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이기는 여름 여행 ②여수 진남관·향일암·예술의 섬 장도·동산동성당

길 따라 여수 여행

여수는 독특한 바다 풍경과 함께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진남관부터 돌산도 끝에 자리한 사찰 향일암, 섬 전체를 문화예술의 터전으로 가꿔 낸 예술의 섬 장도, 여수에 최초로 세워진 동산동성당까지 참 매력적인 도시다. 여수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전남 여수 진남관은 조선 시대 전라좌수영의 본영이 자리했던 터이자,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께서 수군을 진두지휘했던 역사적인 무대다. 지방에 남아 있는 관아 건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해 소중히 관리하고 있다.

충무공의 역사적인 무대

그런 진남관이 10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5월30일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건물의 뒤틀림과 구조적 안전성 문제 때문에 전면 해체·보수공사에 들어갔었는데, 이번 복원을 통해 일제가 훼손하기 전의 70개 기둥을 원형대로 되살렸고 기왓장 5만4000장을 사용해 기울어진 기둥과 휘어진 처마를 바로잡았다.

사실 진남관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고 이순신 장군이 좌수사로 부임했을 당시에는 진해루라는 누각이 있었다. 이후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고 후임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시언이 75칸의 대규모 객사로 건립한 것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진남관이다. 1716년 한 차례 화재로 소실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2년 뒤 중건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다만 이제 막 복원이 끝나서인지 내부를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어 비록 안쪽까지 발을 들여 가까이서 경험할 수는 없지만, 이곳이 갖는 의미만으로도 깊은 사색에 잠겨 오래도록 머물러 있기에는 그 존재감이 충분하다.

더불어 이곳에서 바라본 남해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동해, 서해와는 전혀 다른 정취를 안겨준다. 망망대해와 같은 수평선 대신 섬과 섬이 복잡하게 연결된 풍경을 보니 “저곳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솟아난다. 앞으로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여수를 다시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듯하다.

아래로 내려오자 건물 사이로 보이던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광장의 모습이 진남관의 역사적 가치를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진남관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수 여행을 시작하기 전 잠시 돌아보기 좋은 여행지다.

여수 돌산도 그 끝에 자리한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처럼 대웅보전을 뒤로한 채 바라보는 일출이 무척 유명하다. 사찰 어디서든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찰나가 영원이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아득하게 펼쳐진 바닷가를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기에 너무 좋은 공간이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할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통일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화와 고려 시대 윤필대사가 ‘원통암’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는 기록이 함께 전해지는 곳이다. 이후 조선 시대에 이르러 인묵대사가 현재의 자리로 암자를 옮기고 ‘향일암’이라 새롭게 명명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원효대사가 왜 이곳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뒤에 남아 있다.

원효대사가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수행을 이어갔다는 좌선대가 바로 그곳이다. 원효대사가 가부좌를 틀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었던 이 좌선대는, 금방이라도 깊은 깨달음에 도달할 것만 같은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곁으로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쌓아 둔 돌탑들이 고요함 속에 묵직한 울림을 더해준다.

바다와 역사가 어우러진 곳
여수에서 만나는 특별한 풍경

향일암은 풍경 하나만으로 압도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명소다. 게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3가지 가르침을 담은 문구가 마음을 두드리는데, ‘불견(不見), 남의 잘못을 보려 하지 말고’ ‘불문(不聞), 비방과 칭찬에도 평정을 유지하며’ ‘불언(不言), 나쁜 말을 하지 말라’가 바로 그것이다. 위에서 봤던 그 잔잔한 수면과도 닮은 그 말씀을 마음속에서 깊이 곱씹어 보자.

여수 신도심과 남해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예술의 섬, 장도는 창작자들의 고뇌와 방문자들의 활기찬 생기가 기분 좋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섬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내부 전시관에서 일어나는 다채로운 행사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장도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에 두 번 물때에 따라 잠기도록 설계한 335m의 진섬다리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해상 보행교이고, 섬 내부에는 정원과 해안가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 예술의 섬, 장도를 찾을 만하다.

예로부터 ‘진섬’으로 불리던 섬 전체를 예술 공간으로 가꾼 것이 바로 지금의 예술의 섬, 장도다. 장도는 GS칼텍스재단이 지역사회 공헌 사업으로 2017년 착공해 2019년 개방한 예술 공간이다. 섬 건너편에 위치한 ‘예울마루’와 함께 복합문화공간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 369만명이 다녀갔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전시관 내부 아트카페에서는 바리스타이자 피아니스트인 예술가의 피아노 공연이 정해진 시간마다 열린다. 차 한잔의 여유와 창밖으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경을 음악과 함께 감상해보자.

다도해정원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는 주변의 지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편안함 속 수려함이 묻어나던 장도는 지금까지 몰랐던 여수의 새로운 모습이자 소중한 이들과 다시 와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번잡한 도로에서 벗어나 주택가로 방향을 틀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골목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온화하게 품어줄 것 같은 예수 석상이 주변을 아우르고 있다. 평범해 보이던 성당에 켜켜이 쌓여온 숭고한 시간과 이야기는 여수 동산동성당을 한 번 더 곱씹게 한다.

동산동성당은 여수 지역에 최초로 설립된 천주교 성당이다. 본래 명칭은 여수항성당으로, 1936년 6월29일 경상남도 통영성당의 이민두 신부를 초대 신부로 발령하면서 역사적인 첫 발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1941년 이민두 신부의 체포를 시작으로,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 등 모진 시련을 겪은 끝에 지금의 자리를 지켜냈다.

여수 최초 성당

이후, 1961년 서교동 본당을 건립하면서 동산동성당이 분리되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짙은 붉은색 벽돌과 고요한 침묵이 어우러져 경건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가만히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둔 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자.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복잡한 세상의 자극으로부터 비껴나 온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webmaster@ilyosisa.co.kr>

 

<여행 정보>

-여수 진남관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동문로 11, 문의: 061-659-5710

-향일암(여수)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로 1, 문의: 061-644-4742

-예술의 섬 장도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웅천동, 운영 시간: 하절기(3~10월) 06:00~21:00, 동절기(11~2월) 07:00~20:00, 문의: 061-692-0503

-동산동성당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동산7길 8, 문의: 061-662-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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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