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33)여자들을 짐승처럼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7.06 03:52:45
  • 호수 1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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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일단 미군의 단속에 걸렸을 경우 여자는 낙검자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고 해당 클럽은 일주일 내지 한 달 동안 영업정지를 당해야 했다.

이른바 토벌이 시작되면 완전무장한 헌병 50여명이 기습적으로 진입하여 클럽의 모든 문을 봉쇄하곤 마치 전쟁기의 군사작전인 양 엄숙히 거드름을 피우며 여자들을 짐승처럼 닦달했다.

엊그제 자기가 놀러 왔을 땐 욕망 가득한 눈으로 희희낙락하며 주지육림 속에서 춤추던 놈들이….

변질된 마을

무엇보다 여자들 입장에서 황당스런 건 ‘컨택’이란 것이었다. 미군 병사가 성병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거나 스스로 고백할 때, 미군 당국은 병원균을 원천적으로 차단키 위해 그와 섹스한 그녀를 찾았다.

그런데 그 방법이 꽤 기이했다. 미군부대 의무과엔 클럽 여성들의 확대 사진과 신상을 기록한 카드 목록이 비치돼있었다.

성병 보균자인 미군 사병은 그 중에서 자신을 괴롭힌 여자를 찍고, 그 후 헌병이 가서 위대한 미군에게 더러운 병을 옮긴 마녀를 잡아 수용소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조처 과정은 미국 사람답지 않게 조잡스레 진행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여인이 참혹한 짓을 겪어야 하기도 했다.

실수로 잘못 찍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어떤 껄렁한 놈이 예쁜 여자에게 거절당해 앙심을 품고 사진을 지목한다면 그녀는 설령 깨끗한 몸이라 하더라도 꼼짝없이 당할 따름이었다.

승합차는 산기슭을 따라 난 좁은 길로 들어섰다. 황토가 드러나도록 헐벗은 채 소나무와 참나무가 드문드문 늘어서서 늦겨울 바람에 떨고 있는 소요산은 오랜 옛날부터 동두천 토박이 농부들에겐 든든한 뒷동산이자 마음의 벗이었다. 청운은 착잡한 심정이었다.

‘저 위에 과연 무엇이 있기에 난 지금 이 여자들과 함께 가고 있는 걸까?’

청운은 고개를 돌려 차라리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변질돼 버린 마을 너머로 잿빛 리본 같은 강이 이따금 눈물처럼 반짝이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흘러가는 대로 가보는 수밖에.’

청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문득문득 황당스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날 밤, 붉은 옷의 댄서와 함께 지샌 그는 정오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소파에서 굴러 떨어져 방바닥에 누운 그에게 여자가 물 한 컵을 들고 와 건넸다.

그건 마치 선녀궁의 감로수인 양 술취한 정신을 깨워 주었다. 한순간 하늘 궁전에 있다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이봐요, 꺼벙씨 우리가 밤새도록 함께 있었는데도 아무 일 없었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이라고 하겠죠?”

“글쎄요. 하지만 뭐 사실인 것 같은데요.”

“확신할 수 있겠어요?”

“글쎄 술에 너무 취해, 지금도 비몽사몽이라 확신까진 할 수 없지만 혹시 뽀뽀를 했는지도 몰라. 꿈 같기도 하고.”

청운은 머리를 긁적였다.

“만일 꿈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어쩌겠어요?”

여자는 보일락말락 미소 지었다.

“그럼 또 무슨 다른 일이?”

“호호홋, 궁금해요? 그럼 이리 와 봐요. 가르쳐 줄 테니.”

청운이 어리둥절한 채 어떤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여자가 먼저 청운 곁으로 다가앉아 차가운 손으로 그의 볼을 감싸더니 지그시 눈을 들여다보았다.

반짝거리는 신비스런 눈동자를 채 보기도 전에 그녀는 긴 속눈썹을 덮곤 청운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그가 혀를 그녀의 입속으로 진입시키려 하자 그녀는 살짝 눈을 흘기더니 입술을 옮겨 그의 턱과 목과 귀 그리고 다시 입술을 빨았다.

청운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틈이 생기자 살며시 혀끝을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며 숨결을 고루더니 입술을 열곤 부드러운 혀로 맞이했다. 그리고 문득 긴 속눈썹을 들어 그윽한 눈으로 청운을 쳐다보았다.

그때부터 그는 좀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입술은 입술로부터 그녀의 매끄러운 목을 지나 실크 가운을 헤치고 백설처럼 하얀 젖가슴으로 내려갔다.

브레지어를 벗겨내자 아담하면서 핑크빛 젖꼭지가 살짝 위쪽을 향해 쳐들린 도발적인 유방이 나타났다. 청운은 황홀한 심정으로 한동안 바라보다가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여자가 상체를 비틀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러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 중 하나를 살며시 내려뜨려 바지 지퍼를 열었다.

부드러운 손가락들이 남자의 심볼을 살살 매만졌다. 청운이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팬티를 벗겨낸 순간 불현듯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둘은 동작을 멈춘 채 숨소리를 죽였다. 화장대의 거울에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노크 소리는 더 거세어졌다.

미군 의무과에 클럽 종업원 목록
성병 옮긴 여성들 잡아 수용소로

“저건 상철이 녀석 같은데.”

대꾸하려는 청운의 입을 그녀가 검지손가락을 세워 대 막았다. 그런 모습은 거울을 통해 보니 언젠가 꾸었던 꿈이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제기랄! 여기 있다는 것 알고 왔으니 문 좀 열어 봐요!”

여자는 조용히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뭐야?”

“빨갱이 누나 맞지? 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해요?”

“빨갱이라니, 너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까불어?”

“빨간 옷 입으니까 빨갱이지 뭐, 히히히.”

“미친 자식! 어서 가서 청소나 깨끗이 해!”

“히히, 운이 형 있다는 걸 알고 왔어요. 맞죠, 누나?”

“운이가 누구야, 엉?”

“에잇 참, 그 형이 누날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아직 눈칠 못 챘어요?”

“꺼져!”

“히히, 알았어요. 아무튼 여기 있다는 걸 아니까 빨리 오란다고 전해 줘요!”

“상철아, 니가 찾는 그 꺼벙인지 멍청인지 모를 형님은 이미 벌써 새벽에 갔어. 그러니 빨리 딴데루 가서 찾아봐. 어이구, 미친 놈들 땜에 신경질나네!”

여자는 상철이를 속이려고 그런 연극을 했으나 일단 대사를 내뱉고 보니 정말 신경질이 난 듯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화장대 앞으로 가서 앉아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제 그만 가봐.”

“그래야겠지.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어.”

“아냐, 나도 준비하고 나가 봐야지.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큰일이니 조심하라구.”

“알았어. 여자들 아니, 그대는 분위기에 예민하면서도 무척 냉정한 얼음 인형 같아.”

“호홋,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는걸 뭐.”

“얼음 인형이 아니라 백설 인형이 좋겠어.”

“흥, 백설 공주는 안 된다 이거지?”

“그건 너무 때가 묻은 말이라 싫어.”

“혹시 양공주가 떠올라서 그런 건 아니구?”

“그런 건 아냐. 그대는 접대부가 아닌 가수면서.”

스트립 쇼걸

“스트립 쇼걸이라고 하는 게 더 사실에 가깝겠지. 알몸을 파는….”

“그건 뭐 어떤 양키 놈은 예술이라고도 하던걸.”

“웃기는 얘기지. 흥, 백인이든 흑인이든 그놈들에게 한국 여자는 어쨌든 한갓 암컷밖에 안돼.”

“….”

“이젠 어서 가봐.”

“응.”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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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