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때리는 안철수 노림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7.20 15:06:49
  • 호수 1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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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이는 ‘철수 정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법정 증언과 기자회견을 통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복당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안 의원은 왜 갑자기 한 의원을 정면 겨냥했을까? 그의 행보에는 ‘반 한동훈’이면서도 ‘친 장동혁’은 아닌, 이른바 ‘반한·비장’의 독자 공간을 만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에서 진행된 추경호 대구시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의원은 이날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아닌 당사로 집결하자’는 메시지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도 보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사실 왜곡”

그러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지난 9일 기자들을 만나 안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안 의원의 증언은 사실 왜곡”이라며 “시간이 지났다고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 의원께서 말씀하신 것은 국회 봉쇄 당시 임시로 당사에 갔던 것”이라며 “안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하나하나 평가하진 않겠지만, 그날 있었던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역사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했다. 그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라며 “지난 2024년 12월6일 원내대표실 배포 자료에도, 계엄 후 의원을 국회로 먼저 소집한 것은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지난 4월 진행된 우리 당 의원의 증인 심문 과정에서도 한 전 대표가 최초에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한 사실을 왜 자신의 저서에 안 썼는지를 두고 이미 제기됐고, 기사화도 된 바 있으며 새로운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 의원이 마치 제가 왜곡과 선동을 한 것처럼 몰아갔다”며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증언을 허위로 둔갑시키는 것이야말로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이 당 밖에 있는데도 이 정도인데, 복당하면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당 전체가 계파 갈등과 소모적 내전에 빠질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보수 및 우파 시민 전체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제 우리 당에는 얼씬도 하지 말길 바란다. 혹시 창당을 생각하고 있다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 의원이 한 의원에게 사실상 내건 복당 전제 4가지 선결 요건은 ▲12·3 계엄 당일 타임라인 소명 ▲당원 게시판 논란 등 당내 의혹 정리 ▲계엄 해제 ‘1인 영웅 서사’ 경계 ▲복당 이후 계파 갈등 방지 및 당 쇄신 로드맵 합의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사실상 한 의원의 복당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조건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12일에는 명시적 반대로 선회한 것이다.

안 속내 “계엄 반대가 한 영웅 만들기 서사?”
한 공격은 상호 대체재 간 상징 자본 약탈전?

안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 조작 계정으로 지목된, 한 의원 가족 5인의 명의로 1400여개의 게시글이 작성된 2개의 아이피 주소가 무관함을 스스로 입증한다면 지금의 혼란은 바로 정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일요시사>와 만나 “한 의원이 동명이인의 IP가 내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느냐”며 “안 의원이 이 틈을 이용해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한 전 대표를 괴롭히려는 등 장난을 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이 한 의원을 강하게 비판·조롱한 배경은 “그날의 역사가 왜 오직 한 의원 한 사람의 영웅 서사가 돼야 하느냐”는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과 한 의원은 모두 중도 확장력과 수도권 내 기반을 가진 보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서사를 갖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후 국민의힘 내 제명과 지난 6월 재보궐선거 당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해당 브랜드를 독점해 온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안 의원으로서는 한 의원에게 윤석열정부의 결정적 과오 중 일부를 덧씌워 한 의원이 독점한 이미지를 약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 근거로는 안 의원이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당론과 달리 홀로 자리를 지키며 표결에 참여한 일과 지난해 7월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지 20분 만에 사퇴한 일이 거론된다. 당시 안 의원은 전권을 요구했다가 당 주류와 충돌해 사퇴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명예·권위·신뢰·사회적 인정 등 가치 있는 것으로 승인된 유·무형의 자산을 ‘상징 자본’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통하는 보수’ ‘중도층까지 확장 가능한 보수’ ‘윤석열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보수’라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권력이 된다.

각 분야에서는 상징 자본을 더 많이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투쟁이 일어난다. 한 의원과 안 의원은 비슷한 상징 자본을 가졌고, 안 의원은 한 의원의 독점을 반대한다. 한 의원의 독점은 안 의원에게 큰 위협이다. 안 의원은 재판 증언과 기자회견을 통해 한 의원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운 뒤, 한 의원의 상징 자본 독점을 파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생태학을 통해서도 설명된다. 완전히 동일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두 종은 공존할 수 없다.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유권자층, 같은 이미지, 같은 미래 권력 자산을 노리는 두 정치인은 결국 서로를 밀어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에 각자의 생존이 달린 상징 자본 약탈전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안 제시한 틈새시장 ‘반한·비장’ 성공 가능?
한 못잖게 친윤과 갈등…안은 숙제 해결 가능?

안 의원은 국민의힘 내 4선 중진이라는 입지를 가지고도 그동안 당내 현안에는 거리를 두는 관망자에 가까웠다. 그래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중도 확장력을 가진 수도권 소재 정치인이라는 입지는 인정받았다.

이어 한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 거론되자, 한 의원의 당내 진입을 가로막는 실질적 거부권 행사자로서 자신의 체급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의원의 복당 가능성이라는 위기를 역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안 의원과 한 의원은 상호 대체재다. 그리고 한 의원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각각 강성 팬덤과 넓은 범위의 안티를 거느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은 여기서 ‘반한·비장’이라는 틈새를 발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안 의원은 이미 혁신위원장을 사퇴하면서 당내 주류와 갈등하는 등 혁신 이미지를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 의원의 복당 관련 거래 비용을 인위적으로 극대화하면서 전면에 나선다면 안 의원에게도 새로운 공간이 열릴 수 있다.

안 의원이 ‘반한·비장’이라는 기치를 내건다면, 새로운 정치적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한 의원과 장 대표 모두 당내 주류와 크게 갈등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의 실질적 주인인 구 친윤(친 윤석열)계로부터 새로운 대안으로 인정받아 차기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차기 전당대회는 총선 공천권과 대권 가도의 지름길을 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중간 정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구도 속에서도 풀어야 할 해묵은 숙제가 보인다. 안 의원 역시 윤석열정부의 인수위원장 시절부터 윤 전 대통령 및 구 친윤계와 갈등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과제의 난도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구 친윤계와 친한(친 한동훈)계의 근본적 갈등 원인은 영남 기반 엘리트와 수도권 소재 엘리트의 극심한 갈등이었다. 한 의원은 수도권 확장형 엘리트의 대표 상품으로 부상했지만, 당의 실질적 주인인 구 친윤계와 정면충돌했다. 안 의원 역시 같은 수도권 확장형 엘리트지만, 한 의원과는 상징 자본을 나눠 가질 수 없는 경쟁자다.

경쟁 구도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기지개를 켜려면 두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구 친윤계의 불신을 넘어야 하고, 동시에 수도권 민심 앞에서 이들과의 결합이 퇴행으로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안 의원은 과연 국민의힘의 오래된 균열 위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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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