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해약’ 사전 차단? 건축물 분양법 개정 논란

빠져나오기 어려운 함정 계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정부가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분양계약의 해약 요건을 손질하고 나섰다. 명분은 ‘묻지마 계약 해지’와 기획 소송 차단이다. 그러나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분양 사업자의 위법행위가 확인돼도 계약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기준 명확화’가 실제로는 수분양자 해약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최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재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분양 사업자가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을 때 수분양자가 분양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요건을 구체화하는 데 있다.

대법원 인정
국토부 변경

현행 제도에서는 분양 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을 위반해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이를 근거로 계약 해약을 요구할 수 있다. 분양 계약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해약 사유로 포함돼있는 경우가 많다. 국토부는 현행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의 사유가 분양계약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계약 해약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법령 적용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오기나 기재 누락처럼 계약 목적 달성과 무관한 행정상 하자까지 해약 사유로 인정될 경우, 분양시장에 불필요한 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분양 사업자가 행정처분을 받았더라도 그 사유가 정상적인 분양 목적 달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해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비됐다.

시정명령의 경우 분양 광고 내용이 수리된 분양 신고 내용과 다른 경우 등으로 해약 사유를 제한하고, 과태료 처분도 중대한 하자나 실제 시공 건축물과 계약 내용의 현저한 차이,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한 입주 지연, 이중 분양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시행업계는 이 같은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비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일부 수분양자와 법률대리인이 경미한 행정상 흠결을 문제 삼아 계약 해지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업계에서는 분양 광고상의 단순 누락이나 오기 등을 근거로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뒤 이를 계약 해약 소송의 근거로 삼는 이른바 ‘기획 소송’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분양 계약 해지가 대규모로 이어질 경우 시행사의 자금난은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공급 위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수분양자들은 이번 개정안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 이들은 행정청의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은 분양 사업자의 법 위반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의미인데, 이를 이유로 한 계약 해약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결국 피해는 수분양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허위·과장 광고, 중요 사항 미고지, 분양 절차 위반, 대출 가능성에 대한 오인, 수익 보장식 설명 등은 계약 체결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도, 개정안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쟁점은 계약을 쉽게 깰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분양 사업자의 위법행위가 있었을 때 수분양자가 계약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정부는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보완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사업자가 법을 위반해도 건물만 정상적으로 지어지면 계약을 유지하라는 것이냐”고 반발한다. ‘묻지마 해약’을 막겠다는 제도 개편이 ‘위법 분양’ 피해자의 해약권까지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해약 요건 손질
“사업자 위법 행위 확인돼도…” 반발

건축물분양법은 애초에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아파트가 아닌 상가,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 분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와 달리, 비아파트 분양시장은 오랜 기간 상대적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업자가 토지 확보나 사업 안정성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에 나서거나, 장래 수익과 개발 가능성을 앞세워 계약을 유도해도 이를 사전에 통제할 장치가 부족했다.

건축물분양법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로 거론되는 사건은 2003년 발생한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 사건이다. 당시 서울 동대문 일대 초대형 쇼핑몰 개발을 내세운 분양 사업자가 수천명의 투자자와 상인들로부터 막대한 분양대금을 끌어모은 뒤 사업이 좌초되면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3000명을 넘었고, 피해액은 37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금이나 전 재산을 넣은 이들까지 피해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당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기 분양 사건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상가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건축물 분양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당시에는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분양이 이뤄지고, 사업자가 실제 사업 추진 능력을 갖췄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분양 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

허위·과장 광고나 불완전한 사업 설명이 있더라도 수분양자가 사전에 이를 걸러내기 어려웠고,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된 뒤에야 피해가 드러나는 구조였다.

이후 정부는 건축물 분양에 관한 별도 법률을 마련했다. 건축물분양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분양할 때 착공 신고, 신탁계약 또는 분양보증, 분양 신고, 분양 광고, 분양 계약서 기재 사항 등을 규율하도록 했다.

핵심은 사업자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선분양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일을 막고, 수분양자가 계약 전에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굿모닝시티 사태처럼 사업 구조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다수의 계약자가 피해를 보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이 법이 분양 계약서에 일정한 해약 관련 조항을 포함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물분양법령은 분양 사업자가 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거나, 벌금형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분양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해왔다.

좁아진
탈출구

이는 분양 사업자가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수분양자에게 계약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특히 비아파트 분양은 일반 주택 매매와 성격이 다르다. 수분양자는 완성된 물건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장래 완공될 건축물과 분양 사업자의 설명, 광고, 사업계획을 믿고 계약한다.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이나 전매 가능성이 강조되고,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업 운영이나 주거 가능성, 지식산업센터는 세제 혜택과 입주 업종, 대출 조건 등이 계약 판단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계약 당시 제공되는 정보의 비중이 큰 만큼, 분양 사업자의 법 위반은 행정상 흠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분양 계약서에 포함된 해약 조항은 이런 정보 비대칭을 일부 보완하는 기능을 해왔다.

수분양자가 계약 전 모든 법률적·사업적 위험을 스스로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어도 분양 사업자가 법 위반으로 공적 제재를 받았다면 계약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건축물분양법의 해약 조항은 처음부터 두 가지 성격을 함께 안고 있었다. 하나는 분양 사업자의 위법행위로부터 수분양자를 보호하는 장치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위법행위의 범위와 무게를 어디까지 계약 해약 사유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그동안 법원은 이 지점을 두고 사안별로 판단해 왔고, 상당수 하급심은 그동안 시정명령이 있더라도 위반 사항이 계약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를 따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 해약 조항을 둘러싼 해석에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법이 정한 조항이 계약서에 명확히 들어가 있다면, 그 문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핵심이라는 판단이었다.

사안은 대구의 한 오피스텔 분양 계약에서 시작됐다. 수분양자는 기존 계약자의 지위를 승계해 오피스텔 분양권을 취득했다.

분양 계약서에는 분양 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분양 사업자는 분양 광고 안에 일부 내용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구제 수단
보장은?

누락된 내용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교육 환경 보호구역 설정 여부 등으로 알려졌다. 수분양자는 이 시정명령이 계약서상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어 이미 납부한 계약금 반환 등을 청구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는 만큼, 실제로 시정명령이 내려진 이상 해제권이 발생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은 계약서에 해제 조항이 있더라도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봤다.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수분양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어야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단순한 기재 누락이나 경미한 행정상 위반까지 모두 계약 해제 사유로 본다면, 다른 해제 조항과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하급심의 판단은 당시까지 낯선 결론은 아니었다. 법원은 종종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분양계약 해제를 인정하기보다, 그 처분 사유가 실제 계약 체결 여부나 계약 목적 달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봤다.

분양 사업자들도 이 같은 해석을 근거로 “법 위반이 있었더라도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만 해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약정 해제 사유가 계약서라는 처분 문서에 명확하게 적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문제의 조항은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분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표현돼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 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 사항이 계약 체결 의사 및 계약 목적 달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해제권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언을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면, 법원이 나중에 ‘그 시정명령은 경미하니 해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조건을 덧붙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허위·과장 영업 피해자도 문턱 높아져
해약 요건 강화 시행령에 수분양자 발끈

이 판단은 하급심의 접근과 뚜렷하게 갈렸다. 하급심이 본 것은 ‘위반의 중대성’이었다. 시정명령의 내용이 수분양자의 계약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줬는지,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는지를 따졌다.

반면 대법원이 본 것은 ‘계약서 문구’였다. 당사자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의 문언이 명확하다면, 그 문언대로 권리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이 판결이 분양업계에 준 충격은 작지 않았다. 그동안 사업자들은 경미한 행정상 하자나 단순 누락으로 인한 시정명령은 계약 해제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방어해 왔다. 실제 일부 하급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문언 해석 원칙을 앞세워 수분양자의 해제권을 인정하면서, 시정명령의 경중을 이유로 해제권을 제한해 온 기존 방어 논리는 힘을 잃게 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판결 이후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정부와 업계는 대법원 판단으로 단순 오기나 기재 누락까지 계약 해약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수분양자들은 이를 ‘악용 방지’라는 이름으로 대법원이 인정한 해약권을 다시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분양 계약이 체결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말한다. 분양 사업자나 분양 대행사는 수익률, 대출 가능성, 전매 가능성, 용도 제한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만, 정작 계약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은 충분히 고지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원주의 한 지식산업센터에서는 기숙사와 라이브 오피스 등을 분양받은 수분양자 80여명이 시행사를 상대로 200억원대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시행사가 세제 혜택과 임대수익을 강조하며 계약을 유도했지만, 실제로는 입주 가능 업종이나 기숙사 사용 제한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식산업센터 기숙사는 원칙적으로 입주 기업 직원 등이 사용하는 시설인데, 자유로운 임대와 거래가 가능한 일반 오피스텔처럼 홍보됐다는 것이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측이 사업자 등록이나 업종 코드까지 안내하면서 사실상 이용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행사 측은 법에 어긋남 없이 사업을 진행했고, 소송이 제기된 근본 원인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묻지마 해약’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물론 경미한 오기나 단순 누락까지 모두 계약 해약 사유로 삼을 경우 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분양 계약 해지가 대규모로 이어지면 시행사의 자금난, 금융권 PF 부실, 다른 수분양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수분양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분명하다. 분양 사업자가 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 허위·과장 설명과 중요사항 미고지가 있었다면 수분양자가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는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해약을 막기 위한 기준 정비는 필요하다. 경미한 행정상 하자를 악용한 기획 소송을 막으면서도, 실제 위법·부당한 분양 영업으로 계약한 수분양자의 구제수단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본질이다.

문제 삼는
분명한 지점

속초의 한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 A씨는 “구경 간 모델하우스에서 장시간 설득과 계약금 대여 제안 끝에 계약에 이르렀고, 계약금 1000만원 중 800만원은 그 자리에서 대출을 통해 이체됐다”며 “이후 약속됐던 잔금대출은 보장한 만큼 나오지 않았고, 분양사는 잔금 지급명령과 급여 가압류, 경매 처분을 압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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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