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6·3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뉴페이스부터 거물급 인사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후보들은 고배를 마셨다. 한때 선거 운동복을 입고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던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낙선자들의 근황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연임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 9기 시정 재정비를 마쳤다.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속도감 있는 시정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과 겨루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전 서울시장 후보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패배 책임론과 ‘칸쿤 출장’ 의혹 감사가 맞물리면서 아직도 출마 후폭풍을 겪는 모양새다.
자숙의 시간
지난달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 산하 감사청구심의위원회는 제3차 감사청구심의회에서 ‘주민감사 청구의 건-성동구청장의 2023년 공무 국외 출장’건을 심의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정 전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직 시절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구역 내 굿당인 ‘아기씨당’을 새로 짓도록 조합에 기부채납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조합이 수십억원의 비용을 부담했다는 이른바 ‘아기씨당 기부채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공익 감사 촉구 건의안도 의결했다.
주요 쟁점은 칸쿤 출장 의혹이다. 지난 3월 지방선거를 약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정 전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구청 여직원과 멕시코 칸쿤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출장 서류에는 성별을 ‘남성’으로 기재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김 의원은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자 성동구청은 성별 항목을 가려서 제출했다”며 “여성 직원과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던 게 아니라면, 또는 공문서를 허위 조작한 게 아니라면 굳이 성별을 가리고 줄 이유가 뭔가”라고 직격했다.
이에 정 전 후보 측은 성별 오기에 대해 “구청 측의 단순 실수였으며, 자료 제출 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별 등을 가리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낙선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시가 감사에 착수하면 성동구는 출장 심사 의결서 원본과 출장비 집행 내역서 등 출장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시민위원회가 직접 구청을 방문해 관계자를 불러 대면조사할 수 있지만, 감사 당사자인 정 전 후보와 해당 공무원은 모두 퇴직한 상태로 현재로서는 징계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실상 이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청장직 버리고 본전도 못 찾았다
갈 곳 없는 정, 전대 출마 가능성은?
지방선거를 통해 이름을 알린 만큼 그가 8·17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나왔다가 당원들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오세훈에게 져놓고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는 반발이 예상된다”며 “어떤 직책이든 바로 복귀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지금은 자중의 시간을 갖는 게 본인은 물론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북구갑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하정우 전 후보의 거취도 주목된다. 하 전 후보는 해양 경제부시장(현 미래혁신부시장),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 차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여러 하마평에 올랐지만 “이재명정부의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공식 석상에 서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배적이다.
지난달 30일 전재수 신임 부산시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하 전 후보의 자리로 거론됐던 미래혁신부시장에는 오석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고문이 내정됐다. 대신 같은 날 그는 북구갑 지역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낙마 이후 하 전 후보는 “부산에서 계속해 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만큼 부산에 머물면서 2년 뒤 총선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힘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하 전 후보는 초청 강의를 진행하며 ‘AI 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조지훈 전주시장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피지컬AI 특별도시’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 데 이어 26일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에서 ‘강릉 AX’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1일 부산에서는 ‘부산 AX: AI시대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부산의 다음 10년, AI가 해양 수도 부산의 산업과 도시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리고 적용 가능한 방향과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선거 끝나도 흐르는 정치의 시간
“슬퍼할 시간 없다” 몸값 높이기
대구에서 ‘졋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보여준 김부겸 전 대구시장 후보의 근황도 주목된다. 낙선 이후 “대구가 나아갈 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차분히 고민해 나가겠다”며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지만 ‘진보 진영 차기 리더’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 추후 역할론에 이목이 쏠린다.
<시사IN>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진보 리더’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부겸 14% ▲김민석 11% ▲강훈식 10% 등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후보는 50~70대에게서 높은 지지를 얻었으며 특히 60대 남성 응답자 28%가 그를 차기 진보 리더로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에서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URL 웹조사 방식으로 시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은 10.7%(조사 요청 2만 명, 조사 참여 2756명, 응답완료 2000명)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김 전 후보는 지방선거 유세 기간 동안 만일 자신이 낙선하더라도 대구시민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전 후보의 “대구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겠다”는 메시지를 차기 총선 출마 등 복귀 신호탄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58만명의 유권자가 김 전 후보를 지지했다. 갑자기 대구를 떠나면 그분들이 얼마나 허탈해하시겠나. 그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며 “다른 지역도 왔다 갔다 하겠지만 (김 전 후보는) ‘나는 계속 대구를 지키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개척자
이어 “김 전 후보가 대구를 흔들어 놨으니, 민주당 후배들이 잘 이어받아서 남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60대 이상 유권자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정치는 생물이지 않은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청년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다”며 “정당 대결이 아닌 인물로 승부를 본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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