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14일은 포틴데이, 25일은 이오데이

청소년에게 14일 있다면 노인에겐 25일이 있다

오늘은 14일 포틴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7월14일 실버데이다. 그러나 이날은 이름과 달리 노인을 위한 날이 아니다. 연인들이 부모님에게 서로를 소개하며 데이트 비용을 지원받고, 은반지 등 은제품을 선물하는 날이다. 이름은 중의적인 표현의 실버데이인데 정작 주인공은 젊은 연인들이다.

이 아이러니가 필자에게 새로운 생각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2월14일 발렌타인데이와 3월14일 화이트데이 정도만 알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는 성 발렌타인의 축일에서 유래한 역사적 기념일이지만, 화이트데이는 일본에서 발렌타인데이의 답례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한 달 뒤인 3월14일을 선택하면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였다.

다시 말해 14라는 숫자 자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하고 반복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매월 14일마다 청소년과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기념일이 만들어졌다. 다이어리데이(1월), 블랙데이(4월), 로즈데이(5월), 키스데이(6월), 실버데이(7월), 그린데이(8월), 포토데이(9월), 와인데이(10월), 오렌지데이(11월), 허그데이(12월)까지 이름도 다양하다.

결국 문화를 만든 것은 날짜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사실 기업의 마케팅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점이다. 포틴데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청소년 문화의 상징이다. 친구를 만나고, 연인을 만나고, 함께 추억을 만드는 날이 매달 한번씩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문화다.

포틴데이가 유행하던 1990년대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가 중심이었다. 학교와 대학가에는 활기가 넘쳤고 거리마다 젊은이들의 문화가 피어났다. 그래서 매월 14일은 친구를 만나고 연인을 만나고 추억을 만드는 축제의 날이 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초콜릿을 주고받고, 어떤 날은 장미를 선물하고, 어떤 날은 영화를 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특별한 의미가 없어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화였다.

사람들은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지금도 포틴데이의 원조격인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문화는 누군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반복해서 즐길 때 비로소 생활 속에 뿌리내린다.

대한민국은 이제 노인 인구가 천만명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가장 큰 세대는 청소년이 아니라 노인 세대다. 정치도 경제도 복지도 모두 초고령사회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노인을 위한 문화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 정책은 많아졌지만 문화는 여전히 부족하다. 병원과 경로당은 있지만 축제는 드물고, 연금은 있으나 함께 즐길 문화는 부족하다. 숫자는 늘었지만 문화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제 노인을 위한 새로운 문화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에게 매월 14일의 ‘포틴데이’가 있다면, 노인들에게도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날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매월 25일을 노인문화의 날, 즉 ‘이오데이(25 Day)’​로 정하면 어떨까?

이오데이는 누군가 노인을 위해 마련해 주는 복지성 행사가 아니라, 노인 스스로 기획하고 즐기며 참여하는 문화운동이어야 한다. 포틴데이가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듯이 이오데이 역시 노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삶의 즐거움과 경험을 나누는 날이 돼야 한다.

노인을 위한 날이 아니라, 노인이 만들어 가는 문화의 날이어야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왜 하필 25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어르신들이 노령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매월 25일(공휴일이면 그 전날)에 받는다. 한 달 가운데 가장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이 바로 25일이다. 문화도 현실과 연결될 때 오래 지속된다. 지갑이 조금 열릴 수 있는 날 친구를 만나고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고 시장을 찾고 여행을 떠난다면 삶의 활력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복지는 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와 문화가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오데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다양한 정책과 축제를 연계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매월 25일 문화공연과 건강 체험, 평생교육, 관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기업들은 사회 공헌과 후원을 통해 할인 행사와 문화 이벤트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오데이 기념 지역상품권을 지급하거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노인들의 문화활동과 소비는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운동은 정부가 만드는 정책보다 민간이 먼저 만드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노인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노인복지관,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조직과 수많은 회원을 갖춘 만큼 복지와 권익 보호를 넘어 노인문화를 만들어가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매월 25일은 이오데이’라는 전국적인 문화 캠페인이 시작된다면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전통시장, 문화시설은 물론 지역 상권과 기업들까지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이오데이는 다음과 같다.

1월25일은 건강데이다. 새해 첫 달인 만큼 건강검진을 받고 함께 걷기 운동을 하며 새로운 건강 목표를 세우는 날이다.

2월25일은 친구데이다.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함께 식사하며 우정을 이어가는 날이다.

3월25일은 배움데이다. 스마트폰 교육, AI 교육, 문화강좌, 악기와 외국어 등 새로운 것을 배우며 평생 학습을 실천하는 날이다.

4월25일은 꽃길데이다. 봄꽃을 찾아 가까운 공원과 수목원,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는 날이다.

5월25일은 가족데이다. 자녀를 기다리는 날이 아니라 먼저 가족을 초대하거나 손주와 함께 외식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날이다.

6월25일은 봉사데이다. 지역사회에서 작은 봉사를 실천하며 자신도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는 날이다.

7월25일은 여행데이다. 가까운 바다와 계곡, 박물관과 전통시장, 지역 명소를 찾아 하루 소풍을 떠나는 날이다.

8월25일은 시원데이다. 무더위를 피해 영화관과 공연장, 복지관 등을 찾아 문화생활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날이다.

9월25일은 추억데이다.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옛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날이다.

10월25일은 축제데이다. 단풍길을 걷고 지역축제를 찾아 함께 웃고 즐기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날이다.

11월25일은 감사데이다. 고마운 사람에게 손편지나 문자 한 통을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12월25일은 희망데이다.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는 날이다.

물론 이 이름들이 정답은 아니다. 더 좋은 이름이 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노인들도 매달 기다리는 날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번 달 25일에는 무엇을 할까”를 이야기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매월 14일을 기다렸듯이 노인들도 매월 25일을 기다릴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된다. 문화는 거창한 시설이나 예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다리는 날 하나에서 시작된다.

노인문화를 이야기하면 아직도 일부에서는 효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효는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전통이며 앞으로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오데이는 효도를 받기 위한 날이 아니다. 노인이 스스로 만나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소비하고, 스스로 즐기며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날이다.

포틴데이가 부모를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문화였듯이 이오데이 역시 자녀를 위한 날이 아니라 노인 스스로 만들어 가는 문화가 돼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흔히 부담으로만 이야기된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바꾸면 새로운 문화시장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공연과 관광, 외식과 평생 교육, 스포츠와 문화예술은 노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이오데이가 정착된다면 지역 상권은 새로운 소비층을 만나고 문화예술은 새로운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삶이 훨씬 더 활기차고 풍성해질 것이다. 복지의 다음 단계는 문화이며, 문화의 시작은 사람들이 함께 기다리는 날을 만드는 데 있다.

필자는 오늘 7윌14일이 실버데이라는 데서 이오데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제는 실버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인이 스스로 만나고, 배우고, 여행하고, 소비하며 문화를 만들어 가는 날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 오늘의 실버데이가 그 발상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포틴데이가 청소년 문화를 만들었다면, 이제 이오데이는 대한민국 노인 문화를 만들어 갈 차례다. 매월 25일이 전국의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이 되고, 지역사회와 기업, 문화예술계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날이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념일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 노인문화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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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