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무이탈’ 의혹, 안규백 장관에 바란다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자리 가운데 하나다. 전쟁 억제와 국가 안보는 물론, 수십만 장병의 생명과 군 조직의 명예를 책임지는 자리다. 이 같은 이유로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단순한 정책 능력만이 아니다.

군에 대한 이해, 공적 윤리,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도덕성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장 선상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이른바 ‘군무이탈’ 의혹은 단순한 과거사 논란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문제다. 법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군의 최고 책임자가 된 인물에게 국민이 품게 되는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모든 사실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당사자는 의혹을 부인하거나 해명했던 바 있고, 정치권 역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혹만으로 유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형사재판 수준의 유죄 입증이 아니다.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앞에 충분히 설명했는지, 그리고 그 설명이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수준인지가 더 중요하다.

국방부 장관은 일반 고위 공직자와는 달리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군의 규율을 지켜야 하는 최고 책임자다. 장병들에게는 명령과 규율 준수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의 과거 의혹에는 모호한 설명으로 일관한다면 군 조직은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이겠는가.

군에서 가장 엄격하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근무기강이다. 무단이탈이나 명령 불복종은 군 조직의 존립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된다. 전투 상황에서는 단 한 사람의 일탈이 전체 부대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군무이탈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실제 법률상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와는 별개로, 군 최고 지휘부를 이끄는 인물이 이 같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 자체가 군 장병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줄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적 공방으로만 흘러간다는 점이다. 여당은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자질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 사실관계를 알고 싶어한다. 정치는 서로를 공격하는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국방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영역이어서는 곤란하다. 안보는 어느 정권의 것도 아니며, 군은 특정 정당의 조직도 아니다. 국방부 장관은 정권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군을 대표하는 자리다. 따라서 국민은 장관에게 정치인의 언어보다 군인의 책임감을 기대한다.

안 장관은 오랫동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군 정책을 다뤄 온 정치인이다. 이런 경력은 분명 장점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관련 상임위에서 오래 활동했다고 해서 곧바로 군 최고 책임자로서의 신뢰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국방부 장관에게 전문성보다 먼저 공정성을 본다. 자신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장병들에게는 엄격한 규율을 요구하는 모습이 비친다면 장관의 리더십은 출범 순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수많은 국민의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남성 다수는 청춘의 상당 기간을 군 복무에 바친다. 훈련소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혹한과 혹서 속에서 경계근무를 서며, 개인의 삶을 잠시 멈춘 채 국가의 부름에 응한다. 그들에게 군 복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였다.

그런 국민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군 복무를 둘러싼 논란을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정치적 호불호가 아니다. ‘왜 누구에게는 엄격하고 누구에게는 관대한가’라는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가장 민감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병역 문제는 특히 그렇다. 병역 비리나 복무 특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방부 장관은 그 누구보다 병역의 신성함을 강조해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자신의 병역과 관련한 의혹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의 검증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논란에 대하는 당사자의 설명 방식이다. 공직자는 의혹이 제기되면 최소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자료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나 정치적 공세라는 반박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15일, 인사청문회 당시 ‘예비역 소장’ 출신인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의 “당시 방위병 복무기간은 14개월이었는데 왜 더 복무했는지 세부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안 장관은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 며칠 더 근무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아 잔여 임기를 복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병적 기록상에는 실제와 다르게 돼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병무 행정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며 피해자 되레 코스프레를 했다. 사실과 다르게 기재돼있다는 점을 알았더라면 공식적인 ‘병적 기록 정정 절차’를 통해 바로잡았어야 했다. 

국민의힘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관련 자료(병적 기록부)를 즉시 공개하면 된다”고 압박했지만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도 “1년 전에 제기됐던 인사청문회 속기록 자료를 보면 충분히 소명이 됐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지난 9일, 전반기 국방위원장이었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 장관의 방위병 복무 시절 탈영설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데,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병적 기록부는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있어 보여줄 수 없으니 그냥 나를 믿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썼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거나 왜곡 또는 변질될 수 있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 병적 기록만이 진실을 담고 있으며 논란과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이해시키거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은 복잡한 법률 논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관련 기록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통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설명이 충분하다면 의혹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반대로 설명이 부족하면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

국방부 장관의 명예는 군은 물론,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한다. 안 장관 개인의 정치적 운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국민은 장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군이라는 조직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편 가르기가 아니다. 야당은 근거 있는 문제 제기를 하되 과도한 정치적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하고, 여당 역시 무조건적인 방어보다 국민 눈높이에서 의혹 해소에 협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관 본인의 태도다. 국민은 완벽한 사람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최고 공직자라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설명하고 검증받기를 원한다.

국방부 장관은 장병들에게 “규율을 지켜라”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다. 그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장관 자신의 삶 역시 국민 앞에서 떳떳해야 한다.

특히나 군은 신뢰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명령이 통하는 이유도 계급장 때문만이 아니라 그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는 무기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 장병들의 자부심, 그리고 군 수뇌부에 대한 도덕적 권위가 함께할 때 비로소 튼튼한 안보가 완성된다.

그래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거의 군무이탈 의혹 그 자체가 아닌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에 걸맞은 책임 있는 설명과 국민적 신뢰를 끝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신뢰를 잃은 국방은 강할 수 없으며, 과연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국방부 장관에게 강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까?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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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가 인테리어 시공업자와 벌인 재판에서 공사비 지급 판결을 받았다. 앞서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며 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1966만원에 그쳤다. 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시공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 대금은 2억6180만원으로 결정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4년 전 유귀선 바이포엠스튜디오 대표는 유명 보디빌더 황모씨와 버터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소송전을 벌였다. 폭우로 인해 천장이 무너지고 공사에 차질이 생기자 유 대표는 버터짐 영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황씨를 압박했다. 또 추가 공사비가 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담겼다. ‘버터짐’ 어떤 관계? 당시 황씨는 대외적으로 버터짐 대표 역할을 맡았고, 유 대표는 뒤에서 법률·언론 대응과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대표는 황씨에게 “대표님께선 일단 실무와 운영에서 매출 극대화 쪽으로만 고생해 달라”고 말했다. 공사 책임자인 김모씨와의 추가 공사비로 인한 분쟁 대응은 자신이 맡을 테니 황씨는 운영에만 집중하라는 취지였다. 앞서 유 대표는 황씨에게 언론계 인맥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그는 “전 모 언론사 국장 등 여러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며 “언론과 채널을 통해 다룬다고 (시공업자에게) 고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사 문제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논의하던 시점이었다. 황씨를 통해 시공업자를 압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7민사부는 지난달 9일 인테리어 시공업자 김모씨가 디앤비아이앤씨를 상대로 낸 공사 대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618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인 김씨도 디앤비아이앤씨에 에어컨 하자보수비 1966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형식상 양측 일부 승소지만 인정된 금액과 소송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사실상 패소한 셈이다. 재판부는 본소와 반소를 합한 소송비용 가운데 75%를 디앤비아이앤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양측의 금전 지급 명령에는 가집행도 허용됐다. 분쟁의 출발점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남아파트 지하 1층에 조성된 ‘버터짐 역삼점’이었다. 김씨는 2022년 4월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와 12억43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및 냉난방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13억7179만원 상당의 소방·제연 및 추가 공사를, 9월에는 3억8500만원 상당의 누수 피해 복구공사를 각각 계약했다.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 2억6180만원 지급 판결 미완공·하자 주장했지만 법원 “주요 공정 완료” 세 차례 계약 금액은 약 30억원이었다. 회사가 김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27억7924만원이었다. 공사가 장기화하자 양측은 2023년 2월6일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씨가 남은 공사를 마무리하면 회사가 공사 대금 7억원을 지급하되 선금과 잔금을 각각 3억5000만원씩 주기로 했다. 회사는 이튿날 선금 가운데 3억원만 지급했다. 남은 선금 5000만원과 잔금 3억5000만원 등 총 4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양측의 갈등은 이 지점에서 본격화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 완료 기한인 2023년 3월7일이 지나도록 시공이 끝나지 않았다며 같은 해 6월9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다른 시공업체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헬스장 이름도 ‘바이젝 월드 피트니스’로 바꿨다. 디앤비아이앤씨는 지난 3월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첫머리에 ‘변경 전 상호 바이포엠에이치앤비’라고 명시했다. 회사는 김씨가 공사의 핵심인 소방·제연 공사를 비롯한 여러 공정을 마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고, 완성된 부분에도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기한을 넘겨 손해를 입혔고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도 회피했다는 것이었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2년 8월 버터짐 현장에는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누수 피해 공사계약은 같은 해 9월 체결됐지만, 황 대표와 김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누수 직후부터 영업과 촬영 일정을 둘러싼 대응이 논의됐다. 황 대표는 2022년 8월8일 상대방에게 “공사도 네가 해야 돼”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현장 상황이 담긴 자료를 전달받은 뒤 “일단 촬영만이라도 가능하게 복구해 봐. 영화 촬영까지 끝나면 폐업하든 손배를 때리든 하게”라고 강조했다. 언론 인맥 앞세워 압박 현장의 완전한 정상화보다 예정된 촬영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폐업이나 손해배상 문제를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다. 황씨가 헬스장 운영과 촬영, 현장 복구에 관한 지시를 실무진에게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던 정황이다. 다른 대화에서는 상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나타난다. 황씨 측은 “인테리어 문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느냐”며 외부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걱정하자 유 대표는 계정은 “대표님은 실수하신 부분이 없다고 들었다”며 “따로 이야기하실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소장님이 제 연락을 피하는 것 같다”며 자신에게 연락하도록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황씨를 전면에 세우기보다 공사 책임자와 직접 접촉하려 한 것이다. 대외적 대표는 황씨였지만 실질적인 분쟁 대응과 주요 판단은 유 대표가 주도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누수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보고도 오갔다. 한 참여자는 “전기회로까지 손상됐고 위층 누수시설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장을 폐업해야 할 상황”이라고 적었다. 건물주에게 폐업을 통보하고 기구 견적, 인테리어, 직원,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 등 모든 손해를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버터짐에서는 영화 메인 촬영과 격투 프로그램 촬영이 예정돼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수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일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황씨 측 설명이다. 유 대표는 “올해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갔느냐”고 물었다. 현장 사진도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화 참여자들은 건물주에게 누수 보강, 피해보상, 정상 영업 시점부터의 임대료 면제를 협상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유 대표가 버터짐의 누수 피해와 영업 중단 수준, 향후 손해배상 대응을 공유받고 있었던 셈이다.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4월부터 6월까지 김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김씨 측은 같은 해 4월19일 “나머지 공사 일정 스케줄 조정 중”이라고 답했다. 5월23일에는 회사의 요청 사항에 대해 “작업 실시” “발주 상태” “소방은 지속적으로 작업 중”이라는 취지로 회신했다. 계약 해지일인 6월9일에도 냉·난방기와 덕트 등 잔여 공정의 일정을 회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를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해석은 달랐다. 법원은 일부 마감공사가 남아 있었더라도 공사의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당초 예정된 최종 공정도 일단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 사회 통념상 공사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30억 공사 미지급 4억 회사가 미완공의 증거로 제출한 공사 독촉과 보완 요구는 오히려 공사 기한을 사실상 연장한 정황으로 읽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합의서상 기한인 3월7일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 요청했고 시공 내용을 지속해서 확인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요구한 점에 주목했다. 회사가 공사 기한을 유예해 놓고 뒤늦게 기한 도과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디앤비아이앤씨는 회사가 공사 완료 확인서에 날인하지 않았으므로 공사 대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도 배척했다. 도급인이 확인서를 써줘야만 공사 대금 채권이 발생한다고 보면 시공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해석이 된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이상,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 시점에 공사 대금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봤다. 법원은 미설치된 골프연습장 기기와 스크린 비용 1억3820만원은 공사 대금에서 제외했다. 김씨가 청구한 4억원 가운데 이를 뺀 2억6180만원을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확정했다. 소방·제연 설비는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소방 점검 지적 사항도 보완된 것으로 인정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김씨를 상대로 지체상금과 하자보수비 등 총 6억1992만원을 청구했다. 지체상금만 약 4억3417만원, 하자보수비는 약 1억8575만원이었다. 재판부는 지체상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계약서에 적힌 ‘일 1000분의 3’이라는 문구는 손해배상책임의 한도를 정한 것일 뿐 통상적인 지체상금 약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자보수비도 에어컨 관련 비용 1966만원만 인정했다. “운영·매출만 신경 써” 카톡 유귀선 지휘 정황 회사가 주장한 나머지 공사는 기존 시공의 하자를 고친 것인지, 헬스장 상호와 내부 인테리어를 변경하면서 새로 지출한 비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사가 반소로 요구한 금액 가운데 약 3.2%만 인정된 셈이다. 버터짐 관련 카카오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유 대표가 언론계 인맥을 거론한 부분이다. 문맥상 유 대표 자신이 언론계와 가까운 관계에 있어 문제의 확산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사 분쟁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 간부와의 친분을 언급한 것 자체가 상대방에겐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대목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는 디앤비아이앤씨 대표 유모씨다. 유귀선 대표와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판결문과 피고 측 준비서면에 ‘바이포엠’이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3월20일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했다. 불과 15일 뒤인 같은 해 4월4일에는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이름을 바꿨다. 2022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는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종속회사 목록에 ‘BY4M H&B Co., LTD’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터짐 공사계약이 체결된 2022년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가 바이포엠스튜디오 산하 법인으로 분류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유 대표가 버터짐과 무관한 외부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유 대표 이름의 계정은 황씨에게 운영과 매출에 집중하라고 지시했고, 누수와 영업 중단 수준을 보고받았으며 공사 책임자와의 접촉 및 소송 대응도 챙겼다. 유 대표가 이끄는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과거에도 거래 신뢰와 검증 능력을 둘러싼 논란을 겪었다. 2023년에는 배우 심은하의 복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가 당사자 측의 전면 부인으로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이후 제3자가 심은하 측 대리인을 사칭해 바이포엠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해당 인물의 사기와 문서위조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홍보 때 복구” 강력한 지시 바이포엠 역시 사기 피해자였지만, 실제 배우나 적법한 대리인에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복귀를 공식화한 검증 부실 문제는 남았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계약과 지출을 누가 검토하고, 계열사의 수십억원대 공사비를 누가 관리했는지를 묻는 질문은 반복된다. 회사 이름은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간판은 두 번 바뀌었지만 2022년 시작된 공사 대금 책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유 대표는 공사비 지급 판결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