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황효덕은 모순되는 개념과 물질이 공존하는 지점에 관심 있다. 그런 지점, 혹은 상태에서 가시적이거나 혹은 비가시적인 물질과 감각이 어떻게 구축되고 와해되는지를 탐구하기 위한 물리적, 미학적, 심리적인 장치의 고안을 고민한다.
서울 서초구의 갤러리 ‘봄’이 작가 황효덕의 개인전 ‘닿다, 눌리다, 남다’를 연다. 이번 전시는 봄에서 열리는 황효덕의 첫 번째 전시다. 작가는 시간의 궤적과 비가시적 신호의 흔적을 간직한 조각, 드로잉, 설치 작품 등 총 8점을 선보인다.
남겨진 자국
이름 붙기 전의 모호한 형상, 역할을 잃어버린 사물 혹은 알아볼 수 없는 얼굴과도 같은 이번 전시를 통해 황효덕은 물질과 감각, 데이터가 서로 닿고, 눌리고, 감싸는 수행의 과정에서 생성되고 응축된 표면의 의미에 관해 탐구한다.
‘닿다, 눌리다, 남다’의 전시장에 놓인 형상은 익숙한 기능과 의미를 벗어난 채 나타난다. 더 이상 소리를 전달하지 않는 나팔, 안팎이 뒤집힌 얼굴, 절단되고 관통된 나무토막은 어떤 중심을 상실한 사물이라기보다 애초에 하나의 본질과 환원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이들은 스스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무엇과 닿았는지, 어떤 힘이 스쳐 갔는지, 무엇이 지나간 자리인지를 조용히 드러낼 뿐이다.
응축된 표면
시간의 감각
중요한 것은 형태 자체보다 표면에 축적된 시간의 감각이다. 나무는 잘리고 구리는 접히며 레진은 흘러내리고 굳는다. 흑연판은 서로 다른 재료를 감싸며 또 하나의 피부를 만들고 이때 만들어진 긁히고 눌린 자국은 지워야 할 결함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황효덕은 이처럼 남겨진 흔적, 자국, 얼룩에 주목한다. 사물의 깊숙한 내부 어딘가가 아니라 가장 쉽게 닳고, 변하고, 다시 덧입혀지는 표면 위, 그 얕은 곳에 남겨진 자국을 통해 사물의 시간을 읽고 지나간 사건을 짐작하며 존재를 감각한다.
봄 관계자는 “흔히 어딘가의 아래 깊은 곳에 진실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상의 외형을 지나 그 안쪽에 있는 본질에 도달하려 한다. 그러나 황효덕의 작품은 시선을 반대로 돌린다. 존재는 안쪽 깊은 곳에 숨겨진 무엇으로 증명되는 게 아니라 수없이 닿고, 눌리고, 남겨진 흔적 속에서 비로소 감각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지나간 사건
이어 “그렇다면 표면은 본질을 가리는 막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 드러내는 유일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사물의 가장 연약한 층위가 아니다. 오히려 존재가 세계와 관계 맺어온 모든 시간이 새겨져 있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은 장소, 그러한 접촉의 흔적이 남겨진 그 얇은 장소 앞에 우리는 오래도록 머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자료‧사진= 봄
<jsjang@ilyosisa.co.kr>
[황효덕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및 예술전문사 졸업 후 ‘초단발’ ‘동굴의 밤이’와 같은 컬렉티브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도큐먼트’ ‘서울 바벨’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프루프록의 평행우주’ ‘오르트 구름’ 등 주요 기획전에 참여해 왔다.
원룸(2021), 문래예술공장(2021), 공간 루트(2022)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