임관을 불러 홍 전 차장의 지시를 전달했다. 이후 방첩담당 부서 산하 각 부부서는 같은 날 오전 1시45분 ‘비상계엄 下 방첩업무 추진방안’ 문건과 ‘비상상황 下 부부서 주요업무 추진 방향’ 문건을 작성하고 1시간 뒤에는 ‘국가 비상상황 下 부부서 업무 추진계획’ 보고서를 각 부부서와 전략 담당 사무실에 배포했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실무관 다이어리에 ‘정무직들도 갑자기 닥친 일이라 생각이 많지 않음’ ‘원장님은 그간 을지연습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심’ ‘지금 당장 뭘 하라는 지시는 없었고. 답도 없음’ 등 다들 정신이 없었다는 내용이 언론에서 즐비하게 보도되지 않았냐”며 “정말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부분은 공소장에서 제외된 거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각 정무직 산하 각 산하 부서장들이 실무 회의에서 지시를 별도로 혹은 독립적으로 내리고 생성된 문서들은 집행력이 없거나 혹은 집행을 예정하고 있는 보고서들이 아니다. 계엄 하에서 국정원이 해야 할 수도 있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들을 무작위로 실무 라인에서 생성해 보고용으로 작성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을지훈련 관련성 2차장 산하 안보조사국 담당 “타 부서 알 수가 없다” 공소장 일부 내용 와전? “인지전 3차장 관할…동향 모니터링과 달라” 황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정모 전 안보조사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대공수사권 폐지로 합수본에 직원을 파견하는 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2024년 을지연습’을 통해 인지했음에도 “합수본에 직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황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에게 정무직 대책 회의에서 “합수본이 만들어지면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 전 국장에게 “현 계엄법 하에서 안보조사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 검토해 봐라”라고 지시했다. 정 전 국장은 부서 간부 회의에서 “충무계획을 참고하고, 계엄사 요청이 있을 시 계엄사 합수본에 연락관이나 조사관 파견 인원 선발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황 전 차장은 구내전화로 다른 간부에게 “대공수사권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생각해 봐라. 대공수사권이 생기면 곧바로 수사해야 할 텐데, 누구를 수사해야 할지도 포함해서 정 전 국장과 상의해라”고 언급했다. 이 간부는 판단○○처 간부들을 불러 “충무계획 상 부서의 임무를 구체화해 국정원 지휘부와 용산(대통령실) 보고용 보고서 작성 및 계엄사나 용산이 자료를 요청하면 수사권 부여를 상정한 수사 대상자 선정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보○○처 책임관은 “계엄사에 연락관 파견은 가능하지만 합수본에 파견은 불가하며 국정원 충무계획에 따라 활동한다”는 ‘계엄상황 下 안보조사 담당부서 활동 근거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49분 정 전 국장에게 보고했고 정 전 국장은 5분 후 황 전 차장의 보좌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신원조사 담당 부서도 황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신원조사 접수·회보 절차 이행’ ‘비상 운영체제 전환’ 등 비상 업무체제 운영 계획 보고서를 작성해 윗선에 보고했다. 김 전 실장은 행정 담당 부서장으로부터 “비상계엄이 발생하면 연락관을 파견해야 하는 것으로 돼있다. 수사 분야와 북한 분야에서 각각 보내야 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보고받고 합동참모본부에서 “계엄상황실 연락관 파견 요청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사 담당 부서장은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황 전 차장의 선임보좌관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 부서장은 안보조사국과 대북 담당 부서에서 각각 2명씩 총 4명의 파견 대상 후보 인원을 통보받은 후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 같은 결론은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보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종합특검팀은 ‘능력’이다. 결과적으로 종합특검팀은 과거 3대 특검팀(김건희·내란·채 해병)에 비해 수사 성과와 압수수색·구속영장 발부율 모두 처참했다.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하면서 수사만큼 재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법원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한 내란 사건들에서 몇몇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 점도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무죄·공소기각 가능성도 국헌 문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계엄에 가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쉽게 말해 계엄 선포 이후 절차를 검토해 매뉴얼대로 움직였다는 것만으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대법원도 상부 지시나 매뉴얼에 따른 단순 가담은 내란죄로 보지 않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5·17 내란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군부 수뇌부를 내란죄로 처벌했지만, 광주에서 시위를 진압한 계엄군에 대해선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명령에 따른 계엄군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