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한 달’ 낙선자 근황 보니…

눈물 머금고 돌파구 두리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6·3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뉴페이스부터 거물급 인사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후보들은 고배를 마셨다. 한때 선거 운동복을 입고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던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낙선자들의 근황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연임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 9기 시정 재정비를 마쳤다.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속도감 있는 시정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과 겨루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전 서울시장 후보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패배 책임론과 ‘칸쿤 출장’ 의혹 감사가 맞물리면서 아직도 출마 후폭풍을 겪는 모양새다.

자숙의 시간

지난달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 산하 감사청구심의위원회는 제3차 감사청구심의회에서 ‘주민감사 청구의 건-성동구청장의 2023년 공무 국외 출장’건을 심의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정 전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직 시절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구역 내 굿당인 ‘아기씨당’을 새로 짓도록 조합에 기부채납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조합이 수십억원의 비용을 부담했다는 이른바 ‘아기씨당 기부채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공익 감사 촉구 건의안도 의결했다.

주요 쟁점은 칸쿤 출장 의혹이다. 지난 3월 지방선거를 약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정 전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구청 여직원과 멕시코 칸쿤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출장 서류에는 성별을 ‘남성’으로 기재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김 의원은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자 성동구청은 성별 항목을 가려서 제출했다”며 “여성 직원과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던 게 아니라면, 또는 공문서를 허위 조작한 게 아니라면 굳이 성별을 가리고 줄 이유가 뭔가”라고 직격했다.

이에 정 전 후보 측은 성별 오기에 대해 “구청 측의 단순 실수였으며, 자료 제출 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별 등을 가리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낙선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시가 감사에 착수하면 성동구는 출장 심사 의결서 원본과 출장비 집행 내역서 등 출장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시민위원회가 직접 구청을 방문해 관계자를 불러 대면조사할 수 있지만, 감사 당사자인 정 전 후보와 해당 공무원은 모두 퇴직한 상태로 현재로서는 징계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실상 이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청장직 버리고 본전도 못 찾았다
갈 곳 없는 정, 전대 출마 가능성은?

지방선거를 통해 이름을 알린 만큼 그가 8·17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나왔다가 당원들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오세훈에게 져놓고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는 반발이 예상된다”며 “어떤 직책이든 바로 복귀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지금은 자중의 시간을 갖는 게 본인은 물론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북구갑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하정우 전 후보의 거취도 주목된다. 하 전 후보는 해양 경제부시장(현 미래혁신부시장),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 차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여러 하마평에 올랐지만 “이재명정부의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공식 석상에 서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배적이다.

지난달 30일 전재수 신임 부산시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하 전 후보의 자리로 거론됐던 미래혁신부시장에는 오석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고문이 내정됐다. 대신 같은 날 그는 북구갑 지역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낙마 이후 하 전 후보는 “부산에서 계속해 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만큼 부산에 머물면서 2년 뒤 총선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힘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하 전 후보는 초청 강의를 진행하며 ‘AI 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조지훈 전주시장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피지컬AI 특별도시’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 데 이어 26일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에서 ‘강릉 AX’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1일 부산에서는 ‘부산 AX: AI시대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부산의 다음 10년, AI가 해양 수도 부산의 산업과 도시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리고 적용 가능한 방향과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선거 끝나도 흐르는 정치의 시간
“슬퍼할 시간 없다” 몸값 높이기

대구에서 ‘졋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보여준 김부겸 전 대구시장 후보의 근황도 주목된다. 낙선 이후 “대구가 나아갈 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차분히 고민해 나가겠다”며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지만 ‘진보 진영 차기 리더’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 추후 역할론에 이목이 쏠린다.

<시사IN>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진보 리더’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부겸 14% ▲김민석 11% ▲강훈식 10% 등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후보는 50~70대에게서 높은 지지를 얻었으며 특히 60대 남성 응답자 28%가 그를 차기 진보 리더로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에서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URL 웹조사 방식으로 시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은 10.7%(조사 요청 2만 명, 조사 참여 2756명, 응답완료 2000명)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김 전 후보는 지방선거 유세 기간 동안 만일 자신이 낙선하더라도 대구시민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전 후보의 “대구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겠다”는 메시지를 차기 총선 출마 등 복귀 신호탄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58만명의 유권자가 김 전 후보를 지지했다. 갑자기 대구를 떠나면 그분들이 얼마나 허탈해하시겠나. 그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며 “다른 지역도 왔다 갔다 하겠지만 (김 전 후보는) ‘나는 계속 대구를 지키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개척자

이어 “김 전 후보가 대구를 흔들어 놨으니, 민주당 후배들이 잘 이어받아서 남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60대 이상 유권자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정치는 생물이지 않은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청년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다”며 “정당 대결이 아닌 인물로 승부를 본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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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