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보이는’ 스마트 글래스 부작용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7.06 11:15:13
  • 호수 1591호
  • 댓글 0개

쓰고 보면 수능 1등급?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AI 스마트 글래스가 시험 부정행위와 사생활 침해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예고하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규제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해외에서는 법원 반입 금지와 운전 중 사용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반면, 국내는 시험장 관리와 개인정보보호에 있어 임시적 대응에 의존하고 있다. AI 웨어러블 시대를 앞두고 공정성과 사생활 보호를 아우르는 명확한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최근 한 유튜버가 중국의 AI 브랜드 로키드의 7만원대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한 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 문제를 푸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단 18분 만에 모든 문항을 풀어내 96점을 획득하며 수능 1등급에 달하는 성적을 거뒀다.

해당 유튜버는 “만약 콘텐츠 촬영 목적이 아닌 실제 시험장이었다면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기가 악용될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해당 영상의 댓글 창에는 “이미 지난 수능이나 국가 공인 자격증 시험에서 부정행위에 사용한 수험생이 존재할 것 같다”는 불안 섞인 반응이 잇따랐다.

18분 만 뚝딱

지난 5월 국내 토익 시험장에서는 스마트 글래스를 활용한 첨단 부정행위 시도가 두 차례나 적발됐다. 그러나 지난 6월 같은 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 A씨는 “시험장에서 안경을 따로 검사하거나 살피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며 “가방과 전자기기를 교단 쪽에 제출하는 것 외에는 이전 시험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없었고, 스마트폰 외의 전자기기는 제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교육청 역시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각 학교에 전달한 공문은 ‘안경다리가 지나치게 두껍거나, 학생이 시험 중 안경다리를 자주 만지는 등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이면 시험 종료 직후 확인하라’라는 내용으로, 임기응변식 지침에 그쳤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 안경을 쓰는 아이들이 괜히 의심을 받지 않도록 행동을 주의시켜야 할 판” “안경을 착용한 학생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일일이 구별하느냐”라며 우려를 드러내는 글들이 게시됐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에서는 스마트 안경 대여 사업까지 성행하고 있다. 한 대여업자는 최근 4개월간 1000명 이상의 수험생에게 기기를 대여했다고 밝혔다. 안경테에 숨겨진 초소형 카메라가 시험지를 스캔하면, 이 데이터가 연동된 스마트폰의 AI로 전송된다. AI가 문항을 해석해 정답과 풀이 과정을 안경 렌즈나 골전도 이어폰으로 실시간 송출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도 한 중국인 유학생이 도쿄의 한 토익 시험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결과 그는 시험 문제와 답안을 외부로 유출하기 위해 통신 및 촬영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글래스를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그가 답을 전달하려 했던 수험생은 무려 43명에 달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부정행위, 사생활 침해…
새로운 사회적 문제 예고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5년 2월에도 일본의 와세다대학 입시에서 한 수험생이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시험 문제를 외부로 유출하다 적발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는 등 스마트 글래스를 악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출시로 스마트 글래스는 AI 기반 기기의 차세대 격전지가 됐다. 메타의 스마트 글래스는 700만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젠틀몬스터와 협업한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애플 역시 내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개발 가속도를 밟고 있으며,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안에 카메라를 내장한 무선 이어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글래스 열풍은 시험장을 포함한 일상 공간에서의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메타가 레이벤‧오클리와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는 핸드폰이 없어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내장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다.

촬영 시 작은 소리가 발생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들리지 않을 정도에 불과하다. 동영상 촬영 시 발생하는 불빛은 이미 유튜브,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스마트 글라스의 LED 표시등 제거 방법 영상이 버젓이 사용 팁으로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일부 스마트 글래스 이용자들은 드릴 등의 공구를 이용해 안경 전면부의 LED 표시등을 물리적으로 파괴·제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 시 불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드웨어를 훼손해 ‘몰래카메라’로 개조하는 것이다.

표시등 위에 특수 암막 스티커를 붙이는 꼼수가 동원됐던 것에서 진화하며 더욱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안경을 쓴 타인이 내 쪽을 바라볼 때, 그것이 단순한 시선인지 나를 촬영하는 것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스마트 글래스 사용자는 약관에 동의하고 앱 권한을 설정하지만, 카메라가 비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는 촬영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개인용도는 여전히 권고사항
‘업무용’ 아니면 규정 없어

스마트 글래스는 타인의 얼굴과 목소리, 걸음걸이를 실시간으로 통신망과 AI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다. BBC에 따르면, 메타 스마트 글래스의 내장 카메라를 이용해 낯선 사람을 몰래 촬영하거나 괴롭히는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인터넷에서 하나의 콘텐츠 장르를 형성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법원은 증인과 배심원에 대한 불법 촬영 및 보복 협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법원 건물 전체에 스마트 글래스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조 시레시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은 주 내에서 제조·판매·사용되는 웨어러블 녹화 기기에 촬영·녹음 중임을 알리는 시각적 표시장치(LED 등)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해당 표시장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된 상태에서는 타인에 대한 녹음·녹화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일리노이주 의회는 운전자 주의 분산과 교통사고 위험을 이유로 운전 중 스마트 글래스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현재 주지사 서명을 앞두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업무’를 목적으로 이동형 영상정보 처리 기기를 운영하는 경우 불빛, 소리, 안내판 등을 통해 촬영 사실을 표시하고 알려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 글래스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동형 영상정보 처리 기기는 사용 주체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 기본적으로는 단체나 기업을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며 “개인에 대해서는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가 아니라면 규율이 안 되는 측면이 있어 명예훼손 등 다른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별도 규정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어 향후 필요하다면 논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 직구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해서도, 개보법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주체를 규율하므로 판매 또는 구매하는 것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부연했다.

불법 개조

보호를 위한 명확한 규제 없이 출시된 스마트 글래스는 시험의 공정성과 사생활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더욱 작고 정교해질 것으로 보이는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 속도에 비해 제도적 정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개인의 기기 오남용이나 해외 직구로 유통되는 제품을 규율하기 어렵다.

기술 혁신과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정책의 중요한 역할이다. 일상 속 보편적인 기기로 자리 잡기 전에, 표시등 훼손 방지 의무화 또는 통관 규정 신설 등의 명확한 제도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yd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