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조 도박왕’ 오른팔 도피 목격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6.29 10:07:26
  • 호수 1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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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 숨어 ‘연예계 돈세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을 거점으로 2조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한창훈 조직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한창훈은 이른바 ‘꽃계열’ 도박 사이트 조직의 총책이다. 꽃계열은 개나리, 연꽃 등 꽃 이름이 붙은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같은 운영망 아래 움직였다는 뜻에서 불린 명칭이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사이트처럼 보이지만, 운영 방식은 같다. 회원 모집, 충전·환전, 대포통장을 관리하는 텔레그램 단체방을 운영하는 범죄 플랫폼에 가까웠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사이트만 23개. 도박 자금 규모는 약 2조원대, 매출 기준으로는 2조800억원대까지 거론된다. 대부업체, 후원금,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 투자 형식으로 수익금이 유입됐다가 돌려받는 형태의 세탁 방식이 동원했다.

한창훈 조직원

문제는 총책 한창훈이 붙잡힌 이후에도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 여전히 해외와 국내 외곽에 숨어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창훈의 오른팔이자 ‘전무’로 통하는 1982년생 류명석, 인터넷 방송업계에서 ‘예비회장’으로 알려진 장모씨,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이 연관돼있다는 제보자들의 진술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창훈의 꽃계열 조직원이 하나씩 드러나는 국면이다. 꽃계열 조직은 단순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이 아니었다.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국내에서는 자금 수거와 충전·환전, 대포통장 관리, 현금 인출, 총판·홍보 라인이 붙었다.

자금 관리는 류씨가, 총판 및 홍보 관리는 장씨로 알려졌다. 이용자가 돈을 입금하면 충전팀이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용자가 환전을 신청하면 환전팀이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내보내는 구조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2014년 12월부터 장기간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23개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이용자들의 돈은 대포통장과 가상계좌, 현금 인출책을 거쳐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일부는 부동산, 고가 시계, 법인 인수 자금 등으로 세탁된 정황도 제기된다. 한창훈 사건에서 압수·확인된 것으로 알려진 현금 다발, 고가 차량, 리차드밀 시계, 부동산, 법인 인수 과정이 실제로 드러났다. 불법 도박 자금이 단순히 계좌에 머물지 않고 정상 사업 자금처럼 포장됐다는 것이다.

꽃계열의 실체를 밝히려면 사이트 운영자를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환전과 세탁을 했고, 그 돈을 합법 산업으로 흘려보냈는지 여부를 추적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최근 새롭게 지목된 인물이 류명석이다.

내부 제보자는 “1982년생 류명석은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며, 필리핀 세부에 숨어 있다”며 “현지인 여자친구가 대신 업무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금, 엔터·별풍선·대부업체로
‘꽃계열’ 전무 류명석 인터폴 적색수배

정보원들에 따르면 류씨는 단순 직원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만진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원은 “류명석은 사이트 운영보다 환전책이자 자금 세탁책으로 봐야 한다”며 “스스로 말하길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회장 C씨가 자신들의 세탁 역할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보원도 “한창훈 밑에서 돈을 만진 사람들이 따로 있었고, 류명석은 그중에서도 이름이 계속 나온다”고 주장했다.

류명석은 꽃계열 범죄수익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인물이다. 수사당국이 하루빨리 필리핀 당국과 공조해 소재와 신병 확보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류명석과 별도로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2019년 인터넷 방송업계에서 ‘예비회장’으로 알려진 장씨다. 장씨는 과거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거액의 후원금을 쏜 ‘큰손’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 게시물들에서는 장씨가 꽃계열과 연결돼있다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한 게시물은 ‘예비회장 꽃계열 하면 도박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고, 또 다른 게시물은 “예비회장 돈세탁” “입출금에 여캠이 도움” “필리핀에서 도주” 등의 주장을 담고 있었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예비회장, 해외에서 도박 사이트 운영 중” “검은돈 세탁”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레커 연합 스폰서 큰손이 꽃계열이고 예비회장이라는 장씨가 있다” “돈세탁, 불법토토 관련”이라는 식의 글도 확인된다. 또 “한창훈 사건의 자금세탁을 도운 동업자 장씨” “예비회장 닉네임으로 활동한 장씨가 한창훈의 도박 사이트 지분에 참여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장씨의 이름은 실제로 한창훈 조직 사건 수사 자료에서 언급된다. 특히 장씨가 인터넷 방송업계에서 17억원에 달하는 별풍선을 후원한 자로 알려졌고, 그 자금 출처를 두고 돈세탁 의혹이 제기돼 왔다.

도박자금은 현금으로만 세탁되지 않는다. 별풍선, 후원금, 광고비, 리워드, 엔터테인먼트 투자금, 행사비, 콘텐츠 제작비처럼 보이는 돈도 자금세탁 통로가 될 수 있다. 한창훈의 불법 자금이 BJ에게 별풍선으로 입금되고, 이를 다시 현금으로 돌려받는 형태다.

정보원들은 꽃계열 자금이 인터넷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류씨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꽃계열 도박자금은 단순히 대포통장과 현금 인출 단계를 넘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일부 자금 흐름과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자금세탁에 취약한 지점이 있다. 투자금 명목으로 큰돈이 들어올 수 있고, 광고비·행사비·출연료·매니지먼트 비용·콘텐츠 제작비 등 다양한 지출 명목을 만들 수 있다.

“엔터 회장 C씨가 돈세탁 조력”
별풍선 17억 장씨는 홍보 담당

인터넷 방송 후원금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팬이 방송인에게 후원한 돈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자금이 플랫폼을 거쳐 세탁되는 구조로 악용될 수 있다. 별풍선 등 유료 후원 아이템은 플랫폼 수수료와 BJ 정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돈의 출처를 흐리기 쉽다.

<일요시사>가 만난 장씨의 지인은 “한창훈은 장씨가 도박 사이트를 실제로 운영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며 “사실 장씨는 온라인 광고를 통해 도박 사이트 이용자를 끌어들인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이고, 한창훈이 장씨의 입을 막기 위해 매월 수천만원씩 생활비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장씨는 필리핀 세부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단순 후원자가 아니라 한창훈 조직의 외곽 자금·홍보 라인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국내 송환 여부에 관해 비교할 만한 사례가 있다.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수감 중인 상태에서도 국내 마약 유통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오랜 기간 송환이 지연됐지만, 결국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의 외교·사법 공조 끝에 국내로 압송됐다. 정부는 박왕열을 국내 수사기관에 인계하고, 공범과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 숨어 있거나 현지 수용시설에 있는 범죄자라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움직이면 송환과 수사는 가능하다.

한창훈이 현지에서 붙잡혔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꽃계열의 하부 조직원,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별풍선 세탁 의혹 관계자, 엔터테인먼트 업계 조력자들이 하나씩 나와야 한다.

필리핀 세부에 숨어 지내는 류명석을 수사 당국이 필리핀 당국과 공조해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박왕열 사건에서 확인된 것처럼 초국가범죄는 단순 수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법무부, 경찰청, 검찰, 인터폴, 필리핀 수사기관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예비회장’ 연결?

필리핀은 한국인 도피 범죄자들이 반복적으로 숨어드는 지역이다. 도박, 마약, 보이스피싱, 투자 사기, 자금 세탁 조직이 현지에 거점을 두고 국내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이어가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현지에서 체포되더라도 송환이 지연되거나, 현지 사법 절차와 수용시설을 방패 삼아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박왕열 사건은 그 구조를 깬 사례였다. 한창훈은 물론이고, 류명석 등 조직원과 장승욱 등 외곽 조력 의혹 인물까지 수사선상에 올려 돈의 행방을 확인해야 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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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