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안방극장 접수한 소지섭

과묵한 액션 장인의 귀환

[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SBS 금토 드라마 <김부장>이 지난 11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이날 방송된 <김부장> 6회는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전국 기준 시청률 22.3%, 순간 최고 시청률 26.4%를 기록했다. 드라마 인기를 지탱하는 큰 기둥 중 하나로는 전직 비밀 요원 김 부장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소간지’에서 ‘갓부장’으로 완벽 변신한 배우 소지섭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대한민국에서 흔해 빠진 성씨와 직함을 너도나도 입에 올리고 있다. 바로 드라마 <김부장> 주인공인 ‘김 부장’이다. <김부장>은 SBS 금토 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열혈사제> 22%와 <모범택시2> 21.8% 등 흥행작 시청률을 뛰어넘었다. 이제 29.2%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1위에 오른 작품 <펜트하우스2>만을 앞에 남겨놓고 있다.

원작 주인공
싱크로율 100%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표에서도 <김부장>이 드러내는 존재감은 굵직하다. 드라마는 공개 이후 비영어권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르며 세계 시장을 흔들었다. 싱가포르, 태국, 페루 등 여러 국가에서 정상에 오르며 79개국 넷플릭스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김부장>이 흥행하면서 김 부장 역을 맡은 소지섭도 빛을 발하고 있다. 소지섭은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부터 웹툰 원작 ‘김부장’ 주인공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이며 화제가 됐다. 딸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장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 진짜 능력을 드러내는 ‘힘순찐(힘을 숨긴 찐따)’ 서사가 시청자에게 소위 말하듯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다.

<김부장>은 딸 민지가 납치되자 과거 특수부대 출신으로서 갈고닦은 능력을 발휘해 딸을 찾는 아버지 김 부장 이야기다. ‘납치된 딸’ 설정이라는 점에서 영화 <테이큰> <아저씨>와 결을 같이한다.

김 부장은 친구이자 과거 특수요원으로 활약하던 시기 동료인 성한수(최대훈 분)와 박진철(윤경호 분)의 도움을 받아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며 딸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 박강성(김성규 분)에게 위협받으며 긴장감을 더한다.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주인공 김 부장을 누가 연기하느냐였다. 소지섭은 원작 속 김 부장이 지닌 묵직함과 냉철함, 가족을 향한 따뜻함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 <김부장>은 액션과 감정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를 보며 눈 깜박일 시간도 아깝게 하는 장면은 단연 소지섭이 펼치는 맨몸 액션 장면. 50세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휴대폰 하나를 제외하고는 맨손으로 무장 조폭을 제압하는 장면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김부장>으로 거듭난 ‘소간지’
전국 최고 시청률 ‘26%’ 기록

3회 방영분에서는 딸 민지(서수민 분) 휴대폰 위치가 포착된 곳에서 소지섭이 조폭들에 맞섰다. 그가 강력한 힘을 실어 절도 있는 움직임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6회 방영분에서 딸을 구하기 위해 차를 타고 추격하는 장면 역시 압도적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드라마 중간 회차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당 회차 방영 직후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매주 김부장만 기다린다” “액션 스릴러 시리즈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강렬한 건 처음이다” “안경 쓴 중년을 건드리지 말라” 등 호평을 잇고 있다.

액션 신만큼 시청자를 사로잡은 요소는 바로 감정선. 소지섭이 연기하는 김 부장은 냉철하고 강력하기만 한 영웅이 아니다. 두려움을 느끼고, 후회하고, 분노한다. 딸을 지키고 싶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그가 보여주는 갈등과 고뇌는 극 중 김 부장이 담당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 현실적인 아버지에 가깝다. 딸을 많이 사랑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극 중 김 부장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아버지 모습이다.

사춘기 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가 보여주는 서툶, 그와 대비되는 특수요원으로서의 능수능란함은 <김부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총성과 폭력이 난무하는 액션 속에서도 작품 중심에는 가족이라는 보편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요소가 국경을 뛰어넘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액션보다 부성애가 더 기억에 남는다” “김 부장이 한 선택에 공감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결국 가족 이야기다” 등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소지섭은 특유의 절제된 분위기와 연기로 강함과 외로움, 냉정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 김 부장을 소화해 냈다. 잘못 표현하면 자칫 평면적인 액션 영웅에 그치거나 긴장감을 놓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며 김 부장을 연기하고 있다.

감정을 크게 폭발시키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배우는 아니지만, 소지섭은 입체적 인물로서 주인공을 짧은 대사와 다양한 눈빛으로 표현하고 있다. 짧은 대사만으로도 심리를 전달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소지섭은 남성 배우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배우다. 화려한 입담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도, 화제를 만들며 이슈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참여하는 새로운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사람들은 관심을 가진다. 그만큼 대중은 오랫동안 그를 신뢰해 왔다.

완벽한 요원
서툰 아버지

1977년생 소지섭은 어린 시절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2022년에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고3 때 전국체전에 나가서 4위까지 했다. 그때 메달을 따면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다행히 3위로 대학 진학이 결정됐다”라며 선수 시절을 회상했다.

국가대표를 꿈꿀 정도로 운동에 매진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돕기 위해 진로를 바꿔 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했다. 이후 의상 광고 모델 활동을 계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만 해도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배우 초창기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작은 역할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고 긴 무명 시절도 겪었다. 그러다 2004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 참여하며 배우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강인욱 역을 맡아 세상을 향한 복수심과 뒤틀린 욕망을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같은 해 방영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출연하면서부터는 ‘대세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극 중 차무혁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 남을 정도의 강렬한 캐릭터였다. 그는 상처 입은 거리의 청년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과 태도를 선명하게 표현했다.

극 중 소지섭이 연기한 차무혁은 한국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냈다. 어린 시절 버려진 상처, 사랑받지 못한 결핍, 죽음을 앞둔 절망을 가진 인물이다. 그 안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과 순수함을 지닌 인물이 사랑하는 모습은 거칠고 불완전했다. 그래서 현실적이었고, 그렇기에 차무혁의 감정선에 시청자는 공감했다.

소지섭은 이 복잡한 캐릭터를 특유의 연기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 대신 공허한 눈빛과 복잡한 표정으로 연기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는 방송 당시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미사 폐인’이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이때부터 소지섭은 연기력으로도 인정받는 배우가 됐다. 소지섭은 차무혁을 통해 ‘잘생긴 배우’에서 ‘연기하는 배우’로 이미지를 확장했다. 이후 그가 선택하는 작품마다 대중의 관심이 쏠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소지섭에게 하나의 대표작을 넘어, 배우 인생의 방향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그는 <카인과 아벨> <주군의 태양> <오 마이 비너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정상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멜로와 액션, 코미디를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은 그를 단순한 한류 스타가 아닌 네임드 배우로 견고하게 붙들었다.

독립영화 지원
힙합 앨범 발매

소지섭은 작품 선택에 신중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출연 제안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렸다. 그 결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횟수가 줄었다. 한동안 소지섭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사이 소지섭은 해외 독립 예술 영화 수입에 공을 들였다. 2014년 <필노미나의 기적>을 들여온 것을 시작으로 <미드소마> <유전> <악마와의 토크쇼> 등 독특한 장르에 속하는 독립영화 수십편에 투자해 왔다. 그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극장을 찾는 영화 팬이 늘었을 정도다.

소지섭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걸 업으로 하는 분들이 있으니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난 그저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다”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덧붙여 “‘덕분에 좋은 영화를 봤다’는 평이 좋다”고 말하며 묵묵한 소신을 표현했다.

또 “비용이 많이 든다. 거의 마이너스다. 수입이 있다고 해도 바로 다시 나간다”며 투자보다는 독립영화 지원에 가까운 행보임을 드러냈다.

소지섭은 과묵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힙합 앨범을 9장이나 발매한 힙합퍼이기도 하다. 그는 “이유는 분명하다. 팬 미팅 같은 데서 다른 사람 노래를 부르다 보니, 내 노래였으면 싶었다. 그런데 정작 팬 분들은 내 노래를 좋아하지 않더라”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소지섭은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유튜브하지영’이 공개한 영상에 등장했다.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아빠 역할을 맡은 소감을 묻자 “아빠라는 호칭이 아직도 어색하다”고 대답했다. “딸 역할을 하는 배우가 계속 아빠라고 부르는데, 초반에는 그 말이 낯설었다”며 “반면 아저씨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벌써 21년째 아저씨로 불리고 있다”며 재치 있게 답변했다.

소지섭은 영상에서 오랜 기간 혼자 생활했던 경험 덕분에 기본적인 요리 역시 직접 한다고 밝혔다. 이에 “잘생겼는데 집안일까지 잘한다니 완벽하다” “조은정이 반할 만하다” 등 댓글이 달렸다.

“안경 쓴 중년 건드리지 마”
“‘힘순찐’ 서사 먹혔다”

소지섭은 2020년 아나운서 출신 조은정과 결혼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던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소지섭이 한 사람에게 반하는 모습부터 그와 결혼하기까지 러브스토리를 따로 좋아하는 팬도 생겼다.

소지섭은 2018년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개봉 당시 홍보차 진행된 인터뷰 현장에서 조은정과 만났다. 배우와 리포터로서였다. 조은정은 당시 SBS 예능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었다.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손예진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으면서도 조은정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두 사람은 지인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전해진다. 1년여 연애 기간 이후 2020년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17세 나이 차이를 극복한 것으로도 남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두 사람은 직계 가족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조용히 식을 치렀다고 한다. 대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굿네이버스에 5000만원을 기부하고, 취약계층 아동에게 태블릿 PC와 스마트 기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식을 대신했다고 알리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소지섭은 이달 드라마 배우 브랜드 평판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브랜드 평판 2주 연속 정상에 오른 <김부장> 인기에 힘입어서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14일 발표한 올해 7월 드라마 배우 브랜드평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지섭은 브랜드평판지수 658만 3287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멋진 신세계>로 일약 스타가 된 허남준이 593만4217점으로 2위, <참교육>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 김무열이 556만2319점으로 3위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소지섭 브랜드 연관 키워드로 ‘부성애’ ‘본방 사수’ ‘무법 중년’ 등을 꼽았다. 링크 분석에서는 ‘탄탄하다’ ‘통쾌하다’ ‘묵직하다’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긍정 비율은 93.58%다.

전성기를 두 번씩 맞는 배우는 드물다. 하지만 소지섭은 최근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은 듯한 모습이다. 20대 소지섭이 스타였다면, 지금 그는 브랜드다. 일명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으로까지 우뚝 섰다.

드라마 <김부장>의 흥행은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지닌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로 20%대를 넘어서는 일이 쉽지 않은 시기. <김부장>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소지섭은 한동안 작품 선택에 신중함을 기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광장>에 이어 이번 <김부장>을 선보이며 나이가 무색한 미중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나이가 무색한
믿고 보는 배우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김부장>은 4회 차 분량만을 남겨두고 있다. 드라마와 소지섭 팬들은 돌아오는 금요일을 기다리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남은 회차에는 소지섭이 또 어떤 압도적인 액션 명장면을 연출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시 배우 역할로 돌아온 그가 <김부장> 이후 어떤 작품과 캐릭터로 다시 대중 앞에 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younm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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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