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장윤기 사건 수사가 남긴 교훈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6.07.13 10:25:06
  • 호수 1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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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여고생의 목숨을 앗아간 장윤기의 범행 자체도 문제지만, 사건 수사 과정의 문제와 쟁점들이 적지 않은 문제점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상 동기 범죄자들이 ‘묻지 마’식의 무작위 폭력을 어린이, 노인, 여성 등 상대적 약자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어서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런 이상 동기 범죄는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고 예측조차 할 수 없기에 그 예방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더욱 두려운 것이다. 연인 폭력이나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같은 친밀한 관계의 범죄처럼 약자를 향한 폭력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음에도 경찰을 비롯한 사법 당국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만약 장윤기에 대한 경찰의 긴급 명령이나 조치가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일 수 있었다면 무고한 여고생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의 모든 전통적인 폭력의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범죄다. 따라서 그 예방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 함께 있지 못하도록 예방하면 된다.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제공해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피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전자 발찌를 채워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다면 어떤 폭력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중심으로,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지향하는 사법제도로 사법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하는 이유다.

사건 자체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그리고 심각한 사회 문제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몇 가지 더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첫째는 사건만 터지면 지적되곤 하는 초동수사의 미흡은 이번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증거의 채집과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래서 검찰의 보완수사에서 밝혀진 새로운 증거나 사실들도 적지 않았다.

두 번째는 비단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심심치 않게 들렸던 경찰과 피의자의 유착이다. 강남서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고, 이번 장윤기 사건에서도 동료 경찰인 범인의 아버지에게 수사 자료와 정보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곧 경찰 비위나 일탈에 대한 감시 감독의 문제다. 지금처럼 청문 감사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내부 감찰제도에 대한 문제의 제기다. 과연 이대로 좋은가, 아니면 외부 감찰의 제도화가 좋을지 논의가 필요함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는 위 두 가지 쟁점과 관련된 것으로, 형법상 가족의 증거를 인멸하는 등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친족 간 특례’가 이대로 존치될 것인가의 문제다. 물론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정은 있다고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촘촘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장윤기 수사가 남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건의 진실이 왜곡되거나 묻히거나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때 구제 방법의 문제다. 만약 경찰 수사에서 사건의 시작과 끝이 모두 이뤄진다면, 이번 사건은 그냥 단순한 ‘이상 동기’ 묻지 마 범죄의 하나로 마무리됐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실의 발견과 사법 정의의 실현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은 작동되고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로 묻히거나 왜곡되거나 변질될 뻔한 사건의 실체가 하나하나 새롭게 드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현재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도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는 기소와 수사의 완전 분리의 문제와 직결된다. 경찰에게 모든 수사권이 주어지며 검찰은 기소 기능만 하게 되고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렇게 왜곡되거나 변질된 사건의 실체는 어떻게 구제돼야 하는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검찰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 요구권의 논란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건 보완수사 요구권이건, 아니면 이에 버금가는 그래서 억울한 피해자도 없고 사건의 실체나 진실이 왜곡되고 변질되지 않고 사법 정의가 언제나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구제 방법이 반드시 논의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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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